본문 바로가기

문화 예술 문학

나는 박정현 학력 이야기 좀 해보자

 
  한국에서 부는 '나가수'의 광풍은 캐나다 토론토에서도 마찬가지 위력입니다. 토론토의 한인사회, 그 중에서도 이민 온 지 10년 안팎의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라고 해야 정확하겠습니다. 물론 오래 되신 분들 중에서도 상당수의 팬들은 있을 것입니다. 인터넷 덕택에 뉴스와 대중문화를 거의 실시간으로 제공받습니다.

  나가수 이야기 중에서도 단연 두드러지는 가수는 임재범과 박정현입니다. 임재범이야 예전부터 워낙 많은 이야기를 가졌던 뮤지션이라 그렇다 치고, 내 눈에는 박정현이 참 새롭게 들어옵니다.

 


  그녀에게 관심을 더욱 갖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내 딸과 마찬가지로 이민자의 딸이기 때문입니다. 

  나가수에서 박정현은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듯합니다. 가창력뿐만 아니라 달랑 혼자 오르는 무대에서 보이는 단순한 퍼포먼스는 바로 그 단순함 때문에 폭발력이 훨씬 더 합니다. 보고 또 보아도 박정현은 새롭고 매력적입니다. 

 



 
  영상을 보면 아시겠지만 박정현은 노래가 지닌 의미를 자기 감성으로 해석하여 감동적으로 들려줍니다. 박정현이 대단한 가수들 틈바구니에서 줄곧 상위권에 랭크되는 가장 큰 요인은, 감동적으로 노래하면서도 절제할 줄 안다는 점입니다. 박정현의 노래를 들으면서 과유불급을 떠올리게 됩니다. 박정현은 절제를 해도 아주 냉정하게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박정현을 보면서 자꾸 박정현의 학력을 생각하게 됩니다. 박정현은 미국 콜롬비아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습니다. 엄친아라는 기괴한 용어까지 만들어가며 명문대 찬양가를 질리지도 않게 부르는 한국 연예판에서 보자면, 타블로와 더불어 최고의 자리에 올라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나가수에서 각광받는 박정현을 이야기하면서 그 어느 누구도 콜롬비아 대학 출신을 언급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누구 누구에게는 매번 따라붙어, 본인들도 지겹기 짝이 없을 서울대 출신 운운하는 그 습관적인 수식어가 박정현에게는 붙지 않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주 특이한 일이고, 박정현 본인에게는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박정현의 학력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 또 학력 이야기하는 걸 두고 욕을 퍼부으면서도,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이번에 좀 하고 싶습니다. 

  따지고 보면 박정현의 가창력은 '좋다' 이 정도지, 임재범처럼 '지존'이라는 말을 듣기는 힘듭니다. 내가 평가하는 임재범류의 여류 지존은 임희숙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노




래 한 자락 듣고 갑시다. 귀한 노래입니다.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눈물이 왈칵 왈칵 솟아날 것 같습니다

  박정현은 두 임씨처럼 타고난 카리스마로 압도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대신 나는 박정현에게서 '배운 사람'의 모습을 봅니다. 나가수를 할 때 대기실에서도, 무대에서도, 순위발표장에서도 박정현에게서는 호들갑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다른 여가수들이 질질 짜고, 짜증내고, 때로 응석까지 부리는 와중에도 박정현은 혼자 무덤덤합니다. 그저 웃을 뿐입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 하는 것이 과장이 없고 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자기 감정을 말로 잘 표현해낼 줄 압니다. 더불어 감정의 기복이 없습니다.

  평상시의 그 절제력이 무대에서 그대로 발휘됩니다. 인문학을 바탕으로 깔고 있는 안정감. 여기에 타고난 감성과 가창력이 결합하여 박정현의 무대는 가장 큰 감동을 안겨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정현을 보면, 이곳에서 아주 잘 자란 청년을 보는 느낌입니다. 똑똑하고, 예의바르고, 절제 잘 하고, 반듯한 청년. 이런 청년들을 보면 기분이 아주 상쾌합니다. 

  좋은 학력은 화제를 모으는 외피가 아니라, 박정현처럼 많이 배움으로 인하여 뭔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자랑해야 하지 않을까, 특히 기자들은 이제 이렇게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박정현은 지치지 않을 것이고, 나가수 출연 가수 중에서 가장 오래갈 것입니다. 좋은 대학에서 깊이 배우고 많이 배워서 누구보다 바탕이 탄탄하기 때문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이미 다 보셨겠지만, 아래 보너스 더... 한국에서 박정현보다 팝송을 잘 부르는 가수는 없을 것입니다. 몸에 소름이 좌~~~악~~ 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