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캐나다 살이

우리집 새 식구 강아지를 소개합니다

  
  지난 4월11일 토론토에서 북쪽으로 1시간30여 분 거리에 있는 농촌에 가서 강아지 한 마리를 사왔습니다.

  2010년 2월4일생이니 태어난 지 3개월 가까이 되었습니다. 종은 요크셔 테리어입니다.

  농가의 부모가 4남매를 출산했는데, 모두 팔려나가고 한 마리만 남아 있었습니다. 아마도 털 색깔이 너무 짙어서 인기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표정이 우리 식구들을 많이 닮은 듯하여 우리 모두는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요크셔 테리어 종은 다른 강아지에 비해 비쌌습니다.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찾아낸 정보를 보니, 다른 종들은 대략 4~5백 달러 선인데 비해 요오크셔 테리어는 9백달러로 그 가격이 정해져 있습니다. 직거래여서 조금 싼 편이었습니다. 멍청한 개를 키우면서 골치를 썩느니, 돈 좀 들여 똘똘한 강아지를 키우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퀘벡 주에서 살다가 십수년 전에 이사왔다는 농가의 가족 분위기가 화목해 보여 깎자는 이야기 한 마디 못하고 현금으로 다 주었습니다.


 강아지를 데려오면서 이름을 정했습니다. '엘리(Ely)'.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Elysian을 줄여서 부르기로 했습니다. 엘리시온은 낙원이라는 뜻과 함께 밝다는 의미를 지녔다고 합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주눅이 든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강아지 특유의 낑낑거림은 전혀 없었습니다. 캐이지 속에 넣어두어도 밤새 조용하게 있었습니다.


  엘리는 우리 집에 금방 적응했습니다. 똥오줌을 잘 못 가려서 그렇지, 참 귀엽게 굽니다. 밥도 잘 먹고, 잘 따라다니고, 분위기 파악을 잘 합니다. 사람들이 잠들면 딸의 방에서 함께 잠이 들고, 밤새 단 한번도 낑낑거리는 법이 없습니다. 종이를 물어뜯고, 양말을 곧잘 물고 도망가서 그렇지, 성가시게 하는 법은 없습니다.

 

  엘리가 가장 먼저 터득한 특기는 위의 사진처럼 '발랑 뒤집어지기'입니다. 사람이 다가가면 배와 목을 쓰다듬어달라고 발랑 뒤집어집니다.

  식구들이 학교에 가고, 일터에 나가고 없을 때 엘리는 혼자 집에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곳 저곳에 똥오줌을 쌌으나, 이제 오줌은 90% 정도 가릴 줄 압니다. 정해진 메트 위에 오줌을 쌉니다. 그곳에 오줌을 쌀 때마다 선물로 치즈 조각을 하나씩 주었기 때문입니다.

 치즈 조각을 얻어먹을 때마다 좋아서 이렇게 껑충껑충 뜁니다. 그렇게 맛이 좋은 모양입니다. 치즈를 얻어먹는 재미를 주면서 오줌 가리기 훈련을 시키는 중입니다. 아직 요원합니다.

  가족들이 바깥에서 돌아올 즈음이면, 엘리는 쏜살같이 현관문으로 달려옵니다. '우리 집 강아지는,,, 학교 갔다 돌아오면 멍멍멍' 한다는데, 우리 집 엘리는 '멍멍' 대신 너무 반가운 나머지 오줌을 지립니다. 이곳 저곳에 오줌을 방울방울 흘립니다. 아빠가 바깥에서 돌아왔을 때, 아빠를 '진심으로' 반기는 것은 엘리밖에 없습니다. 이러니 어찌 귀여움을 받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 집에 온 지 3주 만에 엘리는 몸집도 커지고 통통해졌습니다. 요크셔 테리어의 크기를 알기에 망정이지, 몰랐다면 그 성장세로 보아 코끼리만한 개가 되지 않을까 두려워 할지도 모를 만큼 잘 자랍니다. 반가워 하는 방법으로 사람을 자꾸 무는 버릇은 좀 성가십니다. 상처까지는 나지 않으나 조금 아픕니다.

  강아지를 처음 키우면서, 왜 사람들이 강아지를 키우는지 금방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동물이지만 가족과 같은 생각이 금방 듭니다. 작지 않은 기쁨을 줍니다. 식용견의 존재를 전혀 모르는 서양 사람들이, 한국에서 개고기를 먹는다는 데 기겁을 하는 이유를 좀 알 것 같습니다.

  강아지 한 마리 키우는 데 돈이 적잖게 듭니다. 다음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