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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이

해외 동포에게 주는 한국 투표권은 '쥐약'



  언제 시작될는지는 모르겠으나 외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에게 한국의 투표권을 주는 모양입니다. 그 범위가 어디까지일는지는 또, 모르겠으나 최소한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에는 참여시키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어떤 분과 점심을 함께 하면서 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분이나, 나나 다 외국에 사는 한국 사람입니다. 우리 두 사람의 입장은 똑같습니다.

  "외국 사는 사람한테 투표권은 왜 줘?"

  이유는 단순합니다.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했다고는 하나, 한국내 사정에 대해 한국에 사는 유권자들보다 잘 알 리 없습니다. 사정도 잘 모르고, 또한 선출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이 펼치는 정치 활동의 장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해외 동포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왜 투표권을 줘야 하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이유 가운데 하나를 보니, G7 국가들, 이른바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은 재외 동포에게 자국 투표권을 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게 사실이라 해도, 나는 반대입니다.

  잘들 아시겠지만 해외 동포들은 어디에 살든 엄청들 싸웁니다. 캐나다 서부의 어느 작은 도시에는 한국인 다섯 가정이 산다는데, 2대 3으로 쪼개져 있다 합니다.

 작은 도시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토론토의 한인들은 날이면 날마다 싸웁니다. 한인회에서 싸우고, 컨비니언스의 협의체에서도 죽으라 하고 싸우고, 교민 게시판에서도 싸움으로 날을 지샙니다. 동창회에서 싸우고, 교회에서도 싸웁니다. 일이 있어도 싸우고 없어도 싸웁니다. 심심하면 싸우고 왜 싸우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처럼 싸웁니다. 싸우지 않으면 삶의 의미나 재미를 찾지 못하는 듯, 하루도 빼놓지 않고 게거품들을 뭅니다.

  일이 없어도 이렇게들 싸우는데, 한국의 정치라는 섹시란 싸움 아이템이 이곳에 도입된다면 점입가경일 것은 불 보듯 훤합니다. 투표권을 준다는 것은 싸움의 그럴싸하고 앗싸리한 소재를 안겨줄 뿐, 거기에서 어떤 긍정적인 의미도 발견하지 못하겠습니다. 그것은 싸움을 격화시킬 것이 분명하니 쥐약이나 독약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투표권은 일부 한국 정치판에 기웃거리기 좋아하는, 못나도 참으로 못난 해외 동포 인사들의 구미는 확 당길 것입니다. 또한 7백만이라는 재외 동포를 등에 업고 한국내의 덜 떨어진 정치인들이 설칠 것입니다.

  사정이 이런데, 왜 한국의 투표권를 재외 동포에게 준다는 겁니까? 나 같은 재외 동포는 줘도 받기 싫다는데, 왜 한국에서는 주지 않아 안달들인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시집간 딸로 하여금, 친정의 대소사에 개입해 배놔라 대추놔라 하는 꼴을 만드는 것과 똑같습니다. 그 딸은 시집 일에만 신경쓰기에도 벅찬 노릇인데 말입니다. 

  왜 한국에서는 조용한 거지요? 재외 동포가 캐스팅 보트를 쥐어 그대들의 삶을 결정할 수도 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