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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이

김연아에 대한 캐나다 사람들의 반응


 (토론토=성우제)  밴쿠버 올림픽이 끝난 다음날은 3월1일이자 월요일이었습니다. 토론토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어제 하키 보았니?"라고 물었고 한결같이 "어메이징"했다고 말들 했습니다. 본토박이든 이민자든 모두가 이야기했고, 또 모두 즐거워 했습니다. 김연아가 금메달을 딴 다음날 한국의 분위기와 비슷했을 겁니다.

  

 오늘 오전에는 세 사람으로부터 김연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 걸 알고 일부러 김연아 이야기를 끄집어냈습니다.

  한 남자는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차이점을 이야기했습니다. 
 경기할 때와 시상식할 때의 표정만 가지고도 승부가 벌써 났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김연아의 표정은 오로지 경기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었는 데 반해, 아사다 마오는 '꼭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생각, 곧 경기에 방해가 되는 잡념(집념이 아닙니다)이 표정에 나타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시상식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는데, 아사다 마오는 은메달을 따고도 풀이 죽어 있었다는 사실을 그 방증으로 들었습니다. 마음을 비웠느냐, 욕심을 가졌느냐의 차이가 이런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로 만났던 여성은,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신체 조건을 이야기했습니다. 김연아는 몸 자체를 잘 만든 데 반해, 아사다 마오는 나이를 먹으면서 좋은 조건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신체 조건이야 타고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그녀의 주장인 즉 "그게 바로 실력 차이"라는 것입니다. 신체 조건이 나쁘다면 악조건을 이겨내는 다른 그 무엇이 있어야 하는데, 아사다 마오는 바로 그 무엇을 해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덧붙이기를... "아사다 마오는 엉덩이와 허벅지에 살이 너무 많아. 그렇게 무거워서 어떻게 김연아만큼 높이 점프하겠어?"

  세번째 만난 남성 역시 "유나 킴의 퍼포먼스가 죽였다"면서 한 가지를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한국은 금메달을 따면 나라에서 평생 샐러리를 주는가?" 이 질문을 받고 좀 곤혹스러웠습니다. 이 질문을 한 사람과, 그 주변 사람들에게 금메달을 땄다고 나라에서 평생 연금을 준다는 것이 대단히 신기한 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에라, 모르겠다, 이야기하자며 "한 달에 200달러 정도 준대"라고 하니까, 눈을 동그랗게 뜨며 "평생?"
  나간 김에 덧붙여 주었습니다. "그뿐인 줄 아니? CF로 엄청난 돈을 벌고, 남자들은 병역 의무까지 면제 받아".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어메이징. 인크레더블..."을 연발했습니다. 이야기를 하면서도 참 기분이 찝찝했습니다.

  어쨌거나 김연아가 '코리아'를 그렇게 많이 알렸습니다. 국위 선양을 엄청나게 했습니다. 위의 세 사람은, 브라이언 오서가 누군지, 김연아가 토론토에 사는지 어떤지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오로지 한국 출신의 김연아 연기가 "어메이징"하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