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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문학

'천황발언' 신해철, 롹 정신 '지대로' 구현하다


  롹커 신해철이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에게 "천황 밑에나 가지"라고 일갈했다고 한다. 나는 이 기사를 인터넷 뉴스를 통해 읽고 한참 웃었다. 이민살이의 고단함을 잠시 잊게 만드는, 오랜만에 웃어보는 속 시원한 웃음이었다.

  신해철은 2009년 대한민국의 '유일한' 롹커이다. 최소한 나에게는 오직 신해철 한 사람만이 속이 탁 터지는 웃음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자기 이름을 내걸고 저렇게 무자비하게 내지르는 예인은 한국에 없다. 롹이라고 하지만 껍데기만 롹일 뿐 롹커 행세 하는 대다수의 가수들은 인기 몰이하는 데 여념이 없다. 그저 쇠고기 수입에 성난 대중의 뒤에 숨거나 따라다니며 기껏해야 그 대중을 선동, 위무, 찬양하는 노래나 부르는 정도이다.

   나는 한국에서 롹이 죽은 줄로만 알았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롹 정신이 아예 실종되거나 씨가 마른 줄 알았다. 하기야 언제는 제대로 된 롹정신이 있기는 했나? 비트와 가락만 있을 뿐, 그 비트와 가락의 의미를 본능적으로 구현하는 골수 롹커가 도대체 없었다.

  내가 요즘 오락 프로에서 무척 좋아하게 된 김태원이 <사랑할수록>을 연주한다고 그게 어디 롹인가? 그건 롹의 외피만 따온 발라드 뽕짝이다(그래도 노래는 참 좋다). 김종서는? 외형적으로만 롹커일 뿐, 롹의 정신이 뭔지 한번이라도 생각이라도 해봤는지 모르겠다. 아, 있기는 했다. 과거 민가협에서 주최하는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에 단골 가수였으니...

  롹커라 폼 잡는 이가 또 누가 있나? 윤도현? 그래도 그 중 나은 편에 속하지만 롹의 정신을 이야기하기에는 함량이 부족해 보인다. 

  그럼 신해철이 어떻다고? 가수가 밴드 구성해, 노래할 때 소리지른다고 롹하는 게 아니다. 롹커는 노래할 때보다, 노래하지 않을 때 롹커다워야 롹커다.

  롹커다움이란? 기존 질서에 반하는, 애초부터 기존 질서와는 도무지 평화롭게 지낼 수 없는 골수 반항자, 이단자의 정신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내질러야 하는 게 롹커다.

  노래로만 내지르라는 게 아니다. 세상 꼬라지 보니 도대체 구역질 나서 못살겠다고 겁대가리 없이, '지대로' 덤벼야 롹커다.

  신해철을 처음 만나 인터뷰한 때가 1996년께였다. 대방동의 음악 스튜디디오에서, 위의 사진과 같은 포즈로 앉아 있었다.

  "당신, 말 참 잘하는군" 했더니
이 어린 놈, 나보다 다섯 학번이나 어린 놈이, 내지르는 말이
 "말조심 하쇼. 가수가 말 못하라는 법, 이 세상에 있써?"였다.
앗따, 그 놈, 참, 싸가지 없고, 사납네, 싶었다.

  솔직히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신해철을 그저 말 잘하는 가수쯤으로만 생각했었다. 물론 넥스트의 음악은 뽕끼가 있어 좋아했다. 롹기사를 쓰면 넥스트를 늘 중심에 놓았었다. 당시 롹정신은 서태지가 그나마 표출하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 보니, 신해철이 롹커로서 아주 '지대로' 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에 동참한다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개나 소나 다 한다. 우군이 많으니까. 

   이번 일은 사안이 많이 다르다. 일반 가수라면 말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사 했다 하더라도 "깨갱" 하고 물러났을 터인데, 신해철은 한술 더 뜬다. "아줌마, 천황한테나 가세요"라고...... 이 말에 동의를 하든 않든 속이 뻥 뚫리지 않는가? 

  <동아일보> 김순댁 아줌씨가 우리 해철 선수에게 또 한 마디 갈긴 모양인데, 이 선수, 다음 멘트가 몹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