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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문학

윤여정의 뼈있는 수상소감

방금 배우 윤여정 씨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발표가 있었다. 다른 많은 이들처럼 나도 그걸 직접 보려고 기다렸다. 상을 받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분위기가 될 지경이었으니 윤여정의 수상에 대해서는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나와 소감을 이야기하는 윤여정. 텔레비전으로 보던 후배가 찍은 사진.

 

정작 내가 기다리며 기대했던 것은 수상 발표보다는 수상 소감이었다. 윤여정이 이번에는 무슨 이야기를 할까도 물론이지만 내가 기대했던 것은 그것을 ‘어떻게’ 이야기할까 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그이는 인터뷰에서든 수상소감에서든 늘 독특했다. 한국 배우, 그것도 한국의 나이 든 배우로서 대단히 특별했다는 것이다.

 

윤여정의 말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바로 유머 코드. 윤씨는 어느 인터뷰에서든, 특히 외국인과의 영어 인터뷰에서 말을 늘 재미있게 했다. 유머를 한 두개씩 반드시 끼워넣었다는 얘기다. 압권은 2021 영국영화티브이예술아카데미(BAFTA)의 여주조연상 수상 소감. “‘고상한 척한다’(snobbish)고 알려진 영국인들에게 인정받아서 더 기쁘고 영광이네요.”

 

그이의 이같은 유머에 대해 “재치있다”는 정도로 평가한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나는 서양의 보편적 문화에 대한 배우의 이해가 높다,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해도가 높다는 것은 서양의 콧대높은 사람들에게 할 말은 다 하되 그 말을 재미있게 듣게 하는 방법을 제대로 안다는 얘기다.

 

사실 연설이나 소감만큼 지루한 것도 없다. 그 지루함을 없애고 연설이나 소감의 메시지를 가장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게 하는 무기는 유머 코드이다. 유머가 없다면 어떤 명연설이나 수상소감도 재미가 떨어진다. 재미가 없으면 메시지의 전달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연설과 수상소감의 메시지를 극대화해주는 것이 바로 유머인데, 내가 경험한 서구의 문화는 공식적인 연설을 할 때 유머에 아주 목숨을 건다. 심지어 장례식장에서 상주가 세상을 떠난 부모를 회상하는 추모사를 하면서도 사람들을 웃긴다. 그것도 제대로 웃긴다.

 

초등학교 졸업식 졸업생 대표 연설부터 그러하니, 서양 사람들은 연설의 내용 못지 않게, 아니 내용보다 더 심혈을 기울여 유머를 준비한다. 준비를 하면서, 사람들이 웃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순간적으로 휙 지나가는 촌철살인의 말 한 마디로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가운데, 내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지루하지 않게 각인하는 능력. 이것이야말로 연설과 소감의 백미이다.

 

윤여정은 무엇보다 바로 그런 문화를 제대로 알고 준비했다. 어디에서고 마찬가지였다. 영국 사람들에게는 “잘난 척 하는 네들한테 인정 받아서 더 기쁘다”는 명쾌한 말을 했다. 영국 사람들을 묘하게 치켜세우고 자기도 그만큼 올려서 말하면서도 은근하게 야유하기도 하는 센스가 정말 대단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첫 마디가 “유러피언들이 내 이름을 잘못 불러도 여러분을 용서해줄게”였다(유러피언이라고 했지만 뒤에 여러분이라고 한 걸로 봐서는 서양사람들로 보는 게 맞다). ‘잘난 척하는 영국인'에 이어 이건 한 발짝 더 나아간 소감으로 들린다. 

 

요즘 북미에서는 날이면 날마다 아시아인 혐오 폭행이 터져나온다. 토론토 한인들도 폭행을 당한다. 나 같은 사람도 바깥에 나가면 은근히 신경이 쓰일 정도이다.

 

그런 분위기로 보자면 윤여정의 아카데미 수상소감이 예사롭지 않다. 혐오와 폭행 위협을 요즘 피부로 느끼는 이곳의 나 같은 사람에게는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네들은 나 같은 아시아 사람 이름도 정확하게 못 부르지? 그만큼 네들이 아시아 사람들을 우습게 보는 건 아니니? 사실 나는 그게 불만이었는데 오늘은 상을 줬으니까 용서해줄게.”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지만 그의 이같은 유머에는 이런 뼈가 들어 있다.

 

물론 배우가 이 정도의 내용까지 염두에 두고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수상소감을 준비하면서 수없이 많은 내용과 말들을 고르고 골랐을 터인데, ‘네들은 내 이름 하나도 정확하게 못 부른다. 그러나 용서해준다'는 내용을 맨처음에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영국의 아카데미상을 받으면서 했던 유머와 비교해서도 그렇고, 게다가 아카데미 시상식 전에 봉준호 윤여정 정이삭 등이 북미의 아시아인 혐오 문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 것과도 연결된다.

 

두번째 주목되는 유머 코드는 “두 아들에게 감사한다. 걔들이 내가 일을 하라고 등을 떠밀었다"는 내용. 나처럼 ‘나이 많은’ ‘여성’ 배우도 이렇게 확실하게 밀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이런 자리에까지 올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무겁고 진지한 메시지를 이렇게 유머에 담아 전하는 기술과 능력, 유머에 담지 않으면 썰렁해질 수 있는 내용을 사람들을 웃겨가면서까지 분명하게 전하는 노련함. 저것은 치밀하게 계산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을 큰 이야기들이다. 

 

수상소감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준비했는가 하는 것은 맨마지막에 김기영 감독을 언급한 사실만으로도 알 수 있다. 아카데미상 수상자를 발굴한 명감독인 그분, 지금은 세상을 떠난 그 존재에 대해서도 가장 큰 영화 시상식 무대에 서서  전세계를 향해 이렇게 효과적으로 알렸다.

 

윤여정은 연기에서도 최고였지만 수상소감에서도 정말 최고이다.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는 것 못지 않게 그의 수상소감 또한 이렇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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