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프라하, 비엔나, 부다페스트 세 도시에만 가려 했었다. 어느 사이트에서 보니 프라하에서 자동차를 빌려서 체스키 크롬로프와 할슈타트를 경유해 비엔나로 들어가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도시 간의 거리를 보고 선뜻 결정했다. 멀어야 300km 정도. 토론토에서 뉴욕을 자동차로 자주 갔던 터라 몇 시간 운전은 별로 부담이 되지 않았다. 체코 플젠에서 필스너 맥주공장을 투어하려 했으나 오후 1시가 가장 빠른 시간이었다. 예약을 미리 하는 바람에 괜히 돈만 날렸다. 프라하에서 자동차를 빌렸다. 폭스바겐 골프.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이 차를 타고 움직인 나흘이었다. 체스키 크롬노프에서 1박하고 오스트리아 할슈타트로 바로 넘어갔다. 오스트리아 서쪽에 있는 작은 도시 할슈타튼는 과연 명성 그대로 예뻤다. 호수의 나라 캐나다에 살면서 호수는 지겹도록 많이 보았으나 이렇게 산에 둘러쌓인 호수를 본 것은 오랜 만이었다. 그것도 알프스 산자락이다. 호수는 맑았고, 무엇보다 마을이 예뻤다. 체스키 크롬로프에서도 놀랐지만 할슈타트에서는 더 놀랐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마을 골목들을 마냥 쏘다녔다. 유명 관광지라 하면, 왠지 거부감이 들었으나 할슈타트는 압도적인 힘이 있었다. 소금광산 때문에 수백년 전에 형성된 마을이었다. 관광지로 꾸민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산 흔적이 쌓여 있었다. 몇 시간을 걸어다녔는데도 힘든 줄을 몰랐다. 할슈타트에서는 숙소를 구하지 못해 옆동네 오베르트라운에서 에어비앤비를 잡았다. 오스트리아 중년 주인 내외가 최선을 다해 손님을 맞았다. 잠자리도 편했고 아침도 좋았다. 그 주인 덕택에 잘츠부르크에도 선뜻 다녀왔다. 남쪽 길로 가서 북쪽 길로 돌아오면 좋다고 했다. 가는 길의 풍경이 환상적이었다. 유럽의 저 지역으로 여행을 다시 가게 된다면 바로 그 풍경 때문일 것이다. 민박집 주인이 준 또하나의 팁은 주차장. 시내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구시가지에서 초컬릿이라도 하나 산 다음 주차권에 표시를 받으면 주차 요금이 3분의 1밖에 안 된다고 했다. 커피 한 잔 마시고 표시를 받았다. 하루 종일 세웠는데 15유로. 성에 올라가서 시가지를 내려다 보고, 아래에서는 시내를 걸어다녔다. 예쁘기는 했으나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왠지 고이고 갇히고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만 들었다. 이 도시에서 숙소로 오는 길에 잘츠부르크 시민들이 사는 곳을 지나쳐 왔다. 도시가 예상보다 커서 놀랐다. 프라하에서도 그랬지만 관광지와 시민들이 사는 공간은 완전하게 분리되어 있었다. 관광지로서의 잘츠부르크가 별 매력이 없던 이유가 있었다. 박제화했기 때문이다. <사운드오브뮤직>을 찍었다는 미라벨성을 일부러 찾아갔는데, 실망만 안고 돌아왔다. 안 보느니만 못했다. 그래도 오며 가며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었으니 잘츠부르크를 찍고 온 곳이 의미가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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