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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야기

고려대 총장은 대국민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


  인터넷을 보다가 눈을 의심할 정도의 추악한 뉴스를 접했다. 고대 의대, 그것도 본과 4년생, 그것도 3명이, 모르는 여자도 아닌,  6년간 알고 지낸 같은 과 동기 여학생을 성추행(혹은 폭행)했다는 믿지 못할 끔찍한 뉴스이다. 해외토픽에 오를 만한, 고대 개교 사상 최악의 뉴스 1위에 랭크될 만한 매가톤급이다. 선후배끼리, 동기끼리 유별나게 챙겨주는 걸로 소문난 고대 특유의 문화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생생한 광경을 나는 보고 있다. 무너지는 게 아니라 이미 무너졌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증명하는 뉴스라 보면 더 정확하겠다.

  뉴스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정황이 고약하기 짝이 없다. 술을 먹은 동기 여학생이 잠든 틈에 한 놈도 아닌 세 놈이서 그짓을 저질렀다. 한 놈이 술이 취해 추행 기미를 보이면 다른 놈들이 뒷통수를 후려갈기며 뜯어말리고 멱살을 잡아 경찰서에 끌고가도 시원찮은 판이다. 이렇게 해도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해야 하는 판국에, 한 놈도 아닌 세 놈이 작당을 해 범죄를 저지르고 사진에 동영상까지 찍었다니, 그 추악한 정황을 이야기하기에 적당한 단어조차 생각해내기 힘들다. 

   학교 분위기가 도대체 어떻길래, 철없는 10대 아이들도 아니고, 의대 최고 학년인 본과 4학년이나 된 놈들이 6년 동안이나 함께 공부해온 동기 여학생에게 이런 짓을 벌일 수 있을까? 그들은 서로에게 부끄럽지도 않았을까?

  고려대 당국은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처벌 수위를 정하겠다고 보도되었다. 사건이 갖는 무게에 비해 참 안이한 대응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문제의 심각성을 안다면, 일단은 무조건 대국민 사과부터 하고 보는 게 기본 예의이다. 

  이미 확인하고 본인들이 시인한 추행과 촬영까지 확인되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출교 처분을 내릴 수 있는 확실한 근거가 될 터인데, 경찰 조사 결과를 왜 기다린다는 것일까? 그 학교 출신으로서 외국에 사는 나도 기분이 다운될 정도로 화가 나는 일인데, 더이상 무엇을 기다린다는 것일까? 학교 당국은 자체 조사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가?

  평소, 한국에서 큰 일이 발생하면 객관적인 시각을 얻기 위해 자주 대화하는 중국계 캐네이디언을 오늘 만났다. 그는 한국 역대 대통령의 이름을 줄줄 욀 정도로 한국 현대사에 정통한 사람이다. 고대 의대생들 동기 여학생 성폭행 사건(세 놈이 일을 저질렀으니, 제목을 만들기도 어렵다)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그는 분명하게 말했다.

  "세 사람 인생이 끝났군요. 20년 전라면 모를까 여학생은 점차 괜찮아지겠지요. 그 대학이 명문 소리 듣는다면 총장이 대국민 사과하고 사임해야겠지요."

  경찰 발표를 보고 학생 처벌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는데, 본인들이 인정한 것만으로도 수위를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대학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처벌(출교)이 반드시 내려져야 할 것이고, 총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총장을 비롯해 의대 학장이며 지도교수까지 학생 지도 잘못의 책임을 지고 모두 사임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한참 모자란다. 선생이 되어 이 정도도 하지 않는다면 총장 학장 교수, 아니 선생 혹은 스승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자격도 없는 이들이 선생으로 앉아 있는 대학이라면 앞으로 절대 명문 소리 들어서도 안되고 들을 수도 없다. 듣기를 바란다면 어불성설이다. 나도 누가 고대 간다면 말리겠다. 

  자랑스러운 게 아니라, 요즘은 안팎으로 참 창피한 모교, 고려대학교이다. 토론토에서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