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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야기

고교선배는 왜 대학선배보다 훨씬 편할까?



  캐나다에 와서 대학 동창들을 주로 만나다가 최근 고교 선배들을 만났습니다. 느낌이 달라도 너무나 다릅니다.

  일단 대학 선배들은 만나자마자 말을 놓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처음 본 1~2년 선배가 만나자마자 "야" "자" 하며 말을 놓으면 듣는 후배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함부로 말까고 좀 너무하네" 하고 푸념하는 소리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학 때 부르던 호칭, 곧 '형' 대신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처음부터 '형'이라고 부르기는 많이 쑥스럽기도 하고,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얼마전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가까운 연배의 고교 선배들을 만났습니다. 2년 선배입니다. 만나자마자 말을 깝니다. "야, 후배를 얼마만에 보는 거냐. 정말 반갑다." 그런데 반말을 들어도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겹습니다. 이 선배가 "성우제씨, 반갑습니다"라고 했다면 어색하고 거리감이 생겼을 겁니다. 대학 하고는 정반대입니다.

  나도 화답합니다. 형이라는 말이 바로 나옵니다. 그 형은 말합니다. "우제, 이 형이 말이야, 아무리 돈 없어도 너한테 술 사줄 돈은 있다. 언제든지 산다. 알겠냐?"  이 말이 어색하지도 않고 참 자연스럽습니다. 물론 술 사준다고 하여 매일 전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1년에 한번을 얻어먹는다 해도 무지하게 고마울 것입니다. 그만큼 편합니다. 내가 선택해 들어간 학교가 아니라 의지와 관계없이 배치된 곳인데도, 선택해 들어간 대학보다 훨씬 가깝고 편하게 느껴집니다.

  대학 선배들은 점잖고 근엄합니다. 나도 후배들에게 그렇습니다. 10년 후배도 만나자마자 쉽게 말을 놓지 못합니다.  웬만큼 친하지 않으면 꼭 이름 뒤에 "씨"를 붙여야지,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내가 불편합니다. 형이라는 소리도 잘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 선후배를 만난다면 사정이 정반대가 됩니다. 긴장을 하지 않습니다.

 고교 선배들은 왜 대학 선배들보다 편할까? 그것도 훨씬...고교 선후배라는 인연이, 대학보다 훨씬 어릴 때 맺어진 것이어서, 바로 그 시절 정서로 돌아가게 해서 그런 것인지... 

  어찌되었건, 고교 선배는 대학 선배보다 훨씬 편하고, 또 만만하기까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