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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야기

연봉 최고 高大 교수님들, 몸값들은 하고 계십니까?


   요즘, 세상에 참 이상한 뉴스도 다 있네 하는 내용을 자주 접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고대 정교수의 평균 연봉이 1억5천만원이 넘어 한국 최고라는 것이다. 제목을 좀 자극적으로 뽑은 어느 신문은 '연대는 고대의 63%'라며 친절하게 계산까지 해주었다. 연대 정교수의 평균 연봉은 9천만원 선이고, 서울대는 연대보다 더 낮다.

  이 뉴스를 보고 많이 놀랐다. 20여년 전 대학원에 다닐 때 어느 선생님께서 농담삼아 "예전에는 고대 교수들 인기가 장안의 기생들에게 참 좋았지"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1970년대초 의대를 유치하기 위해 우석대를 인수하고 동아일보 사태 때문에 재단의 돈이 탕진되다시피 하면서 월급이 동결되었다는 것이다. 동결되기 전의 월급은 단연 전국 대학 톱이었고, 2위보다 3배가 많았다고 하니, 장안의 기생들에게조차 인기가 좋지 않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하긴 석학이라 꼽히던 문과대의 한 교수는 1970년대초 서울대에 갔다가 월급이 너무 적어 고대로 옮겨왔다는 소문이 있었다(그 분 정년 퇴임 후 소문은 사실로 밝혀졌다). 집안이 너무 가난하여 서울대 월급으로는 도저히 생활을 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했다.

  그후 고대 교수들 연봉은 인상폭이 작고, 다른 대학에서는 계속 오른다고 했다. 교수 월급 때문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대학 다닐 적에는 학교가 어느 면에서 좀 빈티가 난다는 느낌이었다. 촌티가 우세한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랬다는 것이지 빈티의 뚜렷한 증거는 없다. "과거 장안의 기생들에게 인기가 좋았지"라고 하시던 어느 선생님의 말씀은 '지금은 월급이 별로다'라는 어감이었다.

  과거 고대 교수사회는 석학 집단일 뿐만 아니라 시대상황에 가장 예민하고 용감하게 대응하는 지성 집단이었다고 기억한다. 몇몇 학생들 외에는 대학 사회에서 찍 소리조차 내지 못하던 80년대 중반, 두 차례에 걸친 고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80년대 민주화에 구체적으로 불을 당긴 사건이었다고는 나는 기억한다.  용감하기도 했지만 타이밍이 절묘했다.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전국으로 번져나가 전두환이 무릎을 꿇었다.

  교수들에게 몸값을 했다고 하면 대단히 실례되는 표현이 되겠으나, 어쨌건 고대 교수들은 과거 학문이나 행동에서 한국 지성을 대표하는 집단으로서의 역할을 했다. 고대 당국은 몸값뿐만 아니라 교수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강만길 선생님으로부터 강의 시간에 직접 들은 이야기다.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 의해 해직 당해 학교를 떠났을 적에도 학교는 교수 연구실을 그대로 유지했고, 음으로 경제적 지원까지 해주었다고 한다. 물론 정권은 연구실을 없애라고 압력을 가했다 하고. 강만길 교수는 학교 당국이 참 고맙다고, 우리 대학을 사랑할 수밖에 없노라고, 학생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그것을 듣는 우리는 뿌듯했다. 우리 때는 그런 감동이 꽤 많았다. 총장 퇴진 데모가 유행하던 시절, 물러나지 말라고 데모한 적도 있었다.

  

교수 월급으로 치면 콧대가 가장 높은 고고한 대학이다. 학문으로도 그 값을 하는지 궁금하다. 값을 못할 때 교수 월급 후려치고 그 돈으로 학생들 등록금 깎아주면 학교 발전에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오마이뉴스에서 빌려온 사진이다.
   
  요즘 교수 집단의 사회적 역할이 예전과는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한국에서의 사회적 대우만 생각해도 그 중요성이 줄어들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에 사는 나로서는 교수들이 어떻게 사회 참여를 하는지 모르겠고, 학교에 몸담고 있지 않으니 학문적인 성과 또한 잘 모르겠다. 바깥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대학평가 때 나오는 교수들의 연구 업적 정도이다.

  교수들의 존재 이유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연구라고 한다면, 고대 교수들은 몸값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어느 신문에서 친절하게 계산해준 대로, 고대 연봉의 63%밖에 못 받는 연대 교수들의 연구 업적이 더 뛰어나고 바로 그것이 대학 순위를 정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면 고대 교수들은 부끄러워 해야 한다. 연봉에 값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처럼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방출하는 제도가 있다면, 쫓겨나야 할 교수들이 많다는 얘기다.  

   1980년 전두환 장군이 언론통폐합을 단행하면서 기자들 월급을 엄청나게 올려놓았다. 관제 언론이라고 그렇게들 욕하면서도 대학가에서 신문사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몰랐다. 언론 고시라는 말이 나온 것이 그즈음이고, 나도 그 덕을 많이 보았다. 인기를 높인 가장 중요한 것은 높은 월급이었다. 인기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인자들이 많이 몰린다는 뜻이다.

  물론 정확하게 대입할 일은 아니지만 라이벌인 연대보다 37%나 높은 월급을 많이 받는 고대에 좋은 인자들이 그만큼 더 많이 모이는가를 한번쯤 따져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좋은 인자가 몰려와도 학맥의 장애물을 넘지 못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좋은 인자를 스카우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대의 현주소는 어느 쪽에 가까운지 궁금하다. 대학의 주인이라는 교수들이 여전히 이렇게 좋은 대접을 받는데(연봉 1억5천 이상과 1억 이하는 엄청난 차이이다), 과거 선배 교수들이 했던 '몸값'하는 전통은 까먹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좋은 전통은 죽을 힘을 다해서 지켜야 하는데….

작년 이맘때 고대 재학생 한 명이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겠다며 스스로 튕겨져 나갔다. 나는 저 대자보를 고대에 가서 직접 읽었다. 어른으로서 마음이 아팠다. 대학의 어른인 교수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아파했는지 나는 몹시 궁금했다. 겉으로 드러난 반응은 없다. 지성 집단으로서 높은 몸값을 분명하게 하던 고대 교수사회의 전통이 끊어진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 고대 교수사회는 성적에 따른 방출을 각오해야 공정한 것이 아닌가? 제자가 이렇게 못 견디고 튕겨져 나가는 판국인데…. 아니면 이 학생처럼 교수들 스스로 못 견디어 튕겨져 나가거나…. 

  내가 높게만 보이던 교수사회에 대고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연배가 된 게 갑자기 슬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