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성우제) 오늘 뉴스를 보니 도요타에 이어 혼다 자동차까지 대량 리콜 사태를 맞이했습니다.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 한국 이민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자동차는 일제였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잔고장이 없다, 둘째 중고차 가격이 높다. 한국에서 주로 현대차를 몰면서 경험했던 잔고장의 악몽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한 까닭은, 이곳은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나는 일본차를 그리 선호한 편은 아니었으나 현대차는 타기 싫었습니다. 한국에서 10년 이상 충성을 했으니, 다른 브랜드를 타보고 싶었습니다. 일본차에는 내가 원하는 모델이 없어서 포드 포커스를 4년간 탔습니다. 12만km를 뛰는 동안 잔고장이 거의 없었습니다.

   가게 운영 관계로 큰 차가 필요하게 되었을 때, 나는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혼다 오딧세이로 바꿨습니다. 도요타의 시에나와 비교해 가격은 3천불 정도 비쌌으나 힘이 좋았습니다.

  오딧세이에 대한 만족도는 퍽 높은 편입니다. 무엇보다 고속도로에 오르면 그 힘과 속도가 어떤 차에도 밀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잔고장이 없다는 일본차답지 않게 이런 저런 자잘한 고장이 많습니다. 현대차에도, 포드 포커스에도 없던 잔고장들입니다. 물론 엔진파트에는 3년6개월간 12만5천km를 뛴 지금까지 문제가 없습니다.

  잔고장 1. 운전석 파워 윈도 장치가 금방 고장났습니다. 겨울에 닫히질 않아, 딜러숍까지 끌고가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워런티 기간이라 무상으로 고쳤습니다.

  잔고장 2. 연료통 입구의 안쪽 판이 사라졌습니다. 보통 연로통 뚜껑을 열면 스프링 장치로된 판이 부착되어 있고, 주유기로 그것을 밀면서 휘발유를 넣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그게 사라졌고, 연료통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가 들어오다가 그마저 금방 없어졌습니다. 운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어서 그냥 다닙니다.

  잔고장 3. 운전석 뒷쪽 문의 잠금 장치가 안에서 부러졌습니다. 키를 조작해도 자동으로 열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손으로 올려도 올라가지 않습니다. 손으로 올린 뒤 바깥에서 열어야 문이 열립니다. 운행에 지장이 없어 그냥 다닙니다.

  잔고장 4.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으나 어느날 배터리가 방전되는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기술자도 그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연결 부위의 문제점 정도로 예상.

  잔고장 5. 고속으로 잠시 달리면 베어링에서 '웅' 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시동을 끄고 잠시 후 다시 달리면 그 소리가 사라집니다. 운행에는 지장 없으니, 저속에서도 소리가 들리면 교체하자고 했습니다.

  잔고장 6. 키의 배터리가 다 되어 교체하려 하였으나 나사가 너무 작고 마모되어 열 수가 없습니다. 키 하나는 그냥 수동으로 사용중입니다.

  물론 엔진 파트와는 상관없는 잔고장들이고, 또한 짐차로 사용하는 관계로 좀 험하게 운행한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소소한 잔고장은 많은 편입니다. 누가 일본차에 잔고장이 없다고 했는가, 하고 따질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내가 경험한 자잘한 경험만 생각해도, 최근 벌어지는 일본차 리콜 사태는 크게 놀랄 일이 아닙니다. 잔고장 없다는 일본차에 이렇게 잔고장이 많다는 사실이 더 놀랍습니다. 혼다 딜러숍에 가면 바가지를 엄청 씌우기 때문에, 그냥 저냥 타려고 합니다.

  다음 번에는 현대차를 새로 경험하고 싶습니다. 미국차의 인기를 앞지른 지는 오래 되었고, 1월에는 어부지리로 판매가 35%나 뛰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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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빨간來福 2010/02/10 00: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교적 추운곳이라 차는 상당히 중요할듯 하네요. 전 현대차가 좋더라구요. 그간 일본, 미국, 한국의 차를 골고루 타보았는데, 현대차가 그래도 나은듯 합니다. 지금은 기아를 타는데, 미칩니다. 잔고장에 부품없어 고장이라도 나면 한달간 렌트신세....ㅠㅠ 같은 회사라서 안심했었는데, 그건 아니더군요.

    암튼, 일본의 신화는 깨진것 같습니다. 고소하다는것이 아니라 타산지석으로 삼아 잘 나갈때 방비하는것이 좋겠다는 뭐 그런 이야기랍니다.

  2. 오딧세이가 2010/02/10 0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카니발급 차량이 맞나요? 그 차체로 고속도로에서 밀리지 않는다니 신기하네요.
    소나타,투산,K7(카젠다),소렌토 등등이 새로 출시되는 과정에서 운도 좋게? 도요타와 혼다 리콜이 터져나오네요.. 요즘 현대는 기세가 그래서 그런지 뭘 해도 운이 따르나봅니다.
    슈퍼볼선전도 재밌게 해놨던데 그들의 기세가 대단한거 같네요.

  3. 좋네요 2010/02/10 0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직접 타시는 분이 알려주시니 믿을만하군요
    요즘 현기차 까느라고 일본차 무작정 띄우는 사람이 많아서
    이런 글을 보고 싶었습니다



(토론토=성우제) 블로그를 함께 하는 김상현씨가 메일을 하나 보내왔습니다. 서명숙 선배 블로그에 댓글을 남겼더니 답장이 왔다고 했습니다. 반가운 김에 전화를 했더니, 예의 그 큰 목소리로 "야, 우제야"라며 단박에 목소리를 알아맞췄습니다.

  2002년 뜻한 바가 있어 그녀가 토론토로 2주간 '정신적 망명(정치적 망명이 아닙니다)'을 단행한 이후 잠시나마 처음 나눠본 대화입니다. 1989년 5월 한 직장에서 처음 만나 꼬박 13년 동안 지지고 볶으며 한솥밥을 먹은 사이여서 지금도 나에게 "우제야"라고 서슴없이 이름을 부릅니다. 

  서명숙 여사의 애초 별명은 '맹숙 언니'입니다. 맹하다고 맹숙이 아닙니다. 이름을 코믹하게 만들어 그렇고, 맹렬하다고 맹숙이었습니다. 본격적인 정치부 여기자 1호를 기록하더니 그 맹렬함이, 이제는 다들 아시는 제주올레로 옮겨갔습니다.
  
  제주올레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발을 떼는 순간 정점에 올랐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묻혀 있던 조물주의 '작품'을 발굴해 세상에 소개했기 때문입니다. 조물주의 작품은 그것 자체로 완벽하기 때문입니다. 이밖에도 제주올레가 단박에 세계 최고의 문화 이벤트 경지에 단숨에 오른 이유를 꼽자면 수도 없이 많습니다. '속도전에 지친 현대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숨구멍을 제공한다' 따위의 수사는, 신문잡지 기사에서나 소용되는 '헛소리'에 가까운 것이고,,, 자전거 타며 놀던 작가 김훈이 직업란에 '자전거 레이서'라고 쓰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일단, 운동에서부터. 평범한 사람들의 운동 가운데 걷기 운동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합니다. 조금 빠르게 걷기야말로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유산소 운동을 가능케 하는 가장 효과적인 운동입니다. 걷자고 온 길에서 혼자 뛸 수는 없는 노릇이니, 올레길에만 들어서면 가장 좋은 운동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저는 이 운동을 대학시절부터 수안보에서 문경새재를 넘으며 여러 차례 경험했습니다.

  둘째. 혹자는 걷기에 대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합니다. 산책은 사색이다, 자기를 돌아보게 한다 하면서... 이 또한 신문잡지의 기자들이 문화면에서나 쓸 수 있는 공허한 소리에 가깝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공허한지 저런 헛소리들을 많이 써봐서 잘 압니다.

   걷을 길을 일부러 찾아 걸을 때, 머리에 남는 것은 '아무 생각 없음'입니다. 일상에서 슬쩍 빠져나와, 아무런 생각도, 목적도 없이 그냥 정처없이 걷는 겁니다. 걷는 길에서는 걷지 않으면 안되고, 걷다보면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걷다 힘들면 '내가 왜 이 짓을 하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복잡한 곳에서 몸을 빼는 것만으로도 무념의 상태 혹은 한 가지 단순한 생각에 도달하는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제주 섬은 그 풍광이 아름답기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올레길에 서면 하늘과 바다와 산을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외국에 살다가, 몇년 만에 제주 섬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서귀포의 하늘과 바다를 보면서 눈이 부셔서, 거의 눈을 뜰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한라산이라는 명산이 고개만 들면 눈 한 가득 들어옵니다. 바로 이곳에 길을 내어 '함께 걷자'고 제안하고 있으니, 사람들은 그 풍경 감상만으로도 거의 까무라칠 것입니다. 대학 시절 여행 때나 신혼여행 중에 버스 혹은 택시 안에서 보던 제주의 풍광을, 자기 발로 직접 땅을 밟아가며 느긋하게 감상하는 황홀함은 지상 최고의 미술관에서 최고의 미술품을 감상하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이름도 기가 막히게 잘 지었습니다. 제주 섬 토속어를 동원하여 '올래?'라는 의미까지 더했으니 말입니다.

  어제,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전화로 자랑을 했습니다. "야, 성우제, 너 그거 알아? 택시를 타도 요금을 안받으려 해. 호호 " 지난해 상반기에만 8만명이 다녀갔다니, 그곳을 찾아간 이들이 택시뿐 아니라 지역 경제를 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주도의 관광은 박제화된 것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호텔에 묵으며, 골프장이나 정해진 관광 명소를 찾아다니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그 명소 곳곳을 선점해 주야장창 장사를 하는 곳은 다름아닌 뭍에서 온 대자본입니다. 제주 사람들은, 제주 관광에서도 들러리로 밀려난 처지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주올레를 찾는 사람들은 다르답니다. 작은 동네에서 민박하고, 작은 식당에서 밥먹고, 작은 시장에서 토산품을 삽니다. 더군다나 제주 섬에서도 포화 상태에 이른 자가용과 렌터카 과잉 때문에 택시 기사들은 거의 밥줄이 끊길 지경인 터에, 올레 사람들이 걷기를 끝내고 하는 수 없이 숙소까지 택시를 이용해야 하니, 또한 택시를 이용할 정도의 여유는 있는 사람들이니 기사들이 환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관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문화와 관광으로 불러일으키는 부가가치가 이렇게 '눈에 보이게' 나타나니, 이것이야말로 문화산업의 모범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수십년 전부터 선진국들은 자기네가 지닌 문화예술 자산을 가지고 문화전쟁을 벌여오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루브르, 영국의 대영박물관 등이 미술 이미지를 가지고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지, 또 날마다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여 돈벌이에 얼마나 혈안인지 모릅니다. 게다가 축제는 어떻습니까? 프랑스의 인구 7만 도시 칸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은 바로 영화제 때문인데, 칸이 세계 영화 발전을 위해 영화제를 하느냐? 그게 첫번째 목표인가? 천만의, 만만의 콩떡입니다. 영화제를 띄워 도시를 홍보하고(영화제 때는 영화시장 열어 돈벌고), 1년 내내 그 유명세를 이용해 돈을 벌어들입니다. 관광 수입은 새발의 피고, 영화제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 각종 국제회의, 페스티벌을 유치하여  떼돈을 벌고, 그것으로 먹고 삽니다.

  도시마다 앞을 다투어 여는 지역축제의 가장 큰 목적은 지역 주민의 화합과 지역 경제 활성화입니다. 볼거리를 만들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면 화합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영화제다, 비엔날레다, 문화유산이다, 미술관, 연극축제다 하여 전세계 도시들이 떠들썩한 가운데서도, 내가 보기에, 제주올레를 따라올 만한 문화 이벤트는 없습니다. 주야장창 제 아무리 뛰어난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 문물이라고는 하나 사람이 만든 것을 조물주의 작품에 비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사시사철 언제나 열여 있고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니,,,

  제주올레는 서맹렬 여사가 발견한 조물주의 작품입니다. 그 작품을 발굴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소개한 것입니다. 발굴을 했다고 하나,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 것입니다. 거기에 있었으나 거기에 있는 줄 아무도 몰랐습니다. 기자시절에도 서맹렬 여사의 강점 가운데 하나는 '번쩍 하는 황홀한 순간'이 자주 있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 '황홀한 순간'을 낚아채어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을 뿐입니다(번쩍 하는 순간이 황홀하지만은 않았던 것이, 기사가 조금만 늦어도 뚜껑이 번쩍하는 순간에 열렸기 때문입니다. 기사 아무리 잘 써도 마감 조금만 넘으면 후배들을 엄청나게 쥐어박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몸서리가...아이고...).


  이벤트 한다고 큰 돈 들여 건물 짓고 도로 내고, 홍보 한 것도 아닙니다. 멀쩡하게 나 있는 길과 길을, 포크레인 몇 삽으로 이어붙였고 길을 가로막는 골프장이 보이면 골프장 자체를 길로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골프도 어찌보면 걷자고 하는 운동이니(이런 거 생각하면 카터 타고 골프치는 사람들 좀 이해가 안됩니다), 같은 운동을 하는 이들이 골프장을 잠시 가로질러가겠다고 하는데 같은 종목 선수끼리 시비는 걸지 않을 것입니다. 홍보 또한 떼돈 들여 한 게 아니라 그저 입소문으로 알음알음 알려져서, 작년에는 토론토의 어느 분이 제주올레에 다녀왔다고 제게 자랑을 할 정도입니다. 입소문 홍보만큼 무서운 게 없습니다. 토론토에까지 왔기 때문입니다. 어제 맹렬 여사가 뭐라고 뭐라고 이야기했으나, 토론토에 앉아서도 이미 다 아는 내용이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걷는 길을 가보니, 군데군데 차도와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반면 제주올레는 동네길, 밭길, 바닷가길 들로만 이어져 있답니다. 

  서맹숙 여사는 코스를 하나 열 때마다 세계적인 특종을 한 기분이라고 했습니다. 기자에게 대형 특종이란 몇날 며칠을  사그라들지 않는 오르가즘 속에서 사는 것과 똑같은 경지입니다. 게다가 '흙에 살리라' 하며 귀향해 고향을 세계 만방에 알리고 있으니, 기자 출신 가운데 이렇게 잘 풀린 경우도 드뭅니다. 

  캐나다에서 봐도 제주올레길은 이렇게 대단합니다.

 뒷말 : 제가 G20 이벤트 기획자라면 20개국 정상들을 제주올레로 보내, 각기 마음 가는대로 짝지어 이야기하도록 길 위에 풀어놓겠습니다. 1~2시간만 걷게 하면 오죽 많은 이야기가 오가겠습니까만서도... 제주의 아름다움도 전세계에 자연스레 소개하고... 마침 정상회담 기간이 제주올레 축전과 겹치는군요. 서울에서 백날 해봤자, 더이상 알릴 것도 없을 터이니...


*사진을 올리려 아무리 용을 써도 안됩니다. 아쉽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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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영희 2010/02/05 21: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성우제씨랑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고, 같은 대학출신이고, 또 저와 동갑이고.. 이런 뎐.챠.로. 몇년전 그 직장의 해직** 문제로 시끄러웠을때 우연히 서맹렬 여사의 블로그를 알게되었는데, 그 블로그에서 써내려갔던 내용들.. 학창시절에 데모하던 얘기, 또 어느 여자선배 이야기, 또 아들네미 군대보낸 이야기.. 등등의 포스팅을 제 눈으로 읽은게 아니라 제 마음으로 읽곤했었는데.. 어느날, 서맹렬 여사께서 아르헨티나였나요? (다시 찾아보니 스페인 산티아고 길이었군요. 어쩐지 자신없더라니..)그 걷는 길에 다녀오겠노라는 포스팅을 읽었던게 엊그제같은데.. 그 스페인 산티아고길에서 힌트를 얻어 제주올레를 기획하고 그리고 대히트를 치고.. 그런 얘기를 알음알음으로 듣고있었습니다. 그녀의 블로그를 즐겨찾기해두고 당시엔 가끔 들렀었는데..

    현숙이는 가까운 친지분이 제주도에 살고계셔서 제주도에 자주 가더군요. 제주 올레길의 그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자주 얘기하던데, 저는 제주올레에 가고싶다는 마음만 있지. 아직 실행으로 옮기진못하고있습니다. 올레에 참석하려면 최소한 4박5일정도는 문을 닫아야하는데 아직은 5일정도 문닫고 훌쩍 제주로 뜬다는게 쉽지가 않네요. 지금 문닫고 나중에 좀 더 오래 일하면되잖아 라고 생각할 수도 있긴한데 그게 참 실행하기가 쉽지않아요. 캐나다 해밀톤에 사는 이종사촌들이 한번 다녀가라고 그렇게 노래를 하고있는지가 어언 7-8년째인데도 그것도 못하고있고.. 이러다 결국 생각만 하고 실행은 단 하나도 못한채 저 세상으로 가는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드는 중입니다. 제가 무엇때문에 이렇게 현실에 목메고 살고있는지도 모른채 말입니다.

    • 성우제 2010/02/05 17:39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째 글을 올리자마자 댓글이... 여기는 오후 5시쯤이었는데...
      일찍 일어나셨군요. 아마도 영희 언니가 맹숙 언니와 만나면
      더없이 좋은 친구가 될 터인데... 여러 모로 잘 맞을 듯 싶어요.
      제가 캐나다에서 원거리 중매할테니,시간 내서 꼭 한번 가세요.

      그렇지 않아도 현숙이한테도 제주올레 이야기 듣고 감동...
      이야기 듣고 사진만 보고도 감동 받으니 가보면 거의
      실신지경이 되지 않을까... ㅎㅎ

  2. 눈썹달 2010/02/07 06: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핸숙입니다..^^
    제주올레가 꺼져가던 제주의 경기를 되살린건 분명한 사실인듯 합니다..
    저랑 같이 사는 사촌동생..집이 제주인데..
    제주행 항공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군요..
    연휴때 제주로 여행가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거지요.

    서맹숙 이사장님이랑 통화 하셨군요.
    저는 멀찌감치서 몇번 뵙긴 했습니다만,
    이제는 워낙에 유명인이 되신 관계로..
    아는척 안해 드리는게 도와드리는 것이려니..했었는데..
    올 봄에 서귀포 가면 우제성 이름 팔고 꼭 한번 만나뵈야겠습니다..ㅎㅎ
    그 분 좋아하신다는 와인 한병 안고 말입니다..^^

    영희언니랑 제주올레 함 가야는데..
    원장님이 시간 내시기가 워낙 힘드신 분이니..
    10년후에 제주가서 함께 살기로 한 약속만 가슴에 담고 있습니다..
    작년에 그렇게 하자 하셨으니..
    이제 9년 남았습니다..ㅋㅋ
    우리 제주가서 살면 우제성도 꼭 놀러오세요..

    제주올레가 생기기 훠~얼씬 전부터..
    언젠가 제주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품고 살았습니다.
    구정 지나고..또 제주에 갑니다..
    이번에는..
    땅 보러 갑니다..^^

  3. 마시간 도사 2010/02/07 07: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캐나다 오기전
    친구들과 송별회겸 올레를 걷기로 예정 했다가
    갑작스런 치과 치료와 겹쳐 버려 포기 했는데
    성우제님 글을 보니 올레길을 걸어 보지 못하고 캐나다로 온것이
    무척 후회가 되는 군요.......

  4. gilmour 2010/02/07 09: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같은 제주출신에게 사람들이 왜 이렇게 '올레'길에 집착(?) 내지는 열광하는지 현재까지도 충분한 이해를 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다만, 거의 2년에 한번씩 회사의 컨퍼런스가 제주에서 진행되는 관계로, 동료들 그리고 컨퍼런스 참석자들과 지난 1월 말에 제주에 갔을 때는 많이 달라져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평일인데도 항공기는 빈자리를 찾아볼 수가 없었고 호텔 주변과 신제주/연동 주변의 유흥가에서 보이는 많은 관광객들. 게다가 팀내의 막내인 여직원이 올레길을 꼭 가보자고 해서 기사님께 부탁해서 올레길을 막상 가보았는데, 느낌이 많이 다르더군요.

    3년 전으로 기억하는데, 그 당시에는 갖지 못했던 새로움을 확실히 알 수 있었고, 게다가 주변 식당에는 올레길 방문객 - 단체 방문객 - 들로 인산인해였습니다.

    • 성우제 2010/02/07 15:02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름답기 때문이지요. 맨날 보면 모르는데, 가끔 보면 그 가치를 더 잘 느끼게 되는 게 아닐는지요. 음악 잘 들었습니다. ㅎ

  5. 2010/02/07 20: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 입니다



 (토론토=성우제)  캐나다 밴쿠버 동계 올림픽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토론토는 조용합니다.   밴쿠버와 토론토가 아무리 동서 땅끝으로 떨어져 있다고 하나 같은 캐나다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토론토는 명실상부한 캐나다 최대 도시입니다. 행정 도시만 아닐 뿐 캐나다의 중심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런 토론토에서, 올림픽의 열기는커녕 올림픽이 캐나다에서 열리기는 하는가 의구심을 가질 정도로 조용합니다.

  물론 텔레비전을 보면 가끔 소식이 나오기는 합니다. 그러나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앞두고 방송사가 나서서 '준비 상황'을 자세하게 점검한다든가 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그러고 보면 한국의 신문 방송사들은 전문가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들 준비 상황을 나서서 점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참 오지랍도 넓습니다). 

  신문도 마찬가지입니다. 토론토의 유력 일간지 '토론토스타'에도 스포츠면의 두번째 기사쯤으로 취급될 뿐입니다. '올림픽 앞으로 00일' 하면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카운트다운을 자발적으로 시작하면서 독자들을 긴장시키고 기대감을 갖게 하는 한국 신문과는 참 대조적입니다. '토론토스타'에는 스포츠 면에 2주 전부터 카운트다운이 작게 나올 뿐입니다.

  그렇다고 신문이 스포츠에 관심이 없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지난 일요일 올 시즌 연전연패로 죽을 쑤던 NHL 토론토 메이플립스가 초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는데, 그 기사가 1면 톱, 그것도 대형 기사로 나왔습니다. 스포츠면에 자세한 해설 기사가 실린 것은 물론입니다. 

 

 매체에서 이러하니, 거리에서는 도대체 올림픽 분위기를 느낄 수가 없습니다. "김연아가 한국 출신이야" 하고 우리 가게 손님들에게 으쓱해서 말하면 "갸가 누군데?" 하고 묻습니다. "브라이언 오서 알지? 오서의 제자야"라고 하면 십중팔구는 "브라이언 오서가 누군데?" 하고 또 묻습니다. 십중일이만이 "갸가 가가?" 하고 되물어올 뿐입니다. 신문에서 김연아를 소개해도 '거장 브라이언 오서가 만든 머신' 정도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올림픽을 위해 NHL이 쉬면서 각국 하키팀이 꾸려지면 그 열기가 서서히 전해지지 않을까 싶은데, 그 또한 하키 팬들이 많기 때문이지 올림픽 자체에 관심이 많이서가 아닙니다.

  88올림픽이나 2002 월드컵 같은 이벤트가 전국민적 관심사가 되어, 정부와 매체가 만들어내는 분위기에서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게 했던 한국과는 참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올림픽을 개최하는 나라가 이래도 되는 것인지 잘 적응이 안됩니다. 캐나다가 이상한 건가, 내가 이상한 건가...

*근사한 사진을 찾아 올리려 했는데 시스템 문제로 업로드에 실패한다고 자꾸 나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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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영희 2010/02/03 01: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캐나다가 이상한겁니다요.^__^

    나라에서 판을 벌인다싶으면 적당히 으쌰으쌰~!하며 추임새도 넣고 어깨도 들썩거리고 그래야지.
    거 뭐 그리 잘났다고 쌩~!허니 모른척 쌩깐답니까? 안그려요? ^__^

    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그 뭐시냐.. 판 깔아주면 신나게 노는것.. 그거 정말 맘에 듭니다.

    연아는 저의 오랜 마음의 등불같은 아이라.. 쥬니어때부터 연아는 제 꿈의 실현대상이었거든요)
    제가 아주 어렸을때 피겨를 잠깐 배웠던터라 연아가 치아교정을 하기전부터 언젠간 연아가 큰 일을 해낼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들더니만.. 드디어 일을 내더군요.

    연아는 이제 제가 아니어도 수많은 팬들이 있으니 제 꿈은 다시 더 어린 피겨 꿈나무 아이들에게로 옮겨졌습니다.

    연아가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무슨 메달을 따더라도, 아니 메달을 따지못하더라도.. 그 아이가 최선을 다했고 자신의 경기에 만족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행복할것같습니다.

    요즘 우리나라 아이들중에는 어쩜 그리 세계적으로 뛰어난 재주를 가진 아이들이 속속 나타나는지 그저 기특할 뿐입니다. 참으로 좋은 일이여요~

    • 성우제 2010/02/03 13:23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한국과 캐나다의 분위기를 딱 반만 합치면 좋겠습니다.
      너무 조용하지도, 시끄럽지도 않게...

      우리나라 아이들이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은 것은
      한국이 그만큼 잘 살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때만 해도, 야구 장비부터 일본에 뒤져서 게임도 하기 전에
      주눅이 들었다는데 지금은 모든 면에서 맞짱을 뜨지 않습니까.

  2. 빨간來福 2010/02/03 08: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캐나다 전체적인 나라의 분위기가 으쌰으쌰가 없어 정말 재미없는 나라라고 제 친구는 늘 불평을 합니다만.... 올림픽이든 다른 스포츠이벤트든 사실은 한국이 너무 떠들썩한건 아닌가 생각해 보네요. 뭐 그래도 관심을 가져줘야 흥이 듣느넉시이긴 하지만 말입니다.한 중간쯤 없을까요? ㅎㅎ

    • 성우제 2010/02/03 13:24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래도 자기들 좋아하는 건 한국 저리 가라입니다.
      하키가 그런 경우죠.

  3. 보라매 2010/02/03 10: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샤으샤!!' 해야 재밌죠. 그런 재미도 없으면 우찌 살지??? 남들이 안하면 나 혼자라도... ㅋㅋㅋ

    • 성우제 2010/02/03 13:25  댓글주소  수정/삭제

      올림픽을 놓고 보면 밴쿠버는 꼭 남의 나라 같습니다.

      하키에 관한 한 분위기는 다를 겁니다.

  4. 사노 2010/02/03 22: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토론토가 조용한것은 땅이 넓어서 실제감이 떨어지는것도 있겠지만 사실 토론토 대다수 사람들의 삶이 너무 팍팍하고 먹고 살기도 빠듯하고 당장 주급을 못받으면 랜트비 식생활비를 걱정해야하는 사람들이 주민의 60%를 넘고 또한 캐나다에 살지만 120개국 이상에서 온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토론토 사람들은 실제는 자신이 떠나온 나라를 모국으로 여기기에 밴쿠버의 운동경기는 남의 집에서 벌어지는 잔치와 다를바 없는..다운타운에서는 연중 수많은 세계적 행사가 끊임 없지만 정작 수많은 이민자들은 날마다 노동시장에 나가기 위해 도시락통을 들고 광막한 새벽 어둠속에 길게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TTC를 탈때 발견되는 보통 사람들의 얼굴에 가득찬 삶의 무게..무표정..희망은 복권(로또)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벤쿠버 올림픽이 토론토 사람들에겐 큰 의미를 못갖는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점에서 신문들이 눈치는 있다고 봐야 될런지요..ㅎ

  5. 하하 2010/02/04 00: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캐나다 크기가 한국과 비교하면 어마하게 크다는건 아시죠? 같은 캐나다라 하더라도 이번 동계올림픽은 BC주, 더 줄여서 밴쿠버만의 축제라고 보시면 될겁니다. 밴쿠버에 사는 저는 아침 신문마다 동계올림픽 기사들로 시작해서 여기저기 2010 동계올림픽 로고가 있는 옷들을 입은 사람들 등등 올림픽이 얼마 안남았다는걸 실감하거든요. 광고판에는 올림픽 스폰서 광고들로 즐비하고, 쇼핑몰, 아파트 등에도 캐나다 국기가 많이 걸린걸 보죠. 올림픽 시작하면 저도 집 창문에 태극기과 캐나다국기를 함께 걸어놓으려고 합니다. 이번 동계올림픽 기대가 되네요.

(세인트 앨버트 = 김상현신문과 방송, 무엇보다 웹에서 큰 호기심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애플의 아이패드(iPad)가 지난 1월2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그 실체를 드러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모세에, 아이패드를 십계명에 견준 이코노미스트의 최근 표지.

애플은 거의 언제나 언론과 일반의 눈과 귀를 잡아끄는 데 탁월한 기량을 발휘해 왔고,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반의 높은 관심이 언론의 집중 조명 때문인지, 아니면 본래부터 애플의 종교적 추종자들이 워낙 많아 언론이 애플에 유달리 관심을 보이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과 비슷하다). 아이패드가 어떤 모양일 것인가로부터 어떤 기능들을 갖출지, 사양은 어떤지, 심지어 그 전략은 무엇일지 등 온갖 추측과 억측과 기대와 풍문이 난무했다 (미국의 권위지 '애틀랜틱 먼슬리'의 웹사이트중 하나인 애틀랜틱 와이어는 그러한 동향을 비교적 차분하게 좇아온 경우이다. 거기에 실린 기사만 훑어도 아이패드를 둘러싼 열기와 관심의 흐름을 짚을 수 있다).

상상보다 그 실체가 더 나은 경우는 많지 않다. 아이패드도 예외가 아니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소개하며 쏟아낸 온갖 현란한 형용사들에도 불구하고 아이패드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잔뜩 맞은 아이팟이나 아이폰 같았다. 

잡스가 얼마나 지나치게 과장된 형용사들을 쓰는지만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 amazing, unbelievable, awesome, great, really great, incredible, truly innovative, fantastic, etc., etc. (이 블로그의 맨 아래에 올려놓은 유튜브 비디오는 잡스의 그러한 버릇(병통?)을 풍자적으로 모아놓은 것이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아이패드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한쪽은 '기대했던 대로'라고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언제 나오느냐고 조바심을 치는가 하면, 다른 쪽은 '실망'이라며 그렇게 진단한 근거를 조목조목 짚는다. 내장 카메라가 없고, 어도비 플래시를 쓸 수 없으며, USB 포트와 메모리 리더기가 빠졌고, 저장 용량이 최대 64GB밖에 안된다,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다는 등이다.

킨들이나 소니 리더를 서점이나 도서관에 견준다면, 아이패드는 작은 서점 코너가 딸린 거대한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더 가깝다


엇갈리는 또다른 대목은 아이패드가 시장에 미칠 전망이다. 잡스의 기대섞인 주장대로 시장의 지형에 일대 변혁을 몰고 오는 '획기적 제품'으로 자리잡을 것인가, 아니면 다만 찻잔 속의 태풍에 머물고 말 것인가. 한쪽은 우리의 컴퓨터 생활과 독서 풍토에 큰 변화가 초래될 것이라고 자신하는가 하면, 다른 쪽은 아이패드가 다만 애플의 맥북/맥북 프로와 아이폰/아이팟 사이의 간극을 채우는 애플판 넷북 태블릿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린다. 

한쪽은 그 동안 몰락 일로였던 신문과 잡지, 방송 들에 구원의 수단이 될 것이며, 아마존의 독점적 횡포에 휘둘려 두꺼운 신간 하드커버조차 그 e북 버전은 9.9달러에 팔아야 했던 출판사들이 다시 주도권을 쥘 수 있게 하는 지렛대 구실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반면, '책 읽기' 기능에만 집중한 아마존 킨들이나 소니 리더와 달리 아이패드는 웹, 비디오, 사진 앨범, 아이튠즈, 게임기 등 멀티미디어를 한데 모은 이른바 '통합 디바이스'(Convergence device)이기 때문에, 그것이 실제로 출판 시장에 미칠 영향은 세간의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다른 쪽은 반박한다. 

아마존 킨들은 '독서'라는 한 가지 용도에 초점을 맞춘 기기이다. 아이패드에서 독서는 수많은 기능중 하나일 뿐이다.

킨들이나 소니 리더를 서점이나 도서관에 견준다면, 아이패드는 작은 서점 코너가 딸린 거대한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서점에만 머물기에는 여기저기 눈길을 잡아끄는 가게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게임 가게, 음반 가게, DVD 대여/판매점, 영화관, 비디오방, 노래방 등등. 

어느쪽 주장이 더 맞을지, 아니면 양쪽 다 어느 정도 맞거나 어긋날지는 오직 시간만이 판정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1, 2년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아이패드는 책 읽기에 어떤 변화를 몰고올까?

아이패드는 캐나다에 이르면 3월중, 늦어도 6월 전에는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살까? 아내에게는 "내 4월 생일 선물은 정해졌다"라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아직 모르겠다. 그 용도를 '독서'에 집중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아이패드가 과연 나의 독서를 도와줄지, 아니면 도리어 독서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지 잘 모르겠다. 적어도 아이팟 터치를 써본 경험에 따른다면 후자일 위험성이 더 높다. 시쳇말로, 책이 없어서 못읽었냐, 사방에 널린 유혹 때문에 책을 버렸지, 이기 때문이다. 

요즘 내가 어떤 방식으로 책을 읽는지 정리해 보았다. 한 마디로 책의 홍수이고, 독서 채널의 홍수이다:

아이패드의 책읽기 기능인 아이북스. 애플에서 아이(i)가 빠지면 말이 안된다. 이 아이북스가 과연 얼마나 효과적인 책읽기 기능을 제공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 종이책
  • 아마존 킨들
  • 소니 PRS-505 (지금은 '소니 리더'로 이름이 바뀌었다).
  • 아이팟 터치: 아이팟에 e북 리더로 설치된 앱은 
    • 스탄자(Stanza)
    • 코보(Kobo)
    • 킨들 훠 아이폰(Kindle for iPhone)이고
    • 자체 앱 형태로 내려받은 것도 여럿 있다. 대부분 *오라일리(O'Reilly)에서 나온 것들이다 (Beautiful Data; Beautiful Security; Search Patterns; Twitter Book; Best of TOC).
  • 블랙베리
    • 블랙베리용 모비포켓 리더를 설치해 몇번 독서를 시도했다가 포기했다. 무엇보다 화면이 너무 작아 비실용적이었다.
  • 개인용 노트북 (델 보스트로 1220): 
    • '킨들 훠 PC'
    • 소니 리더용 소프트웨어
    • 모비포켓(Mobipocket) 리더
    • 어도비 디지털 에디션(Adobe Digital Edition) - e북 표준으로 합의된 'EPub' 화일을 볼 수 있다. 소니 리더용 소프트웨어로도 EPub을 열 수 있다.
    • e리더(eReader) - 반스앤노블(Barnes & Noble)이 이 형식을 쓴다. 아이팟의 스탄자로도 볼 수 있다.
  • 직장의 데스크톱 (델): 개인용 노트북에 설치된 e북용 소프트웨어와 엇비슷하다. e리더만 깔지 않았다. 

문제는 이처럼 차고 넘치는 독서 채널이, 대개는 그들이 내세우는 '독서'의 의도와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종이책과 디지털 책은 우리에게 같은 감동과 영감을 줄까, 아니면 질적으로 다른 영향을 끼칠까?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퍼온 이미지).

출퇴근때 버스에서 읽는 것은 종이책이나 e북 리더(킨들이나 소니)이다. 하루를 통틀어 출근 30분, 퇴근 1시간이야말로 가장 진지하게, 온전히 책에 집중하는 순간이다. 흥미로운 것은 종이책을 볼 때와 e북 리더를 볼 때의 차이이다. 종이책은 한 번 펼쳐들면, 그게 지루하거나 너무 어렵지 않은 한 오롯이, 단선적으로,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게 된다. 반면 킨들이나 소니를 통해 책을 읽을 때는 몇 페이지 읽다가 좀 재미없다 싶으면 제깍 초기 화면으로 돌아가 거기에 저장된 수십 권의 책중 다른 것을 고른다. 그리고 그게 아니다 싶으면 다시 라이브러리로 돌아가고... 단선적이고 일관된 독서가 종이책의 경우보다 훨씬 더 어렵다. 

저녁때는 주로 컴퓨터를 한다. PC에 다양한 e북 리더 소프트웨어가 깔려 있지만 정작 그를 통해 책을 읽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떤 타이틀이 있는지 확인하는 정도이다. 

앱의 홍수에 휘쓸려 사라지는 e북, 독서의 시간

잠자리에 들면 다시 종이책이나 e북리더를 들기도 하지만 대개는 아이팟 터치를 꺼내든다. 잠이 들자면 일단 불을 꺼야 하고, 그렇게 불을 끈 상태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은 아이팟 터치뿐이기 때문이다. 노트북을 쓸 수도 있지만 너무 크고 - 12인치밖에 안되지만 - 누운 자세로 다루기는 영 불편하다.

문제는 아이팟 터치를 집어들면 책 읽기가 저 멀리 변방으로 밀려버린다는 사실이다. 중심으로 들어오는 것은 거기에 깔린 앱(App)들이다. 트위티, 에코폰 같은 트위터 앱을 비롯해 페이스북, 링크트인, 캐나다의 일간지인 글로브앤메일, 유에스에이투데이, 뉴욕타임스, 타임, ESPN 스코어, 구글, 모바일 RSS 등을 몇 분씩만 훑어도 한두 시간은 쉽게 흘러가 버린다. 코보나 킨들 훠 아이폰, 스탄자 같은 e북 리더를 열어보기도 전에 잠자야 할 시간이 되어 버린다. 가끔은 잠을 설치기도 할 정도. 게임은 본래부터 안하기로 마음 먹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여기에 아이패드를 더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단 아이팟 터치의 쓰임새가 현저히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 노트북 이용 시간도 줄겠지. 종이책은 물론 킨들과 소니 리더를 열어보는 기회도 눈에 띄게 줄 것이다. 문제는 그와 함께 진중한 독서가 점점 더 '멸종 위기의 종' 신세로 전락할 위험성이 크다는 점이다. 진지한 독서는 적어도 30분 이상, 가능하다면 2, 3시간 지속적으로, 오직 그 책에만 집중할 때 가능하다. 아이패드가, 거기에 담긴 온갖 앱들의 매혹이, 그렇게 도 닦듯 책 읽기에 집중하는 것을 허용할까? 그게 내일로 닥친 중요한 기말고사를 대비한 공부가 아닌 한, 순전히 내 자유의지로 책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는 것이 가능할까? 

아이패드를 쓰는 한 신문, 잡지, 유튜브는 자주, 열심히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이패드로 종이책 들여다보듯, 아니 종이책까지 갈 것도 없이 킨들이나 소니 리더를 통해 책을 보듯, 꾸준히 집중해서 독서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읽는 책의 내용은 가벼운 할리퀸이나 뱀파이어물이나 액션물, 추리물 따위로 치우칠 것이며, 그것도 한 번에 읽는 분량은 기껏해야 한두 챕터에 그칠 것이고, 그런 식으로 동시에 읽는 책의 타이틀은 적어도 3~10종에 이르러, 그 책들 사이를 오락가락 하며, 마치 주의력 결핍증 (attention deficit disorder) 환자처럼 굴 것이다. 

클릭, 트윗, 이메일 확인하고 보내기, 이 책 열어 슬쩍 훑어보고 다른 책 흘낏 들여다보고, 재미있어 보이는 신문이나 잡지 기사 대충 살펴보고, 다른 이들의 블로그 둘러보고, 페이스북에 몇 자 적고, 다시 책 몇 줄 훑어보고...가만, 아까 읽은 책이 뭐였지? 무슨 내용이었더라? 여기까지 읽었던가? 아니, 더 앞으로 가야 하나? 모든 것이 하이퍼링크의 거미줄로 뒤얽힌, 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디지털의 방대한 숲속에서 스토리는 길을 잃기 십상일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읽던 책의 스토리는 물론 맥락조차 희밎해지고, 논리의 연결 고리는 끊기고, '깊은 독서'에서 얻을 수 있었던 통찰력은 연목구어가 되며, 처음에 재미있으리라 기대했던 책은 간헐적이고 불규칙한 독서로 김빠진 맥주처럼 여겨져 제대로 끝내기조차 어려워질 것이다. '활자의 바다', '활자의 산맥'은 물이 빠져버린 황량한 개펄처럼 부박하고 변덕스러운 디지털 픽셀의 사막으로 대치될 것이다.


정보시대의 대가는 비싸다

아이패드가 우리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또 하나의 '정보 도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그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전망중 하나이다.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은 그러한 '디지털 생활'을 즐기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다. 아이패드의 기기 값은 그 비용의 시작에 불과하다. 

다양한 아이패드용 액세서리, 온갖 기발하고 유용한 아이디어와 혜택으로 무장한 아이패드용 앱이 한도 끝도 없이 쏟아지면서 우리 주머니를 노릴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3G를 택한다면 매달 내야 하는 통신료도 만만찮을 게 분명하다. 미국의 경우 무제한 데이터 이용료가 월 30달러'밖에' 안한다고 자랑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비용이 이미 쓰고 있는 아이폰이나 블랙베리, 또는 다른 스마트폰의 이용료 '위'에 추가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잠깐, 내가 통신료로 얼마나 내고 있는지 따져본다. 홈폰과 고속 인터넷을 한데 묶은 - 그래서 약간의 할인 혜택을 받는 - 쇼(Shaw) 케이블 이용료가 월 43달러. 아내의 아이폰 이용료가 월 64달러 안팎 (그것도 데이터 이용료를 최저 수준으로 낮추고, 콜 디스플레이 기능도 없애고 해서 가장 싼 수준으로 바꾼 것인데도 그렇다). 그것만으로도 벌써 100달러가 넘는다. 다행이라면 TV를 없애 HD 티비니, VIP 채널 패키지니 뭐니 하는 복잡한 시청료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겠다. 회사에서 지급된 블랙베리 덕택에 내쪽 이동통신료가 안든다는 점도 위안거리. 

정보통신료뿐인가. 가스비, 전깃세, 수돗세, 쓰레기 수거비, 재산세, 신용카드 대금, 해서 매달 내야 하는 비용이 이미 어깨를 짓누르는 마당이다. 그러니 그게 월 30달러'밖에' 안한다고 해도 결코 만만한 부담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킨들이나 소니가 클릭 한 번만으로 e북을 살 수 있게 함으로써 내게 던지는 충동 구매의 유혹은 종종 속수무책이다. "Resistance is useless!"라는 한 소설의 표현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여기에 아이패드가 추가된다면 그러한 뜻하지 않은 충동 구매, 혹은 accidental purchase의 경우가 훨씬 더 높아지리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흠...
 
그래도 아이패드를 사야 할까? 

참고로, 오라일리에서 출간된 책을 가장 값싸게 구해볼 수 있는 방법은 아이폰/아이팟용 앱으로 받는 것이다. 예컨대 피터 모빌(Peter Morville)의 신간 'Search Patterns'는 e북으로 살 경우 32미국달러이다. 아직 아마존 킨들 버전은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나온다고 해도 20달러 이상일 게 분명하다 (오라일리의 책들은 아마존닷컴에서조차도 그 할인폭이 적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같은 책을 앱으로 받으면 5달러밖에 안한다. 나온 지 몇년 된 책은 더 싸다.

* 디지털 시대의 독서, e북의 활성화에 따른 책의 운명, 디지털 픽셀로 모든 것이 대치된 사회의 문화를 진지하게 성찰한 이들로는 니컬러스 카(Nicholas Carr), 스티븐 존슨(Steven Johnson) 등이 대표적이다. 맛보기로, 카의 '텍스트의 급속한 진화 - 문학의 황량한 미래'(The Rapid Evolution of “Text”: Our Less-Literate Future); 그리고 존슨의 'e북이 책 읽기와 쓰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How the E-Book Will Change the Way We Read and Write)를 읽어보기 바란다. 실로 통찰력 깊은 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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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성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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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ilmour 2010/01/30 20: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고 갑니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잔뜩 맞은 아이폰"이라는 표현이 재미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과연 기존의 책읽기 매니아들을 과연 아이패드로 끌어모을 수 있을까는 의문입니다. 책 제대로 읽는 사람들의 책에 보여주는 과격한 표현들 - 줄긋기, 메모하기, 그리기, 페이지접기 등 - 이 가능하지 않고 책을 읽기 위해서 또 무언가를 설치하거나 구입해야하는 번거로움.... 단지, 휴대의 편리함과 새로운 디바이스의 출현이라는 점만으로는 어필하는 면이 너무나 부족하네요. 그냥 아이팟이나 아이폰이 훨씬 낫네요.

    • 새알밭 2010/02/01 17: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 감사합니다. 공감합니다. 정말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그냥 종이책을 읽지 굳이 기기를 통해 책을 읽으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한편, 이런저런 전자기기에도 욕심과 호기심이 있는 편이라 요모조모 시도해보기는 하지만, 역시 책읽기의 매력은 그런데 있죠 - 줄긋기, 메모하기, 페이지 접기, 또 종이를 만질 때의 감촉, 새책에서 나는 냄새...점점 더 전자책이 활성화하고 대중화해 가는데, 과연 종이책이 완전히 사라질지는 의문입니다. 좀더 두고 봐야겠지요.

  2. 빨간來福 2010/02/02 02: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자잉크를 이용한 단말기와 아이패드의 용도는 분명히 다릅니다. 아이패드에서 책을 읽는 기능은 점차적으로 그 빛을 잃게 될것으로 전망합니다. 전자잉크의 big fan인 저로서는 조금은 편파적이고 주관적이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렇네요. 오히려 상승작용을 일으켜주기를 기대하는 면도 있습니다만 아마존을 위협하는 수준은 안될것으로 봅니다.

  3. 보라매 2010/02/03 10: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옛날 맥이나 처음 아이팟 나왔을땐 잡스를 좋게 봤는데요...요즘은 점점 아닌것 같습니다.
    사람을 위한 마음에서 돈과 명예를 추구하는 쪽으로 자꾸 가는것 같아서리...
    특히 아이패드는 잔머리 굴리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