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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야기

창피하구나! 고려대학교


  한국 뉴스를 보다가 또 한번 '헉' 하고 놀랐습니다.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더 놀라게 됩니다.
제목만 보아도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지난번 고대 교우회가 소용돌이 칠 때 한국일보에 '창피하구나! 고대 교우회'라는 글이 실린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학교 당국이 거기에 화답이라도 하듯,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부끄럽고도 부끄러운 문제를 두고, 졸업생으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성추행 고대 의대생' 퇴학 될 듯...피해학생 "내가 떠날 것"
  '성추행' 고대 의대생, 16일징계 수위 결정
  '모교, 고대가 부끄러워 1인 시위 시작했다"
  '신중함과 몸사림' 경계에 선 고려대학교

  이것이 오늘 본 기사의 제목들입니다. 기사의 내용은, 성추행으로 구속된 고대 의대생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퇴학으로 결정날 것 같다, 퇴학은 출교처분과 달리 재입학이 가능하고 의사도 될 수 있게 하는 처분이다, 퇴학으로 결정나면 피해학생이 고대를 떠나겠다고 한다, 퇴학으로 결정나면 시민단체에서 더 강력한 시위를 하겠다고 나섰다 등등입니다.

  사안이 명백하여 가해자들이 이미 구속까지 된 사건을 두고, 고대 당국은 누가 봐도 명백한 눈치 보기를 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어제 캐나다 토론토에 도착한 고대 교우회보에는 몇달 전에 타계한 고 김준엽 총장에 대한 특집 기사가 실렸습니다. 김준엽 선생이 총장이었다면, 물론 이런 일이 벌어지지도 않았겠지만, 이같은 사건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를 생각합니다.
  
  먼저 피해자를 생각할 것입니다. 피해 학생이 입었을 깊고 깊은 정신적 상처부터 어루만지려 했을 것입니다. 모든 사안을 피해자의 입장에 서서, 신속하고 단호하고 가장 엄하게 처리했을 것입니다. 가해 학생들에게는 학교가 내릴 수 있는 가장 가혹한 형벌인 출교 처분부터 내린 뒤 학교가 나서서 검찰에 고발할 것입니다. 나아가 총장은, 국민들로부터 기대를 받는 대학 사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데 대하여 머리 숙여 사과하고 사퇴 의사를 밝힐 것입니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아니 고대 졸업생이 생각하는 고려대학교가 취할 최소한의 상식적인 행동입니다. 이렇게 해도 피해 학생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입니다.  실추된 대학 이미지 또한 회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 6년이나 함께 공부한 동료를 성추행한 사건에 대해 고려대학교 당국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여론의 눈치만 살피는 형국입니다. 대충 눈치 봐가며 출교가 아닌 퇴학 정도로 적당히 얼버무리며 덮으려 합니다. 지금까지 해온 행보로 보아, 피해 학생을 껴안기보다 가해 학생 껴안기에 더 열심인 모양새입니다. 
 
  언제부터 고려대학교가 시정잡배들이나 하는 눈치 보기를 학풍으로 받아들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적당히 사회 분위기나 보는, 눈치 살피기로, 고려대학교는 피해 학생에게 다시 한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고, 안그래도 떨어진 이미지에 시궁창 물을 들이부었습니다. 문교부가 문제 삼은 교직원 자녀 23명을 구하기 위해 김준엽 선생은 총장직을 사퇴했다고 교우회보는 전합니다. 버티면 총장직은 유지할 수 있으나 스물 세명의 인생이 망가질 수도 있다고 여겨 말 없이 옷을 벗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고려대학교는 피해자가 엄연히 있는데, 피해자의 인생이 걸린 문제인데 눈치를 살피며 가해자들에게 어떻게든 구제하려 합니다. 학칙을 어기고, 학풍을 어지럽히고, 학교의 기강을 무너뜨리고, 학교의 이미지를 바닥 끝까지 가게 한 이들에게 온정을 베풀려고 합니다. 나는 이게 학교인지, 대학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고대 내에서는 성추행 아니라 무슨 일을 벌여도 구제될 수 있겠습니다. 가해자들은 퇴학 당하면, 피해 학생이 학교를 떠나고, 몇년 지나 사회적으로도 잊혀지면, 슬그머니 복학해 졸업하고 의사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입니다. 퇴학 당한 시기에 군대라고 떼우고 오면 될 것입니다. 고려대학교가 무엇이 아쉬워 가해자들을 그렇게 감싸고 도는지, 그것이 정말 궁금합니다.
  
 '창피하구나! 고려대학교'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고대 교우회보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국적은 바꿀 수 있으나 학적은 바꿀 수 없습니다.'
   정말, 뭘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너무도 창피하여, 마음이 떠나면 바꾸고 자시고 할 것도 없습니다. 고대 교가에 모교를 마음의 고향이라 했는데 동기 여학생 성추행범을 감싸고 도는 학교를 어느 누가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