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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야기

이광기는 참 큰 사람이다



  배우 이광기씨가 어린 막내 아들을 신종 플루로 잃었다는 소식은, 이역만리 이곳에서도 애를 끓게 하는 뉴스입니다. 3주 전 캐나다 토론토 인근에서 13세의 건강한 백인 소년이 이광기씨의 아들처럼 단 며칠 만에 세상을 뜨는 바람에,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 소년은 평소 하키선수로 활약할 정도로 건강한 편이었다고 합니다.

  자식을 키우는 처지에서 이광기씨 부부의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에 공감이 갑니다. 동료 연예인들이 문상을 가서 오열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비록 친구의 자식이지만 바로 자기 일처럼 느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광기 아들, 타미플루 투약 시기 놓쳤다'와 같은 기사가 나오는 등 의료진의 늦은 대응 때문에 석규군이 사망하지 않았나 하는 책임론 같은 것들이 불거지는 분위기에서, 오늘 이광기씨측이 내놓은 입장을 읽게 되었습니다.

  "살리기 위해 애쓴 분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기를 바란다."

  조금만 더 빨리, 정확하게 판정하고 투약을 했다면 살릴 수도 있었겠다 싶은 정황인데, 그 아쉬움 때문에 더 아플 상황인데도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간 큰 사람이 아니고는 쓸 수 없는 마음입니다.

  관련 의료진 또한 의도한 실수가 아니라, 빠르고 정확한 판정을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입니다. 비상시국인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많습니다.

  신종플루하는 확진 판정이 사망 이후에 도착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그 책임론에 대한 추궁이 벌어질질 수도 있었습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당신들도 아들을 살리려 최선을 다했다. 괜한 피해가 돌아가지 않기를 바란다"는 아버지의 그 큰 마음은 책임론 혹은 추궁 같은 것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낳을 것입니다. 저같은 큰 마음씀씀이는,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큰 격려이자 힘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마음이 격려와 힘이 된다면 이광기씨의 아들 석규군은, 큰 선물을 하나 남기고 떠난 셈이 됩니다.

  캐나다는 아직 마스크를 착용한다거나 하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고, 사망자 또한 한국에 비해 많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백신 주사를 맞으러 몇 시간씩이나 기다리는 등 패닉 상태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광기씨의 큰 마음에서 인생의 많은 것을 배웁니다.  멀리서나마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