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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문학

외씨버선길 책이 나왔습니다

  한겨레출판에서 책이 나왔습니다. 책 소개를 참 잘 썼네요. 편집을 한 한겨레출판 김윤희씨가 쓴 듯 한데...



성우제 에세이. 캐나다 '촌놈'이 타향살이 10년 만에 '어머니 품' 같은 외씨버선길에 안겼다. 국내의 대표 청정지역인 청송, 영양, 봉화, 영월의 옛길 240킬로미터를 그곳에서 평생 살아온 '오래된' 마을사람들이 일일이 손으로 복원해 힐링 로드로 부활시킨 곳이다.

원(源) 「시사저널」 창간 멤버로 입사해 13년 동안 기자로 일했던 지은이는 개발의 수혜를 비켜간 외씨버선길에서 생애 첫 동무와 함께 걷다, 홀로 걷다, 어머니를 닮은 마을 어르신과 냉수 한 사발의 데이트도 즐겼다. 제 몫을 다해 장엄하게 전사한 경운기와 낡은 이정표까지 자연의 일부로 품어 안았다는 지은이의 따뜻한 시선을 통해 만나는 외씨버선길은 어쩌면 밋밋할 수도 있는, 여느 고향길과 다름없는 공간이다.

바다만 빼고 뭐든 갖춘 곳이지만, 그 어떤 분야에서도 1등은 아니다. 딱 하나, 사람의 발길이 뜸했으며 개발 광풍에서 비켜간 오지마을로 치면 1등인 곳이다. 그래서 여전히 다슬기와 반딧불이가 살아 숨 쉬고, 청정하고 순한 풍광과 옛 기억들이 제 자리를 지키며, 무엇보다 소중한 인심이 마르지 않는 계곡물처럼 흐른다. 그래서 지은이는 외씨버선길을 일러 '한국사람 모두의 고향 그 자체'라고 묘사한다.

머리말

1부 변하지 않는 풍경을 걷다 / 청송
이 시대의 '원시림', 외씨버선길에 들어서다
조상이 남긴 선물
내면으로 이어지는 슬로시티길
청송이 청송인 이유
진짜, 힐링을 위한 주왕산길

2부 문학의 향이 피어나는 길목 / 영양
쉬며, 놀며, 천천히 거닐다
시에 취하고, 풍경에 취하고
장계향과 종손, 그리고 이문열
봉감모전오층석탑
조지훈문학길
치유의길
대티골 황토방
보부상길 앞에서 길을 잃다
고택, 오랜 친구, 핸드드립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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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4-45 : 천연기념물 제192호 지정수로 300년 수령을 헤아리는 느티나무를 구경하고 있는데 “커피 한잔 하고 가이소”라는 소리가 들린다. 느티나무 바로 옆에 사는 마을 청년회장 황현태(52) 씨다. 개 두 마리가 목이 터져라 짖어대는 집으로 들어갔다. 부인이 커피와 사과를 내온다. 도시에 살다가 고향집으로 돌아와 농사지은 지 4년째라고 했다. 황 씨는 말했다. “귀농이라기보다는, 고향 우리 집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 알라딘
P.69 :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마실 물이 떨어지고 목도 마르고 하여 마을의 첫 번째 집으로 들어갔다. 빛이 잘 드는 남향이다. 마루에는 요강이 놓여 있다. “계십니까?” 했더니, 우리 어머니 연배쯤 되는 팔순 어른이 나온다. “물 좀 얻어 마실라고요.” 내 말투는 조금씩 고향 사투리로 변해가고 있었다. 마당에 수도가 있는데도, 어른은 집 안에서 주전자를 들고 나와 컵에 따라준다. 작은 키에 자그마한 몸집이다. 저 작은 몸으로 수십 년 세월, 뙤약볕 아래에서 농사지어 자식들 키우고 출가시켰을 터이다.
- 알라딘
P.94 : 외씨버선길의 첫 번째 길은 주왕산-달기약수-솔기온천 같은 명품들로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 청송의 대명사로 통하는 주왕산과 달기약수를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 일부러 끼워 맞추려 해도 이렇게 하기는 힘들겠다 싶게 조화롭다. 게다가 1박 2일 코스로 첫 구간을 걷는다면, 읍내에서 멀지 않은 덕천마을의 고택에서 잠을 잘 수 있다. 말하자면 걷기 코스로는 종합 선물세트인 것이다.
- 알라딘




최근작 :<느리게 가는 버스> … 총 2종 (모두보기)
소개 :경 북 상주에서 태어나 열 살까지 살았다. 이후 서울에서 초·중·고교와 대학 및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89년 원(源) <시사저널> 창간 멤버로 입사해 편집부에서 2년, 문화부에서 11년 동안 기자로 일했다. 2002년 캐나다 토론토로 삶의 터전을 옮겨 패션업에 종사하는 한편 <시사IN>, <월간미술> 등에 문화예술 관련 글을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산문집 《느리게 가는 버스》(강·2006), 《커피머니메이커》(시사IN북·2012)가 있다. 재외동포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2005), 산문 부문 우수상(2007)을 받았다.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두메산골 특산품인 청정 공기를 한 사발씩 맛볼 수 있는 길,
얼굴이 해맑아지고 머리는 가벼워지고 발걸음도 사뿐해지니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길,
청춘을 돌려주는 길.”
-개그맨 전유성

‘삶’과 ‘쉼’이 공존하는 240킬로미터의 힐링 로드
태백산맥과 소백산맥, 양백지간에 사뿐히 들어앉은 원시림 속으로


지난 가을 나는 큰 복을 누렸다. 한국을 떠나 캐나다에 산 지 10년 만에 마음의 고향인 바로 그 시골길을 걸었다. 외씨버선길. 내가 나고 자란 경북 상주의 이웃 도시 청송에서 시작해, 영양과 봉화를 거쳐 강원도 영월에 이르는 240킬로미터의 길이다. 나는 이 길 위에서 열하루를 보냈다. 경북과 강원의 내륙에 푹 파묻혀 ‘육지 속의 섬’이라 불리는 그 지역의 길은 수려한 산과 강, 계곡, 논과 밭, 약수와 온천, 고택과 양반문화, 전통마을과 문화재 등 바다를 제외한 모든 것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교통이 가장 불편하고 산업화의 때를 가장 덜 타서, 순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지천인 이 길을 걸으면서 내가 가장 감동한 것은 바로 사람이었다. 마을길, 들길, 산길, 강변길을 걸으며 나는 맑고 깨끗한 자연을 만끽하는 한편,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빠져들었다. -머리말 중에서

캐나다 ‘촌놈’이 타향살이 10년 만에 ‘어머니 품’ 같은 외씨버선길에 안겼다. 국내의 대표 청정지역인 청송, 영양, 봉화, 영월의 옛길 240킬로미터를 그곳에서 평생 살아온 ‘오래된’ 마을사람들이 일일이 손으로 복원해 힐링 로드로 부활시킨 곳이다. 원(源) <시사저널> 창간 멤버로 입사해 13년 동안 기자로 일했던 지은이는 개발의 수혜를 비켜간 외씨버선길에서 생애 첫 동무와 함께 걷다, 홀로 걷다, 어머니를 닮은 마을 어르신과 냉수 한 사발의 데이트도 즐겼다. 제 몫을 다해 장엄하게 전사한 경운기와 낡은 이정표까지 자연의 일부로 품어 안았다는 지은이의 따뜻한 시선을 통해 만나는 외씨버선길은 어쩌면 밋밋할 수도 있는, 여느 고향길과 다름없는 공간이다. 바다만 빼고 뭐든 갖춘 곳이지만, 그 어떤 분야에서도 1등은 아니다. 지은이의 고백처럼, 고택 하면 안동화회마을이 있고, 풍광 하면 먼저 제주올레가 떠오른다. 딱 하나, 사람의 발길이 뜸했으며 개발 광풍에서 비켜간 오지마을로 치면 1등인 곳이다. 그래서 여전히 다슬기와 반딧불이가 살아 숨 쉬고, 청정하고 순한 풍광과 옛 기억들이 제 자리를 지키며, 무엇보다 소중한 ‘인심’이 마르지 않는 계곡물처럼 흐른다. 그래서 지은이는 외씨버선길을 일러 ‘한국사람 모두의 고향 그 자체’라고 묘사한다.
“고향이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내 형 성석제는 소설 『단 한 번의 연애』에서 이렇게 정의했다. ‘고향은 추억과 시간의 저금통이자 활력의 발전소, 충전소다.’ 이 정의는 외씨버선길에 그대로 적용해도 될 터이다. 외씨버선길은 추억과 시간의 저금통이자 활력의 발전소, 충전소다!”
외씨버선길의 한 코스인 ‘장계향디미방길’은 최근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동아시아 최고(最古)의 조리서 《음식디미방》의 지은이 ‘장계향’에 관한 이야기로 풍성한 곳이다. 장계향 할머니를 세상에 알린 종손 이돈 씨는, “다음 세대엔 고향이 사라질 것 같다”는 집안 아우 이문열 씨의 우려에 이렇게 반문한다. “아닐 걸? 사람이 고향 없이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나.”
‘골목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진다’고 했던 어느 시인의 말처럼, 지은이를 품어 안은 외씨버선길은 어머니와 추억이 영원히 ‘살아지는’ 고향이었다.

개발의 광풍을 피해간 청정 오지,
도심의 탁기로 무뎌진 오감이 다시 깨어나는 곳


조지훈의 시 <승무>에서 따온 이름 외씨버선길은 주왕산·달기약수탕길, 슬로시티길, 김주영객주길, 장계향디미방길, 오일도시인의길, 조지훈문학길, 치유의길, 보부상길, 춘양목솔향기길, 약수탕길, 마루금길, 김삿갓문학길, 관풍헌가는길의 총 13개 코스로 이어진다. 13개 길을 이으면 신기하게도 외씨버선 모양이 된다. 길을 걷다 보면 시인과 문학, 약수와 보부상, 소나무와 김삿갓, 단종의 관풍헌 등, 옛사람과 자연과 지금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삶의 드라마가 한눈에 들어온다. 효용성이 없다고 버려졌던 보부상들의 삶을 나르던 길,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옛길은 무공해 ‘힐링 로드’로 거듭났다. 일제에 의해 유린된 폐허 속의 용화광산은 아름다운 야생화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7대째 전통한지를 만들고 있는 이자성 장인의 공방에 근처 학생들이 찾아와 한지 만들기 실습을 한다. 99칸 대부호의 고택을 지키는 종손들은 직접 군불을 땐 따뜻한 온돌방에 이방인을 맞으며 환대한다.
군불을 땐 고택 온돌방에서 고소한 들기름 냄새를 맡으며 등을 지지고 일어난 후 들려오는 빗소리는 도심에서 듣던 빗소리와 다르다. 톡 쏘는 약수 한 모금에 입안이 깨어나고, 자고 일어난 황토구들방 창으로 일월산이 바라다보이고, 수백 년 된 소나무 바다에 번지는 솔향기로 코가 호강을 한다. 주실마을의 지훈문학관에서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사뿐이 들어올린 외씨보선이여’ 한마디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전통시장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사투리에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고, 술렁이는 개울물소리 같은 순정한 자연의 소리와 더불어 즐기는 침묵피정까지, 열하루 만에 경직돼 있던 이방인의 오감은 봄눈 녹듯 살아난다. 고향의 속살과 접촉하며 깨어난 오감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삶의 환희를 일깨운다.

힐링은 사람풍경 속에 있었다!

타향살이 오랜 지은이의 눈에 들어온 외씨버선길의 풍광은 “조물주가 ‘뽀샵’을 했나 싶을 정도로 그 아름다움이 부드럽고 순하다.” 그가 사는 캐나다는 록키산맥과 나이아가라 폭포라는 광활한 대자연이 살아 있는 곳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풍광을 멀리서 감상만 할 뿐 그속에 녹아들지 못한다. 그래서 웅장하고 신비해도 거리감이 드는 반면 “고개를 들면 푸른 하늘이, 하늘 아래에는 바위가 병풍처럼 서 있고, 길옆에는 맑은 계곡이 계속 이어지는” 한국의 자연은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길을 걷는 내내 ‘와아’ 탄성을 자아내기에 바빴다는 지은이의 고백은 너무 익숙해서 귀한 줄 몰랐던 우리의 자연에 다시 한 번 눈을 돌리게 한다.
무엇보다 외씨버선길은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져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를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사람과 자연이 서로를 배경 삼아 어울려 살아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 모습으로 살아갈 곳이다. “자연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사람과 자연이 서로 젖어들 때 더 눈부신 풍경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한다.” 하여 ‘삶’과 ‘쉼’이 공존하는 외씨버선길이야말로 진정한 휴식과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는 이들에게 어울리는 ‘힐링 로드’임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