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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이

부활절 뉴욕 여행(2)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본 그림 가운데 하나. 모네인지, 마네인지 헛갈린다. 다리 아래에 핀 수련.

  아이들을 꼬시고 또 꼬셔서 데려갔는데, 더 지루해 하기 전에 얼른 나와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남들과 갈 때 늘 먼저 하던 대로, 2층 왼쪽 끝방부터 보기 시작한다. 그곳에 고흐, 고갱, 마네, 모네, 르느와르 등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이 잔뜩 모여 있기 때문이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만큼은 못해도 인상파 화가의 그림은 왠만큼 감상할 수 있다. 프랑스 인상파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내가 좋아하는 18세기 영국 화가 윌리엄 터너의 작품도 몇 점 눈에 띈다. 

   복도에서 작은 규모로나마 로댕의 조각을 감상할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저게 <생각하는 사람>이야"라고 눈도장이라도 찍어두라고 했다.

  그리고는 뛰다시피 한국관으로, 중국관으로, 일본관을 돌다. 역시 한국관은 다른 두 관에 비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이건희재단'(이런 게 언제 생겼지?)에서 큰 돈을 들여 특별전을 열고 있는데도 중, 일관에 비해 턱없이 초라해보인다. 문화를 보면 국력이 보인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안팎 입구이다. 밖은 이상하게도 내가 갈 때마다 공사중이었다. 한국 르네상스 특별전이 열린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으나 한국관 컬렉션이 조금 늘었다뿐 실망스러웠다.

  메트미술관의 입장료는 어른 $20이다. 어린이는 기억못하겠으나 $15쯤은 한다. 그런데 기부에 취미를 가진 분이 아니라면 저 돈을 다 내고 들어가면 나중에 무지 억울해 할 것이다.

   입장료 표시 위에 "Suggested"라고 작게 써놓았다. 그러니까 $20은, 주시면 '땡큐'지만 안주셔도 '그만'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1인당 $1씩 모두 합쳐 $10을 냈다. 뉴욕 들어올 때, 돌아다닐 때 낸 톨비 생각하면 이것도 아깝다. 캐나다에는 없는 톨비를 왜 그렇게 비싸게 받아(처)먹을까? 
  
  

  뉴욕의 명물이라는 자유의 여신상을 지나가면서 멀리서나마 보여주려고, 서울식으로 하면 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탔다. 난 10년 이상을 드나들었지만 아직 한번도 그것을 보지 못했다. 저 멀리 보이는 맨해튼의 모습은 살풍경하기 그지 없다. 쌍둥이빌딩의 금빛마저 사라졌다. 뉴욕은 토론토에 비해 참 거칠었다.


  뉴욕 가는 길 12시간, 돌아오는 길 10시간. 800km가 조금 못되는 거리였다. 평양에서 부산 정도의 거리는 되나? 그 긴 시간 중에 몇번을 쉬게 되는데, 버팔로 근처에는 한국과 비슷한 휴게소가 고속도로 곁에 몇개 있다. 

  그런데 먹을거리는 참 빈약하다. 커피와 도넛 가게, 샌드위치 가게, 선물가게, 컨비니언스가 전부이다. 우동, 오뎅, 떡볶이에 오징어까지 맥반에 구워파는 한국의 휴게소 생각이 많이 났다. 뜨끈한 우동 국물 한번 마시면 원이 없겠다, 싶었다.

  

  돌아오는 길, 캐나다에 입국할 때는 갈 때보다 더 막혔다. 그래도 작년 5월 워싱턴 다녀올 때보다는 나았다. 그때는 4시간을 기다렸다. 이번에는 1시간. 기다리기 지루하여 사진을 찍었는데, 바로 위의 사진은 온타리오 호수에서 이리호로 흘러가는 강이다. 사진 뒷편으로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다. 땅의 융기, 침강으로 생긴 큰 낙차가 폭포를 만들어냈다.
  한국에서 손님만 오면 모시고 갔다. 스무번 이상은 될 것 같다.

  첫날, 내가 친구와 삼겹살에 소주 마실 때 아이들은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인어공주>를 보았다. 무대가 화려하다고, 재미있었다고들 했다.
  둘째날 밤, 나는 한국에서 20년 전에 왔다는 무명 화가를 한 명 만났다. ROTC 후배라며, 그림 한번 보라고 자형이 억지로 나를 데려갔다. 블로그에서나마 소개할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내년부터는 부활절 휴가 때는 뉴욕에 가기로 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