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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이

막걸리가 발렌타인보다 인기있는 이유는?



   지난 토요일 저녁 우리 집에서 가든 파티가 있었습니다. 파티라고 하여 특별한 것은 아니고 뒷마당에  탁자를 펴놓고 음식과 술을 먹었다는 것입니다. 바베큐 틀에다 갈비와 꽁치를 구워 뜨거운 채로 바로 먹는 맛과 재미를 느낄 수 있지요.
    우리 집에서는 갈비와 꽁치, 부침개, 밥만 준비했고, 나머지는 Potluck으로 했습니다. 열명이 넘게 모였습니다. 각자 음식과 술을 싸오는 Potluck을 하면 언제나 풍성합니다.

  술 또한 모두가 쭉 뻗을 만큼 충분한 양을 가져옵니다. 아주 넉넉하게들 가져옵니다. 캐나다이니만큼 물론 양주가 있고, 와인도 함께 옵니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맥주입니다. 물이 많은 나라에서 나오는 좋은 물로 만들어서 그런지 맥주 맛이 일품입니다. 소주 또한 이곳의 리쿼스토어에서 살 수 있습니다.

   이런 저런 술을 단칼에 제압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막걸리입니다. 막걸리는 이곳에서 살 수가 없어 직접 담궈야 합니다. 비싼 누룩을 사서 막걸리를 담는 재주와 정성을 가진 이들을 토론토에서 드물게 볼 수 있는데, 어제 저희 집에 온 후배 하나가 막걸리를 가져 왔습니다.

  
  

  후배는 단지까지 들고와서 막걸리를 직접 내렸습니다. 한국에서는 소주보다 더 서민적인 술로 여기는 막걸리가 이곳에서는 발렌타인 30년짜리보다 더 인기 있습니다. 막걸리부터 일단 마신 다음, 막걸리가 다 떨어지면 맥주나 양주, 와인을 마시게 됩니다. 소주도 물론 사먹을 수 있으나 그 인기가 막걸리만 못합니다. 막걸리는 이상하게 인기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라면 정반대겠지요. 막걸리가 양주보다 더 인기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희소성 때문일 것입니다. 좀더 생각해보면 더 큰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소주도 서민의 술이어서 인기가 있기가 있지만 막걸리에는 소주에는 없는 묘한 감정이 실려 있습니다. 고향의 느낌,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넉넉했던 시절의 맛 같은 것 말이지요.

  후배는 "술이 덜 익었다"며 불만을 내비쳤지만, 우리는 "이게 어디냐"면서 걸신 들린 듯 부어라 마셔라 했습니다. 막걸리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사라졌습니다. 저는 한 잔을 얻어마셨는데 어질어질 했습니다. 과거 카바이트가 섞인 막걸리를 먹고 머리 아파하고 토하고 하던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학교 앞 나무를 붙들고 괴로워 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여 막걸리 하면 머리부터 아픕니다. 그런데도 죽자사자 마십니다.

  

  모든 음식은 주로 여자들이 만들지만 바깥에서 고기를 굽는 일만은 남자들의 몫입니다. 


  갈비를 먼저 구워낸 다음 소금에 절인 꽁치를 굽습니다. 불로 금방 구워낸 꽁치 맛도 일품입니다. 특히 갈비는, 이곳에 사는 외국 사람들에게 엄청 인기가 좋습니다. 어떤 집에서는 서양 사람에게 갈비를 재어 선물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인기 좋은 갈비가 국제화한 음식으로 자리 잡으면 좋을텐데, 토론토에서는 아직 그 정도는 되지 않았습니다.

  막걸리가 동나자 그 다음에 마시기 시작한 맥주입니다. 한 선배님이 아이스박스에 맥주를 얼음에 재어오셨습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집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이렇게 바깥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시기는 아주 짧습니다. 기껏해야 5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겨울이 길고 엄혹한 대신, 여름철은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