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먼튼 소식 = 김상현)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습니다. 에드먼튼이 춥다 춥다 말은 많이 들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일요일인 오늘 아침 벌어진 일입니다.
아침 여덟시쯤 부엌 옆 창문으로 밖에 걸린 온도계를 내다보는데 수은주가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이게 무슨 변고인가 싶어 인터넷으로 웨더네트워크에 들어가 보니 영하 36도였습니다. 그제서야 이해가 됐습니다. 저희 온도계는 영하 30도까지밖에 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었지요.
현지 신문인 에드먼튼 저널의 보도는 제 마음을 더욱 오그라들게 했습니다. 오늘 새벽 5시30분, 에드먼튼 역사상 최저 기온이 기록되었다는 보도였습니다. 에드먼튼 국제공항 부근에서 캐나다연방기상국에 의해 기록된 기온은 영하 46.1°C, 체감온도는 영하 58.4°C였습니다. 오늘 하루, 에드먼튼은 북미 지역 전체를 통틀어 가장 추운 도시로 기록되었습니다.
에드먼튼 저널 기사 |
아내에게 이 소식을 전했더니 씁쓸한 웃음을 지으면서 "앞으로 이보다 더 추울 일은 드물겠지? 좀 자신감이 생기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지난 1월에 와서 이미 에드먼튼의 겨울을 절반은 체험한 셈이지만, 아내는 지난 7월 '호시절'에 온 탓에 이곳의 겨울과는 초면입니다. 11월 말까지 선선한 늦가을 분위기여서 좀 따뜻한 겨울이 되려나 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온도시를 꽝꽝 얼리면서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얼어붙은 포플라 이파리 |
이럴 때일수록 웅크리고 있을 게 아니라 나들이도 좀 하자는 생각으로 커뮤니티 센터(Servus Place)에 가서 수영도 하고, 크리스마스 선물감을 찾아볼 겸 근처 서점(Chapters)에도 들렀습니다. 실내야 따뜻하고 아늑하고 쾌적했지만 문제는 차와 센터, 차와 서점 사이를 오가는 1분 안팎의 시간이었습니다. 그 짧은 순간조차 밖으로 노출된 신체 부위는 추워 죽는다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특히 숨을 쉴 때 콧속으로 얼음을 우겨넣는 듯한 뻑뻑하고 차가운 느낌, 귀마개와 장갑을 끼지 않은 귀와 손으로 즉각 전해지는 얼얼한 감각이, 약간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서점을 나와 식료품 체인인 세이본후즈(Save On Foods)에 들렀습니다. 자동차 계기판에 표시된 기온은 영하 29도. 오후 두 시가 가까운 시각인데도 지독한 맹추위는 가라앉을 줄 몰랐습니다. 포플라 나뭇가지에 달린 몇 안되는 잎들은 눈을 뒤집어쓰고 꽁꽁 얼어붙었고, 가문비 나무의 바늘잎을 덮은 눈도 강추우에 얼어붙어 코팅한 것처럼 새 발자국 같은 모양을 연출했습니다.
오늘로 제 개인 기록도 깨졌습니다. 그 전까지 체험한 가장 추운 겨울은 몇년전 온타리오주의 산간 마을 와와(Wawa)에서 지낼 때 맛본 영하 35도였습니다. 오늘 그 기록이 10도 이상의 차이로 아주 가볍게 깨어졌습니다. 에드먼튼 시의 종전 기록도 그와 비슷한 36도였다는데, 올해 10도 차이로 경신되었습니다.
이런 맹추위도 혹시 기후변화 (Climate change) 때문일까 잠깐 궁금했습니다.
아무려나, 다음 주부터는 다시 예년 기온으로 돌아가 영하 10도 안팎을 회복한다는 기상 예보입니다. 추워도 어느 정도껏 추워서, 아이들을 밖에 데리고 나가 뒹굴 수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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