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눈폭풍이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이른 아침 막상 현관 문을 열고 보니 첫눈이라지만 역시 반갑지는 않았습니다. 아, 드디어 겨울이 시작되었구나 하는 한숨부터 나왔습니다.
눈을 치워야 차고에 있는 차를 뺄 수 있으니, 신새벽부터 삽질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집앞을 이미 지나간 제설차가 우리 집 앞으로 눈벽을 만들어 놓는 바람에 그것을 치우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기온이 영상 5도여서 눈은 녹으가며 쌓였습니다. 물에 젖은 눈을 퍼내는 삽의 무게가 만만치 않습니다. 눈 치우다가 허리 나간 기억이 있어서 조심조심 치웠는데도 온몸이 금세 땀에 흠뻑 젖었습니다.
아이는 학교에서 오자마자 마당으로 뛰어들어 눈사람을 뚝딱 만들었습니다. 내일 기온이 영하 5도라고 하니 녹지만 않으면 올 겨울 우리 집의 지킴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눈이 오면 뭐니뭐니 해도 가장 걱정되는 것이 운전입니다. 제설차들이 눈을 환상적으로 치운다고는 하나, 도로가 미끄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큰길에서는 좀 덜 하지만 뒷길은 치운다고 치워도 미끄러운 곳이 많습니다.
마침 타이어를 교체할 때가 되어 큰맘 먹고 겨울용 타이어를 림째 구입해 바꿔끼웠습니다. 지난 겨울, 눈에 빠져서 엄청나게 고생한 경험이 있어서 아깝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 에드먼턴으로 이사간 김상현씨가 '하라고 하라고' 할 때는 하지 않다가, 떠나고 나서야 '사계절 타이어로는 안되겠다'는 깨달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운행을 해보았더니 승차감은 좀 떨어지는 대신, 제동력은 어머어마하게 향상되었습니다. 눈에 빠져서 길거리에서 1시간 동안 삽질 하는 일은 이제 생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삽질을 할 때 힘든 것은 물론이려니와 그 쪽팔림은 말할 수가 없습니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었습니다. 다행히도 그린 크리스마스는 맞지 않을 것 같습니다. 월동 준비를 하고 나니 마음이 훈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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