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아이폰으로 들여다본 세인트 앨버트(St. Albert)의 한주간 날씨입니다. 평균 영하 20도 안팎이 될 것이라는 예보입니다.
징그럽게 추운 날씨입니다. 그래도 위안삼을 만한 대목은 이 기온과 우리가 몸으로 느끼는 체감온도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입니다. 바람이 비교적 적기 때문이고, 습도가 낮아 옷을 아무리 껴입어도 뼛속까지 파고드는 그런 추위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른바 '마른추위'(dry cold)라는 거지요. 토론토에 살 때는 수은주 온도와 체감온도(windchill)가 10도 이상의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영하 5도, 그러나 강한 바람과 높은 습도 때문에 실제 체감온도는 영하 18도'라는 식이었습니다.
온타리오주로부터 앨버타주로 이주하고 나서, 겨울과 관련해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이곳 추위는 마른 추위라 옷만 잘 챙겨입어 보온만 잘하면 지낼 만하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영하 20도 안팎의 기온은 겨울 동안 하도 흔하기 때문에 지내다 보면 별로 주눅들지 않게 된다고도 했습니다. 그게 어느 정도는 사실일 거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절대 온도가 낮으면 결국 그 추위도 만만치 않으리라는 점은 상식에 속하겠지요.
날씨와 관련해 떠오르는 생각 또 한 가지는, 인공물이 덜 섞여든 곳으로 올수록 날씨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커진다는 점입니다. 서울이나 토론토 같은 대도시에 살 때는 냉난방이 워낙 잘 돼 있을 뿐더러, 자연의 변화나 계절의 흐름과 너무 멀어져 버려서, 날씨에 대해 무감해지기 십상입니다. 가로수가 잎의 빛깔을 바꾸거나 잎을 지우는 것을 보고서야 문득 가을이 깊었음을 느끼는 식이지요. 일기예보에도 심드렁해지고, 때로는 며칠을 일기예보 없이 지나가도 별 문제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인공의 장치나 환경보다 자연적인 변수가 더 크게 작용하는 곳으로 와보면 그 상황이 사뭇 달라집니다. 사람이나 사람이 만든 장치와 기술이, 여전히 자연 법칙과 계절의 흐름에 영향 받고 때로는 압도되기 때문에, 매일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어떤지, 어떻게 될지 주목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곳 에드먼튼은 인구가 70만 정도이고, 그 북서쪽으로 인접한 저희 동네 세인트 앨버트는 인구가 채 6만이 안됩니다 (크게는 '광역 에드먼튼 지역에 들어갑니다).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면적이 한반도의 6.5배쯤* 되는 앨버타의 전체 인구가 채 4백만이 안됩니다. 얼마나 많은 부분이 숲과 산, 들판, 호수 들로 뒤덮였을지 상상이 되시지요? 이런 곳에서 하루하루의 날씨 변화는 여전히 우리 삶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매일 날씨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 남한의 면적은 약 10만 제곱킬로미터, 앨버타주의 면적은 약 66만 제곱킬로미터입니다. 캐나다 전체의 면적은 약 9백98만 제곱킬로미터, 남한보다 1백배쯤 더 큰 규모입니다. 한편 그 넓은 땅덩어리에 인구는 고작 3천3백만 정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