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다운타운의 차이나타운. 임대료가 비싸고 교통이 불편하여 점차 쇠락해가고 있다. 토론토 시당국에서는 명물이 하나 없어진다며 고민이 많다.
이렇게 사람이 많다보니, 한인들은 중국 사람들과 자주 만나게 마련입니다. 한국 식당의 주요 손님이 중국 사람들이고 이웃에도 중국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 집의 전 주인도 빈센트 왕이라는 이름의 중국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일 때문에 중국 사람들과 자주 만나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같은 동양계이다 보니 외국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 이야기하기도 한결 수월합니다.
그런데 대화가 잘 이어지다가도 때로 엉뚱한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너는 남한에서 왔니? 북한에서 왔니?"
남미나 아프리카처럼 한국과 멀리 떨어진 나라도 아니고 바로 한국의 이웃에서 살다온 중국 사람이 이런 질문을 해올 때면 황당하다 못해 화까지 납니다. 게다가 이런 질문을 하는 이들이 중국의 세칭 명문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라면 "너 그걸 질문이라고 하니? 나 진짜 화난다" 하며 얼굴을 붉힙니다.
어제도 그랬습니다. 자기 남편은 중국 정부의 고위직 공무원이고, 본인은 중국에서 정신과 의사로 일했다는 40대 중반 여성이 똑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물론 남한에서 왔다. 너는 어떻게 북한에서 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 북한은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거든. 그래서 탈북자가 생겨나는 거다. 너 그거 몰라?"
여기서 한 발 더 질러들어갔습니다.
"너, 지금 우리나라가 왜 절반으로 갈라졌는지 아니? 바로 미국과 중국/소련 때문이야. 한국 전쟁 때 중국이 개입만 하지 않았어도 한국은 남북으로 갈라지지 않았을 거야."
이 말을 듣던 중국 여성은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금시초문을 넘어 "네가 역사를 왜곡하는 거 아니냐?" 하는 표정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반격했습니다.
"너희 나라가 도움을 요청해와서 중국이 도와준 거잖아. 중국이 피를 흘리며 지켜줬는데 이제 와서 무슨 딴 소리냐?"
어라? 이런 시각도 있네? 하면서 "너, 그거 누구한테 배웠는데?" 하고 물었더니 "학교 역사 시간에 배웠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반도에 쳐들어온 미국을 중국이 참전해 막아주었다는 시각입니다. 남한에서 보는 미국의 한국전쟁 개입과 똑같은 시각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아무리 한국이 잘 산다 한들, 중국 사람들에게는 북한이나 남한이나 별다른 차이가 없어보이는 모양입니다. 한국에 대해서는 '북한보다는 좀 잘 산다'는 생각을 가진 듯합니다. 하여 '너 북한에서 왔니, 남한에서 왔니?'와 같은, 우리가 듣기에는 황당한 질문이 소위 배웠다는 사람의 입에서도 버젓이 나옵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중국인들이 몰라도 참 모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내가 만난 극히 일부를 빼고는 그들 대다수가 "북한에서 왔니, 남한에서 왔니?" 하고 질문하는 수준입니다. 중국 역사를 이야기하고, 중국 혁명과 문화대혁명, 천안문 사태, 홍콩, 대만이 어떻게 갈라져 나왔는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워 합니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는 것이지요. 때로는 그들의 역사에 대해 그들보다 우리가 많이 아는 대목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잘 아는데, 쟤들은 왜 그렇게도 모르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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