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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이

캐나다 정신지체자에게 교통위반 지적 당하고 뺑소니 놓다



   어제 오후에 경험한 일입니다.


   지하철을 타고 오는 아이를 태우기 위해 집 근처 Bayview 역 앞 도로에 차를 세우고아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날따라 아이가 약속시간보다 늦게 나오는 바람에 5분 정도 정차중이었습니다. 버스 정류장이어서 다른 차들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도 아니고, 버스가 서는 곳에서 3미터 정도 앞에 세워서 버스 운행에 지장을 주지도 않는 곳이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버스 기사도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백인 청년이 다가오더니 갑자기 "차를 빼라"고 소리쳤습니다. 한눈에 보아도 정신지체자로 보이는 청년이었습니다. "아이를 픽업하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했더니, "이곳에 서 있으면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이곳은 버스가 서는 곳이다. 이곳에 세우는 것은 불법"이라며 "당장 차를 빼라"고 했습니다.

  "아이가 금방 나올 것이다. 여기가 아니면 어디로 가란 말이냐"고 했더니, "약속 장소를 다른 곳으로 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 저쪽의 아파트 주차장 같은 곳으로..."라고 했습니다.

  물론 차도에서 정차를 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픽업하고 드롭하는 정도는 용인이 되는 터이고, 1시간 정차 하는 것도 아닌데 5분 정도까지는 넘어가 줄 만한 일이었습니다.

  잠시 불쾌했습니다. 이 정도는 봐줄 일인데 일인데 법을 지키지 않는다며 '법대로'하자고 우기니 참 난감했습니다. 할 말도 없고, 기다리기는 해야겠고 하여 모르쇠 하고 10초쯤 버티었더니 그가 말했습니다.

  "계속 서 있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

  그리고는 차 앞으로 오더니 내 차의 번호판을 살피고 셀폰을 누르기 시작했습니다. "옴마야!" 하면서 얼른 꽁무니를 빼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씩씩 거리면서 한 블록을 돌아왔더니, 우리 아이가 기다리고 있었고 나를 몰아세우던 그 청년은 앞서가던 버스를 탄 듯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캐나다 사회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신지체자에게 교육을 얼마나 철저하게 시켰는지, 사회의 일원으로서 반듯하게 생활하도록 했다는 것, 남의 잘못에 대해 당당하게 지적하도록 했다는 것. 잠시 잠깐이나마 불쾌해 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