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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이

캐나다 주택에 사는 괴로움



  오늘, 이번 가을 들어 처음으로 낙엽을 치웠습니다. 큰 낙엽 봉지로 6개가 나왔습니다. 6개면 그리 많은 분량이 아닙니다. 해마다 가을이면 수십 봉지씩 치워야 하는 집들도 있습니다. 우리 앞집이 그러한데, 마당에 아름드리 큰 나무 두 그루가 여름이면 깊고 '씨원한' 그늘을 제공하지만 가을만 되면 동네의 천덕꾸러기로 변신합니다. 그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이 온 동네를 쓸고 다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앞마당에 쌓인 나뭇잎도 앞집 나무들에서 바람에 날려온 것이 대부분입니다. 

  서울에서야 당연히 아파트에 살았습니다. 주택에 살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혼을 하기 전까지 주택에 살기는 했으나 서울의 그 주택은 캐나다와는 완전히 다른 집이었습니다.

  지금의 집에 살기 시작한 지 어언 4년째. 이제는 어느 정도 주택에 적응할 때도 되었으련만, 아직까지 집에 사는 것이 괴로울 때가 많습니다. 아파트나 콘도(캐나다에서는 자기 소유의 아파트를 콘도라 부릅니다)에 살 때에는 자연스럽게 면제되는 일을 죽으라 하고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일을 하고 나면, 오늘처럼 몸이 아파서 하루 종일 골골되게 마련입니다. 몸으로만 떼우면 그래도 덜할텐데, 비용 또한 쏠쏠하게 들어갑니다.

  자, 봄부터 시작합니다. 통상적으로 4월께까지 눈이 내립니다. 눈이 녹고 나면 앞뒷마당 잔디에 패인 곳이 생깁니다. Top Soil이라는 흙을 사다가 잔디 씨와 섞어 패인 곳을 덮습니다. 패인 곳이 많이 생기는 편이어서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Top Soil 사는 데 20달러 정도, 잔디 씨는 훨씬 더 비쌉니다.

  그리고는 비료를 뿌려야 합니다. 비료는 1년에 네 번 정도 뿌리게 되는데, 그 수고는 물론 비용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여름에 비가 오지 않으면 앞뒤 마당에 물을 뿌려줘야 합니다. 물값도 아깝거니와 귀찮기도 하여 부지런하게 주는 편은 아니지만, 관리를 하지 않으면 동네의 눈총을 받게 되므로 최소한은 해줘야 합니다.

  봄 여름중에 잔디에 섞여 있는 잡초를 제거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닙니다. 봄철에는 노란 민들레가 사람을 잡을 정도입니다. 뿌리를 얼마나 깊이 내리는지, 번식력은 또 얼마나 대단한지, 잠시만 한눈을 팔면 마당이 노란 민들레 영토가 되어버립니다. 아주 지긋지긋한 잡초입니다. 민들레보다는 덜하지만 토끼풀 또한 잔디 같은 다른 식물을 죽이며 번식하는 독종입니다. 여름 내내 뽑아줘야 합니다.

  담을 이루고 있는 나무의 가지치기도 한 두번은 꼭 해줘야 합니다. 한번 시작하면 두어 시간은 훌쩍. 이웃들에서는, 화단에 꽃도 가꾸지만 주택에 익숙하지 않은 저로서는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잔디만이라도 눈에 거슬리지 않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가을이면, 월동 준비에 들어갑니다. 오늘처럼 낙엽 치우기를 두 번은 해줘야 합니다. 한번 할 때마다 2시간 이상이 걸립니다.낙엽을 치우지 않은 채 겨울을 맞으면, 눈이 왔을 때 낙엽이 잔디를 죽인다고 합니다. 봄에 패인 곳이 덜 생기게 하려면 낙엽을 말끔하게 치우고 눈을 맞이해야 합니다. 눈이 잔디 위에 4월말까지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나뭇잎을 담는 종이 봉지도 사야 합니다. 주택에서 태우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므로, 반드시 종이봉지에 넣어 버려야 합니다. 쓰레기 차가 지정된 날 치워갑니다.

  자, 이제, 드디어 토론토의 특징인 겨울을 맞이합니다. 며칠 전 눈발이 한번 날렸으나 아직 본격적으로 눈이 내리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겨울 강설량은 총 10미터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앞마당에 쌓인 눈을 삽질로 치우는 것은, 주택에 살면서 겪는 가장 지긋지긋한 일입니다. 새벽에 칼바람을 맞으며 눈을 치우고 차를 뺄 때면 '내가 왜 주택에 살아서 이 짓을 하나' 하는 자괴감에 빠져들게 마련입니다. 눈을 치우다가 허리를 삐끗하는 경우도 종종 생깁니다. 

  뒷마당은 아예 손도 대지 못할 정도입니다. 앞마당에는 양쪽으로 퍼올려 쌓인 담이, 2월 정도되면 2미터 가까이 됩니다.

  지금까지 쓴 내용은 바깥에서만 일어나는 일입니다. 집을 지은 지 50년이 넘었다 보니, 상태가 썩 좋은 편은 아닙니다. 그나마 우리 집은 단단한 편이어서 지붕 같은 곳에 손볼 곳이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아래층 화장실 천장에 물이 떨어져서 다 뜯어내고 수도관을 교체한 적은 있습니다.

  아파트나 콘도에 살면 내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이렇게 수도 없이 많습니다. 날이 갈수록 익숙하고 쉬워지는 게 아니라, 점점 귀찮고 힘든 일이 됩니다.

  그런데 왜 주택에 굳이 살까? 재산 가치도 있다고들 하고, 무엇보다 독립된 생활을 보장해주기 때문입니다. 밤 늦게 지하에서 노래방을 해도, 사물놀이 연습을 해도 주변에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습니다. 바깥에서 들으면 소리가 조금 나지만 이웃들이 문을 닫고 있으니 불편을 끼칠 일은 별로 없습니다. 아파트 살 때와 비교해보면, 자동차에서는 접근성이 좋은 것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넣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려 고층으로 올라가는 것은, 주택에 살아보면 고역임을 금방 느낄 수 있습니다. 

  낙엽은 이제 한번만 더 치우면 됩니다. 노동량은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 그나저나 눈치울 일이 벌써부터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