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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이

신종플루, 캐나다 악수 문화를 바꾸다





  이 글을 쓰려고 자료를 찾았더니 신종플루(H1N1) 때문에 캐나다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160명을 넘어섰습니다. 토론토가 속해 있는 온타리오 주에서만 61명입니다. 

  비상사태이자 패닉상태인 것은 분명한데 소란스럽지는 않습니다.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의 표정도 평소와 다름없습니다. 신문에서만 보았지,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은 아직까지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신문에 나오는 것은 백신을 두고 벌어지는 별 이상한 일들, 이를테면 병원 이사회의 멤버들, 의료진도 아닌 것들이 백신을 먼저 맞았다는 것, 건강하기 이를데없는 하키선수들이 먼저 맞았다는 것 등등입니다. 언론이 호들갑을 떠는 대신 냉정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기사를 차분하게 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오늘 신문을 보니 접종이 미뤄졌던 3~9세 학교 어린이들에 대한 접종이 곧 이루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백신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백신 접종을 위해 지난 10월말 노스욕 시청에 줄을 선 토론토 시민들입니다. 3세 이하 어린아이들이 가장 먼저 맞았습니다.
  

  쓰려고 하는 내용은, 신종플루의 심각성에 비하자면 가볍기 그지 없는 이야기입니다. 손을 통해 감염되는 병이므로 손을 깨끗이 씻으라는 권유는 이제 '구호'의 차원으로 변했습니다.

  캐나다에 와서 조금 어색했던 문화 가운데 하나가, 한국보다 악수를 더 쉽게, 자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라면 하지 않아도 될 상황,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인데도 악수를 덥석덥석 하는 것이 처음에는 조금 이상했습니다. 하기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보았던 그 열렬한 악수 문화, 교통경찰이 위반 차량을 잡아도 운전자와 악수부터 나누는 그 '따뜻한' 악수 문화에 비하자면 캐나다의 그것은 온도가 한참 떨어집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보다는 훨씬 더 자주 많이 하게 됩니다.

  홀세일에서 사람 만날 일이 잦은 탓에 악수할 기회도 그만큼 많습니다. 지난주 어느 회사에 갔더니 사장이 "오랜만이다" 하면서 반갑게 맞았습니다. 그런데 평소라면 벌써 나왔을 손이 나오지 않습니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더니 "요즘은 악수 대신 이렇게 한다"며 시범을 보여주었습니다. 손은 내리고 어깨끼리 서로 부딪히는 방식이었습니다. 손을 쓰지 않는 포옹이라고나 할까. 어쨌거나 찝찝하게 악수를 하느니 고개는 멀찍이 두고 산뜻하게 서로 오른쪽 어깨를 부딪히는 방법, 그거 괜찮아 보였습니다.

  그 이후 다른 곳에 가서 사람을 만나면 어깨 악수로 손 악수를 대신합니다. 먼저 그렇게 해오는 사람도 있고, 손을 내밀었다가 새로운 문화를 설명하면 따라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재미나는 것은 열이면 열 모두 기꺼이 새로운 문화에 따른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