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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이

잠보니? '잠꾸러기'니?라고 묻는 게 아닙니다


글쓴이 : 김상현


   이곳 에드먼튼 (정확히 말씀드리면 그 도시 북서쪽으로 인접한 '세인트 앨버트')에는 밤새 눈이 소담하게 내렸습니다. 나무마다 하얀 눈을 꽃처림, 혹은 훈장처럼 이고, 담너머로 펼쳐진 공원도 하얀 눈을 솜이불처럼 가득 썼습니다. '소담하다'라고 표현한 것은 일단 눈의 양이 많지 않기 때문이고, 제가 잠든 사이에 내려서 흔히 캐나다에서 만나는 세찬 눈보라의 풍경을 피한 까닭도 있습니다. 그동안 앨버타의 겨울이 어째 허술하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눈이 본격적인 겨울의 신호탄인지는 좀더 두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럼 앞에 제목으로 내세운 '잠보니'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잠보니는 너 잠보냐, 또는 잠꾸러기냐, 라는 질문과는 전혀 무관한 명사입니다. Zamboni. 네이버 사전을 뒤져보니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Zam·bo·ni - n. 잼보니 《스케이트 링크용 정빙기(整氷機);상표명》
━ vt. <빙면을> 정빙기로 고르다


그렇습니다. 얼음판을 고르게 갈아주는 기계입니다. 캐나다 하키장, 피겨스케이트장에서 흔히 보는, 트랙터 모양의 제법 그럴듯해 보이는 장비입니다. 하키를 워낙 좋아하는 캐나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 잠보니 운전사가 부러움을 사는 인기 직종으로 농담반 진담반 거론되기도 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캐나다 사람들말고 누가 '잠보니' - 혹은 사전에서처럼 '잼보니'를 알까 싶습니다. 

오늘 아침에 신문에 딸려 온 인디고-챕터스(Indigo-Chapters)의 어린이용 장난감 카탈로그를 보고 슬몃 웃음이 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세살바기용 잠보니. 하! 정말 캐나다스러운 장난감 아닙니까? ^__^ (김상현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