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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이

캐나다 '장애인 복지정책'은 장애아 부모들 '작품'


  캐나다 최대 신문인 <토론토 스타> 10월19일(월)자에 장애인 정책과 관련하여 의미있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150명이 넘는 부모와 학생, 전문가 들이 연합하여 온타리오 주정부에 청각장애 어린이에 대한 새로운 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내용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청각장애 어린이들이 일반 학생들과 같은 환경 및 조건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수술 및 전문 기기 지원을 확대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위의 기사 오른쪽 사진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현재 캐나다에서는 청각장애(Deaf와 상태가 조금 좋은 Hard of Hearing) 어린이들에게 Cochlear Implants 수술(와우 수술)을 무료로 해주고 있습니다. 수술 비용과 기기, 수술 후 특수 언어교육 비용이 비싸서 일반적으로 한 쪽 귀에만 수술을 합니다. 무상으로 제공받는 의료 서비스여서, 미국에서 하면 얼마나 들까 알아보았더니 10만달러 이상을 필요로 한다고 합니다. 한국 돈으로 1억원이 넘는 엄청난 액수입니다.

  이런 엄청난 의료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받는데도 부모들이 연합하여 온타리오 주정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한 쪽 귀가 아니라 양쪽 귀 모두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입니다. 한 쪽 귀만 수술하는 것은 한 쪽 눈에만 안경을 씌우는 것과 같다는 주장입니다. 
 


   여기서 놀란 것은 구체적인 내용이 아니라 부모들이 연합하여 주정부에 압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입니다. 기사의 부제목이 이렇습니다. "Coalition pushes for more support"

  자식 문제에 대해 부모만큼 절실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바로 그 절실함을, 부모 개개인이 아니라 부모들이 모여 정책 담당자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전하는 정도가 아니라 지원을 확대해달라고 압박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연합하여 청원하고 압박하면 결과는 어떻게든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캐나다의 장애인 복지 정책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면, 바로 그 수준을 만들어 낸 사람들이 해당 학부모들의 '연합'입니다. 

  캐나다에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관심을 갖는 선한 사람들이 많아서 복지 정책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부모들이 장애아를 자식으로 둔 사실 부끄러워 하지 않고 당당하게 나서서, 다른 부모들을 만나 연합하여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입니다. 사진에 나온 부모는, 3세, 5세 아이 모두가 청각장애자라고 합니다. 두 아이 모두 양쪽 수술을 받았고 학교에서도 다른 학교에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 서비스를 받게 했습니다. 연합을 하여 얻어낸 성과물입니다. 학부모가 연합을 하면 주정부 쪽에서는 다음 번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한국의 장애아 부모들이 캐나다 부모들의 이같은 적극적인 '연합전선'을 반드시 배웠으면 합니다. 나경원 의원 등 유명 인사들이 자기 자식을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유명 인사들의 개별 활동보다는 보통 인사들의 연합 활동이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입니다.

   한국에 있을 적에, 이같은 꿈을 꾸면서 답답해 한 적이 있었습니다. 캐나다에 살러오니 그것은 꿈이 아니라 현실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장애 어린이를 자녀로 둔 한국의 부모님들이 자녀 교육 때문에 개별적으로 죽자사자 고생한다는 것은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합니다. 거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아이들이 좀더 좋은 환경과 조건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모임을 갖고 연합 운동을 펼치는 쪽으로 눈을 돌릴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장애인 복지 정책이라는 우물은 결국 목마른 부모들이 파는 것입니다. 캐나다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