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장사를 하다 보니, 아무리 문화 차이라고는 하지만 "참 많이 다르구나" 하는 것을 넘어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연애하는 남녀가 들어왔을 때 보이는 '문화'입니다. 요즘은 어떨는지 모르지만, 우리 시절에만 해도 남자들은 애인(그때는 여친이라는 용어가 없었습니다)이 원하는 것이라면 '몸을 팔아서라도' 다 사주었습니다. 밥을 먹으러 가면 열의 아홉 정도는 남자가 돈을 내고, 옷을 사든 무엇을 사든 남자가 냈습니다. 나아가 애인이 뭘 원할까를 늘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보니 캐나다에서는 많이 다릅니다. 연애하는 사이가 분명해 보이는데도, 여자가 옷이나 액세서리를 골라도 남자가 돈을 내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인종 불문하고 그렇습니다.
오늘도 젊은 흑인 남녀가 저녁 무렵 가게에 들어왔습니다. 여자가 옷을 고르고 입어본 뒤 남친에게 물었습니다.
"Do you like it?"
남자가 대답했습니다.
"I do."
저는 남자의 이 대답이 정말 좋았습니다. 남친이 좋다고 하면 여성이 그 옷을 살 확률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남친에게 여친이 이렇게 의견을 구한다면, 한국에서라면 남자가 돈을 내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역시나 열린 지갑은 여친의 것이었습니다.
한국 손님은 거의 없으니, 이곳의 한국 젊은이들의 문화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끔 가다가 중국 남친들은 돈을 대신 내줍니다. 그때는 '역시 동양 문화는 이렇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그런 경우에도 여친의 생일일 때가 많습니다.
드물지 않게 희안한 광경도 봅니다. 여자가 물건을 고를 때, 많은 남친들은 집요하게 간섭을 합니다. 디자인이 마음에 안드네, 색깔이 어둡네 하면서 물건을 고르는 여자보다 더 까다롭게 굽니다. '돈을 내니까 저렇게 까다롭게 구는구나' 하고 순간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웬걸. 역시 돈을 지불하는 쪽은 여자입니다. 최악의 경우는, 여자는 마음에 들어하는데 남자가 반대하여 사지 않고 그냥 나가는 것입니다. '어휴, 저, 시벌넘' 하고 입안에서 욕이 맴돕니다.
이런 것을 보니, 최소한 우리 가게에서는 캐나다 남친들이 참 인색하고 째째해 보입니다. 옷가게에서 이러니 식당이나 술집에서도 별로 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긴 돈이 없어서 맥주 한 잔 시켜놓고 몇 시간 떠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어떤 문화가 좋다, 나쁘다 할 수는 없겠으나 이런 문화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남녀 사이에 예전의 문화가 남아 있다면 한국의 여친들은 복이 많은 겁니다.
'캐나다 살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캐나다 '장애인 복지정책'은 장애아 부모들 '작품' (9) | 2009.10.20 |
---|---|
김연아에게 마라톤을 뛰자고 하는데... (7) | 2009.09.17 |
미수다 '베라 한국 폄하 발언' 한 가지 빼고는 맞는 말 (43) | 2009.08.23 |
캐나다 사람이 미국인보다 덜 애국적인 이유 (3) | 2009.08.17 |
캐나다가 선진국임을 다시 체험하다 (12) | 2009.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