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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야기

강서구 특수학교 사태, 주민과 장애아 부모가 갈등할 이유가 없다

미디어몽구라는 1인미디어가 올린 강서구 특수학교 관련 토론회 동영상.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지 말아달라며 장애아 엄마들이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그런데 이 동영상 제목은 무릎꿇은 엄마들이 아니라 '김성태 의원 또 다른 모습 포착'.  동영상을 본 사람들이 김성태 의원보다는 무릎 꿇은 엄마들, 그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주민들에게 충격받고 분노하고 했는데도 말이다. 미디어몽구는, 사태의 주인공이 김성태 의원이라는 사실을 냉정하게 '포착'해냈고, 갈등을 붙여놓고 나 몰라라 빠져나가는 그의 행동에 주목했다. 그리고 '포착'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처음에는, 동영상의 내용이 충격적이라 제목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저 미디어몽구가 정치인에게 관심이 많구나 하는 정도로만 이해했었다.


그런데 사태(일 수밖에 없다)의 내용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미디어몽구가 사태의 핵심을 직관적으로 파악해 그 핵심을 제목으로 뽑았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겉으로 보기에는, 반대하는 주민과 무릎꿇은 학부모가 주인공 같지만, 이 사태를 만들고 키운 진짜 주인공은 바로 김성태 의원이다. 그가 총선을 몇개월 앞두고  특수학교로 예정된 부지에 국립한방병원을 짓겠다며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것이 문제의 발단. 그리고 그것을 지키지 않고, 지키지 않는 책임을 서울시교육청과 장애아 학부모에게 덮어씌우는 게 문제를 키운 것이다. 동영상에 나와 있듯이.


그는 "왜 이렇게 갈등이 큼에도 왜 밀어부칠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이 상황까지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솔직히 이해하는 데 많은 어려움과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게 말인가? 자기가 갈등을 만들어놓고, 갈등이 크다고 한다. 누가 밀어붙이려고 하는데? 서울시교육청은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이고, 주민들은 당신이 한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문제를 만들고 갈등을 키운 당사자가 이해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니? 그는 싸움을 붙여놓고 이렇게 발뺌을 하고 있다.  


나는 이 영상을 보고, 어느 분의 페북 담벼락에서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 한 사람과 댓글로 짧지 않은 대화를 했었고, 신문 기사들을 찾아 읽었으며, 김성태 의원이 예전에 자기 페북에 올린 장애인 관련 글을 보았고, 해당 글을 삭제했다는 신문 기사를 다시 또 보았다.http://m.seoul.co.kr/news/newsView.php?cp=seoul&id=20170908500154


김성태 의원 페이스북에 올랐던 글의 캡처. 지금은 삭제되었다.


몇날 며칠 관심을 가지고 뉴스를 찾아 읽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김성태 의원 페북 글을 읽으면서 얻은 결론은, 위에 링크한 서울신문 기사가 간결하고 명쾌하게 지적한 것과 똑같다.


"김 의원은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강서 르네상스’ 공약을 통해 가양2동에 국립한방의료원을 건립하겠다고 했다. 공진초등학교 부지는 학교 용도로 서울시교육청이 쓰게 돼 있고, 법적으로 한방병원을 지을 수 없는 곳임에도 교육청과 협의없이 주민들과 약속한 것이다."


강서구 가양2동 주민들과 장애아 부모들이 부딪힌 사태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공진초등학교 폐교→서울시교육청, 그 자리에 특수학교 설립 예고→김성태 의원, 총선 앞두고 그 자리에 국립한방병원을 설립하겠다는 주민 설명회→김성태, 국회의원 당선→주민과 장애아 부모들, 토론회에서 충돌.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왜 주민들과 장애아 부모들로 하여금 한 자리에서 얼굴을 맞대고 '토론'을 빌미로 얼굴을 맞대게 했느냐 하는 것. 그들이 왜 만나야 하며, 그들이 왜 서로를 설득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아무리 설득해도 되지 않는 설득을 말이다. 


하다 못해 식당이나 기내 같은 곳에서도 이렇게는 안 한다. 이를테면, 식당 옆자리 사람들이 내가 식사에 방해가 될 정도로 소란을 피운다면? 내가 그들에게 직접 "조용히 좀 해달라" 고 요청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얼굴 붉히고 싸움나기 십상이다. 해결하는 방법은 따로 있다. 식당 직원을 불러 컴플레인 하면 된다. 기내에서라면 승무원을 불러 요청하면 되고. 


이번 사태도 마찬가지. 나는 학부모들이 더이상 무릎을 꿇는 그런 일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죄인도 아니고, 무릎을 꿇어가면서까지 요청할 일이 아니다. 그들은 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권리가 있는 그들이 왜 무릎을 꿇는가. 그것도 결정권도 없는 주민들 앞에서. 학부모들은 서울시교육청에, 예정된 대로 특수학교 설립을 계속 추진하라고 요구하면 그만이다. 토론회 같은데서 왜 마이크를 잡고, 무릎을 꿇고 읍소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토론회 같은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면 서울시교육청에 맡기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일 하라고 그들에게 세금으로 월급 주는 것이고.  


처음에는 반대하는 주민들이 정말로 이상한 사람들로 보였다. 그 동네 주민 한 사람과 직접 이야기하면서 이해 할 부분도 없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김성태 의원의 약속을 믿고 국립한방병원(그분은 대학병원이라고도 했다)이 들어설 것으로 믿었으며, 병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상권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했던 것. 정확하게 말하면, 그들은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국립한방병원이 들어서기를, 김성태 의원이 했던 약속이 이루어지기를 원한다. 특수학교가 아니라 다른 시설이 들어선다 해도 그들은 반대할 것이다. 


그 주민은 "강서구에는 8개의 장애인 시설이 있다. 강서구 주민들이 장애인 시설을 혐오한다면 서울시에서 가장 많은 시설이 들어서도록 그냥 두었겠나?"라고 반문했다. 맞다. 강서구는 장애인 시설을 다른 구보다 많이 보유한 점으로 보면, 장애인에 대한 지지도와 이해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문제는, 그들 또한 주장하는 방법이 틀렸다는 것. 서울시교육청에 가서 특수학교 설립 철회를 요구할 이유가 없다. 한방병원 설립을 서울시교육청이 약속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목소리 높여 항의하고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해야 할 사람은, 애초에 말을 꺼내고 설립을 약속한 김성태 의원이다. 특수학교를 설립하지 말라고 '운동'을 벌일 것이 아니라, 김성태 의원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이 옳다. 


토론회에 나가 한방병원 설립 '약속'을 한 적이 없는 교육청, 장애인 학부모들에게 소리를 지를 이유 또한 없다. 엉뚱한 곳에서 소란이 벌어지니 '나쁜 사람들'로 몰리고 욕을 먹는 것이다. 장애인 시설을 8개나 보유한 강서구 주민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문제 해결 방법은? 내가 보기에 그렇다. 캐나다에서라면 이렇게 간단 명료하게 할 것이다. 


첫째. 서울시교육청은 자기들이 세운 계획대로, 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일을 진행하면 된다. 그 일을 누가 방해한다면? 공권력은 이럴 때 부르는 것이다. 학부모들도 그들에게 설립을 약속한 서울시교육청만 상대하면 된다.


둘째. 한방병원 설립을 희망하는 주민들은, 서울시교육청이나 장애아 학부모를 볼 필요가 없다. 약속을 한 김성태 의원에게만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면 된다. 약속을 지키는 것은 약속을 한 김성태 의원의 몫이자 책임이지, 서울시교육청나 장애아 학부모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김성태 의원이 " 법적으로 한방병원을 지을 수 없는 곳임에도 교육청과 협의없이 주민들과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라고 엉뚱한 곳에다가 소리를 지르고 항의를 하니까 비난을 사는 것이다. 그러니 사정도 모르고 자기네 비난한다고 억울해 할 것도 없다.


셋째. 김성태 의원. 약속을 지키거나,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지거나 둘 중의 하나를 해야 한다. 그는 자기가 한 약속 때문에 이런 사단이 벌어졌는데도 핵심 당사자가 아니라는 듯 그 자리에서 슬쩍 빠져나갔다. 사태의 단초는 김성태 의원이 했던 약속이다. 그는 약속을 지켜지기를 원하는 지역 주민들을, 결과적으로 나쁜 사람들로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 약속을 지킬 수 없다면, 국회의원직을 내놓든가(절대 그럴 리 없겠지만), 한방병원에 상응하는 다른 무엇을 만들어 주민들 앞에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그가 사람이다. 국립한방병원이 그 자리에 꼭 들어서야 할 긴급하고 긴요한 시설이라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그가 그렇게 만들면 된다. 법이 정하는 대로, 그것을 그렇게 설립하게 되었는데도 누가 와서 반대를 한다면 그때도 경찰을 부르면 된다. 


나는 미디어몽구가 일부러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저 영상의 제목을 제대로 뽑아냈다고 본다. 사태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했기 때문에, 김성태 의원이 토론회장에서 빠져나가는 모습을 끝까지 찍었을 것이다. 강서구 가양2동 주민들을 비난할 마음은 더이상 없다. 그러니 그들도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지 말고, 한방병원 설립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면 좋겠다. 엉뚱한 데 가서 하지 말고, 바로 그 약속을 했던 김성태 의원한데 가서 말이다.


정말이지 안타까운 것은, 장애인의 아픔을 가장 잘 이해하고 그들에게 가장 너그러울 법한 강서구가 이번 사태로 인해 가장 각박하게 구는 지역으로 찍힐 우려가 있다는 사실. 지금까지 장애인들을 가장 넉넉하게 품어준 지역인데 말이다. 이걸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따로 있다. 그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김성태 의원은, 엄한 사람들 싸움 붙여놓고 토론회장에서 슬쩍 빠져나가듯이, 구렁이 담넘어가듯이, 이 문제에서 빠져나가지 않기를 바란다. 책임은 김 의원에게 있다. 약속을 했으니, 법을 개정하든 어떻게 하든 약속을 지키든가, 책임을 지든가, 당신이 알아서 하라.  왜 다른 사람들이 당신이 한 약속 때문에 얼굴 붉히고, 소리 지르고, 욕먹고, 무릎까지 꿇어야 하는데?   


덧1. 김성태 의원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이다. 정확한 지적.




덧2. "차별받는 장애인을 위해 일하고 싶었다" "이땅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영원히 사라지길 꿈꿔본다"는 내용의 김성태 의원 페이스북 글은 삭제된 상태. 다음은 그것 말고 장애인에 관해 올린 다른 글이다. "장애인들이 행복하면 세상이 행복해진다"는 글을 쓴 분이, 왜 장애인들을 행복하지 못하게 만드시나? 김 의원 말대로 해도, 김 의원이 했던 일은 세상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 사실이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