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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야기

한국언론은 '네이키드뉴스' 전도사로 왜 나섰나?

  
  최근 한국 뉴스를 보면서 새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이른바 '네이키드 뉴스'(일명 알몸 뉴스)가 한국에 상륙해 '서비스'를 시작했다면서, 그 뉴스가 시작된 곳이 캐나다라는 것이다. 어느 신문에서는 '캐나다 토론토'라고 썼다. 

  토론토라고? 
  캐나다 하고도 토론토에 8년째 살고 있는 나는 캐나다 네이키드 뉴스에 대해, 본 바는 물론 들은 바도 없다. 이곳의 유력 매체들이 뉴스거리라고 떠들기라고 했다면 그 쪽 방면에 남 못지 않게 촉수가 발달했다고 자부하는 나에게 걸려들지 않았을 리가 만무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같은 뉴스가 캐나다에도 있고, 캐나다에서 처음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이번에 한국 언론을 통해 처음 알았다.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내가 알지 못한다는 것은, 그 뉴스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철저하게 마이너로 파묻혀 있다는 얘기다. 캐나다에 와서 깜짝 놀란 사실 가운데 하나는 성을 노골적으로 상품화한 것을 쉽게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성인 용품점은 있지만 청소년들의 출입은 엄금. 나 또한 한번도 들어가 본 적도 없고, 들어가보고 싶지도 않게 '후진' 외양을 하고 있다. 네이키드 바나 후커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한번도 본 적 없다. 성 문화가 개방된 서양사회라고 하지만 성 상품의 유통은 그만큼 철저하게 차단, 관리되고 있다고 느꼈다.

   말하자면 네이키드 뉴스의 발원지라는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그게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로 마이너 중의 마이너 문화에 속한다. 

   참 이상한 것이, 왜 그것이 한국에 들어가면서 마치 전 국민, 나아가 나같은 해외 동포까지 다 알아야 하는 듯이 언론의 뉴스거리가 되는 것일까? '팬티만 놔두고 다 벗는다'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스포츠 신문에 빠짐없이 기사가 오르는가 하면, 이른바 힘있다는 일간지에도 버젓이 실린다.




네이키드뉴스의 앵커라고 소개된 이들이다. 저 뉴스를 찾는 이들은 뉴스를 보려고 할까, 저들의 '알몸'을 보려 할까. 내가 찾아본다면 나는 정확하게 뒷쪽이다. 뉴스에 대해서는 다만 알몸의 여성앵커들이 과연 '어떤' 뉴스를 전할까에만 관심이 갈 뿐이다. 성을 여성 앵커 및 뉴스와 결합시켜 파는 막장 신종 상품을, 왜 한국 언론들은 앞을 다투어 홍보해주는 것일까? 

  네이키드 뉴스를 제작하는 이들이 아무리 그럴 듯한 명분들 들이댄다 해도 네이키드 뉴스는 성을 상품화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들은 '사업'을 하는 것이니 그렇다고 치자.

  한국 언론은, 왜 발상지에서도 마이너인 네이키드 뉴스를 국민에게 알리지 못해 안달하는 것인가. 여성의 몸을 상품화한다는 것이 비판의 대상이 된다면, 내가 보기에 네이키드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보다 그런 성상품화 뉴스가 한국에 상륙했다고 홍보해주는 한국 언론이 성의 상품화에 앞장서는 꼴이다. 그것이 무슨 대단한 뉴스거리라도 되는 양 앞을 다투어 기사화하는 꼴은, 정말이지 눈뜨고 봐주기 어렵울 정도로 저질스럽다. 

    10여년 전, 미국의 도색잡지 <플레이보이>의 자매지에 니키리(이승희)라는 한국인 누드 모델이 등장했었다. 이승희를 상품화하려는 한국의 어느 기획사는, 가장 잘 나가는 신문 가운데 하나를 찍어 LA에 보냈다. 그 기자는 이승희를 인터뷰하고 문화 섹션 1면에 전면 기사를 썼다. 졸지에 <플레이보이도> 아닌 자매지의 누드 모델은 국위를 선양한 자랑스런 한국의 딸로 둔갑했다. 그녀가 한국에 왔을 때, 신문방송은 앞을 다투어 '노랑나비'를 취재하기에 바빴다. 

  그녀가 무슨 국위를 어떻게 선양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녀는 한국에서 유명 배우 못지 않은 대접을 받았다. 한국 주류 언론이 주도한 스타만들기에 힘입어 '국민적 관심'을 끌고, 영화와 광고모델로 스타가 되었다. 이곳에서는 철저하게 관리를 받는 하위 문화, 곧 막장 성상품화 문화가 한국에서는 어떻게 '일반 문화'로 올라서서 대중에게 유통되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네이키드 뉴스도 바로 그 꼴이 아닌가 싶다. 막장 하수구 문화가 마치 무엇이라도 가진 듯 홍보되는,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한 언론 문화를 가진 나라다. 한국은...

  *이곳에서는 네이키드 뉴스를 어떻게 찾는지도 모르겠다. 찾지도 못하겠고 찾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 한국 언론에서 하도 떠들어대니, 네이키드 뉴스의 고향에 사는 나도 한국의 네이키드 뉴스는 한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