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캐나다 토론토에서 외국 사람들이  나에게 자꾸 묻습니다.

  "너희 나라 정말 걱정된다. 부모 형제가 한국에 있지 않니?"하면서 대단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습니다. 진심으로 안 됐다는 투로 이야기합니다. 캐나다 뉴스를 뒤덮고 있는 이른바 한반도전쟁 위기 상황 때문입니다.


  평소 나에게 "남한에서 왔니, 북한에서 왔니?"라고 묻는 수준의 무지랭이들, 북한이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는 무식한 자들이 "너 참 안 됐다"는 식으로 걱정하는 말을 하니 이제는 짜증을 넘어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급기야 오늘은 '뚜껑'이 확 열려 인도 출신의 한 남자에게 쏘아붙였습니다. "너는 미국이 하는 말은 다 믿는구나. 네 나라나 걱정해."


  그런데 캐나다 토론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신문 방송 때문입니다. 요즘 이곳 언론들은 연일 한국 전쟁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떠들어댑니다. 전쟁 뉴스 폭탄이 투하된 듯 합니다.  어제 오늘, 인쇄 매체들은 좀 뜸해졌는데 방송은 여전히 곧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남의 나라 일에 대해 호들갑도 이 정도면 지나칩니다. 전쟁이 안 일어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위의 프로그램은 캐나다 국영방송 CBC의 간판 뉴스입니다. 메인 앵커인 피터 맨스브리지는 지금 몇년째 뉴스를 진행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처음 보았던 11년 전에도 저 이가 메인 앵커였으니까. 그 사실은 바로 맨스브리지가 캐나다에서 가장 신뢰 받는 뉴스 앵커이자 언론인이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4월10일에는 맨스브리지는 누군지도 잘 모르는 이른바 한반도 전문가들을 불러다 놓고 좌담을 했습니다. 제목은 '한국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인가?' 제목만 보고도 깜짝 놀랐습니다. 자세히 들어볼까 하다가, 남의 나라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이 꼴보기 싫어서 채널을 돌리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짓거리들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4월11일의 한국 뉴스는 '전쟁 위기에도 불구하고 서울이 너무 평화스럽다'는 것을 다뤘습니다. '긴장감이 이렇게 고조되어 있는데, 어찌 한 당사자인 한국은 천하태평인가?' 하는 것을 꼬집는 내용입니다. 하다 하다 이제는 평화스러운 것까지 문제를 삼으니 불쾌함을 넘어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방송이 이렇게들 하고 있으니, 어떤 사람들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진 줄 압니다. 어느 필리핀 여성은 "내 친구들이 많은데 어쩌나?"라고 걱정합니다.


   캐나다 신문 방송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 언론 탓입니다. 예전부터 느끼던 것이지만, 한반도 정세에 관한 캐나다 언론의 시각은 철저하게 미국에 의존합니다. 정치적으로야 미국을 따르지 않는 사례도 많지만-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 캐나다 장 크레티엥 정부는 미국의 참전 권유를 거부했습니다-이상하게도 언론은 미국의 시각을 고스란히 가져다 씁니다. 캐나다에서 이 정도로 떠들어 댈 정도이니 미국에서는 얼마나 심할까 보지 않아도 뻔합니다.


  캐나다 사람들이 신문 방송의 영향으로 나만 보면 걱정들을 하는데, 미국의 무지랭이 '애국 시민'들은 캐나다 사람들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나서서 외국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요즘은 보수 신문들마저도 "휘둘리지 말자"는 취지의 기사를 쓰고 있는데, 왜 미국에서 그렇게들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습니다. 자기 영토가 미사일 을 맞으면 서울은 불바다가 됩니다. 미국과 비교할 수 없이 큰 타격을 입게 되는 한국이 가만히 있는데 미국은 왜 저렇게들 전쟁 공포심을 부추기는지, 바로 그 상황이 심각합니다. 한반도 상황에 대해, 당사자인 한국이 미국 못지 않게 잘 판단할 수 있습니다. 예전이라면 미국의 정보력에 전적으로 의존했겠으나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미국, 특히 신문 방송이 떠드는 것을 보면, 전쟁 공포 조성을 통한 전쟁 명분 쌓기가 아닌가 싶어 오싹합니다. 요즘 캐나다 분위기만 봐도, 미국이 매체를 통해 전쟁 분위기를 잔뜩 만들어놓고, 국민들로 하여금 전쟁을 하는 것을 당연히 하게끔 하는 사전 작업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북한의 도발보다 더 무서운 것이, 미국의 더 큰 보복이 아닐까, 그것이 많이 걱정니다. 이를테면, 연평도에 미사일을 날린 것과 같은 북한의 도발을 미국은 전쟁 분위기 조성을  슬슬 해가며 기다리는 것은 아닌가, 그것을 빌미로 미국이 전면전을 벌이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겨납니다. 사전에 신문 방송을 통해, 전쟁 분위기를 확 일으켜 놓고 전쟁에 바로 돌입하려 하는…. 하여 캐나다의 뉴스를 보면서 지금 미국이 신문 방송을 통해 '여론조작'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자꾸 생겨납니다. 정작 당사자인 한국은 평온한데, 속된 말로 미국이 더 '지랄'을 떨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북한의 작은 도발을 빌미로 큰 전쟁을 일으키려 하는 이유는 자명합니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면 죽어나는 것은 우리 민족입니다. 내가 북한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습니다. 한국이 바로  불바다가 되고 맙니다.


  거의 전쟁이 난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몰아가는 이곳 분위기를 보면서, 요즘은 북한보다 미국이 더 무섭습니다. 여론을 도대체 어디까지 몰아가려 하는 것인지, 그렇게 여론 몰이를 하여 진짜로 치겠다는 것인지, 그게 더 긴장을 하게 만듭니다. 이라크 침공 때처럼 명분을 일부러 만들어 들어가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더 걱정스럽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서울은 더욱 더 평화로워야 합니다.  미국과 캐나다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살아야 합니다. 또한 북한이 빌미를 잡히지 않도록 한국이 애를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에는 미국이 우방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중국이 있어 오히려 든든한 마음이니, 이게 도대체 뭔지 모르겠습니다.

Posted by 성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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