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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이

여성 성폭행 '캐나다 오보' 왜 발생했나?

어제와 오늘, 한국의 인터넷을 달군 캐나다발 엽기적인  기사가 하나 있습니다.

한인타운에서 새벽에 19세 먹은 한국의 여성 유학생이 한인 남성 3명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가해자들은 다른 도시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아주 충격적인 뉴스입니다.





사건이 발생했다고 오보에 나온 거리입니다. 오른쪽 빨간색 간판의 뒤. 한인 밀집 지역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100% 오보입니다.


오보의 진원지는 토론토에서 발간되는 캐나다 한국일보입니다. 이 신문의 기자가, 토론토에 사는 어느 대학생의 페이스북에 오른 성폭행 이야기를 보았는지, 제보를 받았는지 해당 대학생을 만났던 모양입니다. 대학생은 기자에게, 위와 같은 엽기적인 뉴스를 들려주었고 기자는 의심없이 받아적었습니다.


제보 대학생은, 피해여성이 유학생으로, 중학교 동창이다, 폭행 당한 후 나를 찾아왔다, 나는 경찰인 삼촌에게 연락해서 삼촌이 특별히 수사해주기로 했다, 삼촌은 비밀경찰이다 등등의 이야기를 기자에게 전했습니다.


기자는, 해당 지역 경찰에 이 사실을 확인했으나 토론토 경찰은 그런 사건 접수된 적 없다고 합니다.


제보 대학생은, 다음날 자기 페이스북에 더 강한 뉴스를 올립니다. 가해자 3명이 런던(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도시)에서 모두 죽었다고. 런던 경찰에서도 그런 사건 없다고 확인합니다.


그런데도 기자는, 오로지 제보한 대학생의 '말' 하나만 믿고 기사를 씁니다. 기사가 엽기적이니 당연히 1면톱입니다. 이 기사를, 토론토 현지에서, 파트타임 통신원으로 일하는 이들이 서울로 보냈을 겁니다. 토론토 동포사회에서 가장 크고 역사가 있는 신문에서 쓴 기사이니,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곳 총영사관도 마찬가지로 여겼을 겁니다.


오늘 아침, 한국 인터넷에서 뉴스를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이런 큰 사건이 발생하면, 사건 사고 많지 않은 캐나다의 방송 신문에서 톱뉴스로 거의 난리가 날텐데 아침 방송이나 신문은 한 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오보'라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동포신문인 캐나다 한국일보 사이트에 가보니, 예상대로 그 신문만의 톱기사입니다. 오보라는 확신이 더 강해집니다. 기사를 읽어보니, 이건 기사도 아니고, 기사 요건이 전혀 안 되는 구멍이 숭숭 뚫린 작문입니다.


세상에, 한인타운의 한 복판에서 10대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고, 가해자 3명은 모두 죽었다는데, 캐나다를 며칠 뒤흔들 만한 대형 사건인데, 캐나다 경찰은 모르고 있습니다. 경찰과 언론이 손잡고 직무유기하지 않는 한,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습니다. 비밀경찰인 삼촌에게 제보자는 도움을 요청했고, 기자는 성폭행 사건 특성상 비밀수사를 할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답니다. 웃음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이 기사를 쓴 정재호라는 기자는 몇년 전에 발행한 토론토 한인 청년들의 집단 성폭행 사건 오보의 당사자입니다. 그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보를 받아 기사를 썼고, 그때는 제보를 한 자가 경찰에도 신고를 하여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기사는 토론토의 한인 유학생들이, 교회의 여학생들을 성폭행했다는 것입니다. 경찰에 신고는 되었고 수사가 시작되었으니, 딱 여기까지는 뉴스가 됩니다. 그러나 1보는 성폭행을 기정사실화합니다. 이곳의 유력지들이 자기네 회사에 와서 취재해 갔다고 캐나다 한국일보는 자랑했습니다. 한국의 언론에도, 가해자라며 청년들의 사진들이 대문짝만하게 나갔습니다. 물론 눈을 가리고. 이곳 신문들은 눈도 가리지 않고 내보냈습니다. 이곳 신문에서는 피의자들의 얼굴을 내보내는 것이 문화입니다. 문화가 다른 한국 언론에서는, 얼굴 사진이 나온 걸 보고 100% 사실 보도라고 확신했을 겁니다. 그래서 그 사진을 받아 눈을 가리고 내보냅니다.


결론은 무고였습니다. 교회의 알력 다툼에서 빚어진 사건입니다. 멀쩡한 한국 유학생들을 성폭행범으로 만들어버린.


캐나다 한국일보는 팔로우업을 하는 것처럼 하면서, 교묘하게 책임에서 비켜갑니다. 자기네가 만들어놓고, 특종했다고 자화자찬 실컷 해놓고는, 후속 기사는 이와 다른 방향으로 계속 내보냅니다. 그 과정에서 단 한번도 오보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습니다. 결과가 무고로 나와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류 언론도, 한국 언론도 우리 기사 다 받아썼다고 자랑만 계속합니다. 주목받지 못하는 동포언론이, 안타깝게도 주목을 받고 취하니, 특종이 잘못된 건지 아닌지 판단을 못합니다. 특종은 자랑하고, 후속 기사는 특종과 관련없는 방향으로 씁니다.


모름지기 신문사라면, 기사에 대한 자체 검증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아니면 말고'라면 찌라시도 되지 않습니다. 훈련이라고는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는 이들이 기자 타이틀을 가지고 있고, 캐나다 한국일보 하면 한국일보라는 타이틀 때문에 뭔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신문사라는 데서 '아니면 말고'식으로 합니다. 이번 사건의 제보를 믿은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제보 대학생이 평소에 모범생이었고 한인학생회에서 봉사활동도 많이 했다는 것입니다.


지난번 기사로, 멀쩡한 한국 유학생들을 성폭행범으로 만들어버리더니, 이번에는 아예 삼류 소설을 써서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줍니다. 사건에 놀라고, 그 큰 사건이 해프닝이라고 또 놀라고.  그리고 "낚시성 제보, 왜?"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냅니다. 자기네가 '낚시'를 했으면서, 자기 신문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투입니다. 오늘 나온 그 기사를 다시 보려했더니 서브가 다운되었습니다.


두 기사를 쓴 기자가 동일 인물입니다. 지난번의 큰 실수를 이 기자는 여전히 특종이라고 여기고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취재의 ABC도 모르는 기자가 특종에 취해 오보의 연타석 홈런을 날렸습니다. 이 기자뿐 아니라, 이 기사를 내보내는 그 신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사에 의심을 품는 데스크 한 명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기사들의 특징은, 1) 독자들에게 아주 강한 인상을 남긴다는 사실. 토론토 한인사회, 멘붕! 우리 모국에도 캐나다 토론토와 한인사회, 이미지 또 나빠졌겠지요.


2)정정 보도 아무리 해도 인상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 더 문제는, 기자와 신문사가 오보를 했으면서도,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고, 인정하지도 않고, 그러니 사과할 생각은커녕 정정보도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왜 그런 낚시성 제보를 했을까?"라는 투로 제보자에게 책임을 넘기고 오히려 푸념합니다. 이걸 후속 기사라고 적는 게 이게 동포신문의 현실입니다.


현실이 이러하니 한국에서는 동포신문 기사, 그대로 받아쓰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