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은 쓴 지 어언 30여년 만에 전혀 다른 종류의 안경 하나가 서울에서 도착했습니다. 캐나다에 살면서도 이런 저런 인연으로 하여, 안경은 한국에서 맞춰 씁니다. 요즘은 한국을 오가는 이들이 많으니 그 편에 부탁해도 되고, 인편이 없으면 우편으로 받아도 별 불편함이 없습니다.


  토론토의 검안의에게 시력을 검사 받고 그 내용을 이메일로 보냈더니 이번에는 안경을 평소보다 하나 더 보내왔습니다. 놀랍게도 돋보기입니다. 돋보기라 하면 예전 할아버지 생각이 퍼뜩 떠오르는데, 제가 할아버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중년에 들기는 든 모양입니다.

Canon | Canon DIGITAL IXUS 960 IS | Pattern | 1/60sec | F/8.0 | 0.00 EV | 7.7mm | ISO-80 | Flash fired, auto mode, red-eye reduction mode | 2009:09:01 15:09:39


  몇년 전 검안의에게 갔을 때 "원시가 생겼네요" 하더군요. 그때 화가 좀 났습니다. 젊은 여선생이 아니었다면 짜증을 냈을텐데, 검안의 하는 말이 "자연스러운 거니까요" 하고 위로를 하길래 누구를 향한 것인지 모를 화가 좀 누그러졌습니다.
  
  이후 책의 거리가 눈에서 점점 멀어지더니 급기야 안경을 벗고 코앞에 바짝 붙여야 가장 읽기 편한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보통 안경은 2개씩 오는데 이번에는 3개가 왔습니다. 하나는 근시 전용. 또 하나는 근시와 원시를 결합한, 전문용어로 다초점랜즈, 마지막이 문제의 돋보기였습니다.

  돋보기를 쓰는데 마음의 저항이 좀 있었습니다. 돋보기 하면 퍼뜩 떠오르는 것이 '늙었다'는 것이어서요. 오! 놀라워라.  쓰고 보니 뜻밖의 새로운 세상이 열렸습니다. 노트북 자판과 화면의 글씨들이 갑자기 커지더니 눈이 시원해졌습니다.

  이렇게 쓰다보니 어느새 노트북 옆에는 으레 돋보기가 놓이게 되었습니다.

  하기야 어릴 적부터 보아온 유명 인물들이 하나 둘씩 세상을 뜨는 것을 목도하면서 나도 나이가 먹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에만 김수환 추기경이 가셨고, 노무현 전대통령, 마이클 잭슨에 이어 DJ까지. 그 이전에도 누가 있지 싶은데, 이제는 특별한 일도 아니다 싶어 누가 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동시대의 대표 인물이자 아이콘이었던 분들이, 나의 앞에서 사라지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내 청춘도 이렇게 끝이 난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도 하고... 

  이제 돋보기와 친하게 되었으니 나이값 좀 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듭니다. 
Posted by 성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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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lakias 2009.09.05 04: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재밌는 글이네요, 다시 찾아 왔습니다~^^

    실은 저도 돋보기를 쓰는데요
    요즈음엔 그저 눈으로 봐선 사람들의 연령대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기도 하고
    돋보기를 쓰기전에는 그런대로 스스로 나이에 대한 부담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돋보기를 쓰고난 후 부터는 어딘가 모를 묘한 기분이 든 것은 사실입니다.

    하하.....

    지난 여름에 우연히 5년 후배를 만났는데
    놀랍게도 그 후배가 느닷없이 돋보기를 낀다면서 보여주더라구요
    그때 후배를 본 느낌은 상당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주변의 제 동료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말~없~이 거의 다 돋보기를 가지고 있더군요.

    제겐 그 모습들이 마치 fashion trend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정겹기까지 했답니다. ^^;

    마침 오늘 저도 다초점 렌즈를 맞추러 갈 생각입니다.

  2. 독설닷컴 2009.09.07 05: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배도 많이 늙으셨네요...
    백승기 서명숙 문정우 선배와 낮술 한 잔 하고 왔어요. ㅋㅋ
    낮술, 캐나다에서는 미친 짓이죠?

    • 성우제 2009.09.08 01: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재열. 오랜만이다. 네 나이가 몇인데...

      낮술, 먹으면 되지 못 먹을 게 어디있나?
      오늘 이곳의 노동절. 아침 9시반부터 골프치고 점심 하면서
      소주 깠다. 아직도 취해서 해롱해롱이다.

  3. 여시 2009.09.07 07: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제형, 세월은 어쩔 수 없는 벱이여.

    근디 재열, 넌 언제 여기에 왔냐?
    신출귀몰이라더니 낮술 먹고 헤어진지 얼마나 되았다고
    벌써 여기에 출몰허냐.

  4. anna 2009.09.08 06: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들 안녕하십니까?
    성우제님 글도 재미있는데, 우제님의친구,후배 ,선배님들 댓글도
    재미있습니다.

  5. 보라매 2009.09.08 15: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에 보여줬던가요, 내 돋보기?
    안과에 한번 가야하는데 게을러서 전 아직 코스코 돋보기를 씁니다.
    미국와서 햇빛이 너무 환해서(왠지모르게) 눈이 망가졌나 했었는데...
    나이가 눈을 바꾸어 놓았더군요. 허 참~
    눈이 그렇게 되어서 그런지 요즘은 썬그레스도 써야합니다.
    날 환한 날 그냥 운전하면 눈에서 눈물이 납니다. (시도 때도 없이) ^^

    노동절에 멋진 골프였나요?
    저도 골프노동을 좀 했습니다. 평소에 치지 않던 빽티에서(6743야드 파70) 92개.
    처음 산 새 신발 신고 기분좋게... 잘 쳤죠... 흐흐흐.
    드라이버가 잘 잡혀서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낮술 한 잔...

    • 성우제 2009.09.10 01: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달러샵에서 사 쓰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괜찮은 모양입니다. 10개 사다가 읽어버리면 바꿔 끼고...
      선글래스는, 동부 지역의 필수품이 아닌가 싶어요.
      한국에서는 끼지 않았는데 산없는 이곳에서는
      그것 없이 운전하기가 너무 힘들더군요.
      예전에 재미교포들이 한국에 들어와 선글래스 끼고 다니던
      이유를 알았습니다. ^^ 저도 한국 가서 그랬거든요.

      요번 일욜에도 나갑니다. 전 아직 숫자로는 요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