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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문학

뉴욕 무한도전의 무한한 촌스러움



  MBC 무한도전 팀이 뉴욕에 가서 뭘 찍었다는 뉴스가 인터넷만 열면 떴고, 해당 도시가 다름 아닌 뉴욕이어서 그 프로그램의 1편을 어제 인터넷을 통해 찾아 보았습니다. 타블로의 형인가 누가 자기 블로그인지 홈페이지에다가 "촌스러운 짓 했다"고 써서 욕을 많이 본 모양입니다. 저는 그가 무슨 내용으로 어떻게 썼는지 관심도 없고, 그가 말하는 촌스러움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무한도전 팀을 비판하려 하기보다는, 한국이 내가 사는 토론토를 포함해 전세계에 얼마나 많이 알려져 있나 하는 것을 말하려는 것입니다. 무한도전 팀이 바로 그같은 점을 잘 모른다는 것이 바로 촌스럽다는 것인데, 그것은 비단 무한도전 팀만 그런 게 아니라 한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이 자기네들의 달라진 위상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위의 캡처 사진들은 뉴욕의 타임스퀘어에 간 박명수와 길이 한국 기업의 광고판을 보고 놀라는 광경입니다. 저게 저렇게 놀라운 일일까? 바로 이런 게 촌스럽다는 것입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첼시가 삼성 광고를 달고 다니는 것은 많이 보셨을테고, 아래의 이 광경은 어떻습니까? 지난번 토론토 피어슨공항에 나갔다가 공항 입구에 세워진 이것을 보고 좀 놀랐습니다. 피어슨 공항은 인천국제공항처럼 해외로 향한 토론토의 관문입니다.


  이 사진을 실은 기사를 읽어보니, 공항에 거대한 조각을 세우는 이 프로젝트는 2002년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에서 시작되었는데 2008년에 토론토에 설치된 이 조각품은 그 22번째 작품이라고 합니다. 전세계 주요 도시의 관문을 삼성 휴대폰이 이렇게 서서 지키고 서 있는 것입니다.

  1990년대 중반 뉴욕에 처음 갔을 때, 현대 자동차를 만나면 반가워서 일부러 뒤따라가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지금은? 그 위상이 일본차만큼은 못하지만 미국차는 확실히 제쳤고, 내가 이민을 온 첫 해인 2002년에 비하자면 일본차를 더욱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들의 셀폰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LG와 삼성 제품이 80% 이상을 차지합니다. 가끔씩 노키아가 보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셀폰=LG/삼성 공식이 성립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용하는 사람들이 LG/삼성이 어느 나라 기업인지 잘 모르지만서도…. 가전제품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코스코에서 경쟁하는 곳이 삼성과 LG입니다. 일본 것과 필립스는 디스플레이에서도 밀린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왕 가게 이야기가 나왔으니, 자잘한 이야기 하나만 더. 중국이 저임금 노동력을 앞세워 전세계 제조업을 쥐락펴락한 지는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내가 한국 사람인 줄을 알고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들 중 가끔씩 묻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거 어디서 만든 거냐?" '메이드 인 코리아'가 있냐고 묻는 것입니다. 손님들은 한국 제품을 고급스러운 상품으로 여깁니다. 특히 여성 의류에 관해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떤 일본 여자는 "한국산 티셔츠를 13년이나 입었는데 모양이 그대로였다"고 했습니다.  

  어떤 손님은 자기 셀폰에 원더걸스의 <노바디>를 녹음해와서 들려주었습니다. "왜 영어 버전으로 듣지 않고 이해도 안되는 한국 가사로 듣니?"라고 물었더니 "뜻은 몰라도 원곡의 필링이 훨씬 좋다"고 했습니다. 과거 중고교 때 뜻도 모르고 팝송을 듣던 기억이 납니다.

  

  토론토와 뉴욕의 공항에서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위와 같은 한글 안내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영어도 별 어려울 것은 없지만 한글로 보니 얼마나 뿌듯하고 편한지 모릅니다. 뉴욕 지하철에서도 저것을 보았습니다. 한국인 이용객이 많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겠지요. 위의 것은 토론토 피어슨 공항에서 찍은 것인데, 뉴저지의 뉴악공항에서 보니 불어와 독어는 아예 없었습니다.



  카메라에 지난 3월에 찍은 이 사진이 들어 있었습니다. 뉴욕 최고의 근현대 미술관인 MoMA의 아트숍에서 열린 서울산 디자인 특별전입니다. 사진은 그 전시의 쇼윈도입니다. MoMA에 한국 작가 이 불이 청년작가전에 선정되어 대서특필되었던 것이 불과 10여년 전입니다. 아트숍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디자인이 이렇게 중심 자리를 차지하여 특별전을 열 정도가 되었으니 격세지감이 있습니다.
  

  무한도전 팀들이 뉴욕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국 음식에 대해 물었을 때 "한국은 알지만 음식은 모른다"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한국을 모른다"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국이 어디에 붙어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고, 여전히 전후의 궁핍한 나라(아프가니스탄처럼) 정도로만 알려졌던 것이 불과 10여년 전까지였습니다. 월드컵을 치르고, 한국 기업이 선전하고,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위상이 이만큼 높아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경기를 하기 전부터 주눅이 들었을 한국 야구 대표팀이 일본과 맞짱을 뜰 수 있는 것도, 이렇게 높아진 위상과 그로 인해 만들어진 자신감 때문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바깥에 나와 살다보니 이제는 한국 자동차를 보아도, 광고판을 보아도 별로 신기하지가 않습니다. 너무나 자주 보기 때문입니다. 뉴욕의 맨해튼에서 뭘 봐도 이제는 심드렁합니다. 타임스퀘어에서 한국 기업의 광고판을 본 지가 10년이 넘었습니다. 그걸 보고 "와 " 하고 감탄사를 내지르는 것이 참 촌스럽다는 얘기입니다.

  이 글의 주제와는 관계없이 무한도전에 관한 불만을 사족으로 붙이자면...

  아무리 바빠도 영어 문장 몇개라도 좀 외워서 가지, 한국 최고의 방송인이라는 사람들이 길거리 인터뷰를 하면서 간단한 몇 마디도 못해서 쩔쩔 매는 것을 보고,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타블로의 형이 욕을 했을 법도 하다 싶었습니다. 세련된 인터뷰를 준비해가도 모자랄 판에, 인터넷 방송과 길거리에서 무작정 들이밀다가 안되니까, 유재석과 박명수가 춤까지 동원하는 것은 보기에도 참 안쓰러웠습니다.

  요리 선생에 대한 정준하의 무례함에 대해서도 참 놀라웠는데... 모셔온 전문가를 앞에 두고 초보자가 그렇게 막나가는 것이, 이 블로그에 들어와서 악플을 달면서 막나가는 사람들과 닮은꼴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그게 설정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설정이면 더 문제겠고, 당혹스러워 하는 요리사의 표정은 담으면서도, 그 참을 수 없는 무례함을 자제시키지 못하는 사람이 제작자인지,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