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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문학

구글의 '길거리 보기'로 찾아본 내 일터, 내 동네 - 그리고 오웰의 '감시사회'



커서를 이용해 걸어가듯 주의회사당 쪽으로 사진을 쭉 진행시켜 봤습니다. 공사 현장이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지금 의사당 근처가 대대적인 개보수 작업중이거든요. 그래서 어렴풋이, 아하, 몇달 전에 찍은 사진이구나, 깨달았습니다 (오늘 아침에 직장 동료에게 물어보니 지난 여름에 구글의 카메라 자동차가 한바탕 훑고 지나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래 그림은 
세인트앨버트시에서 제가 사는 동네입니다.  흥미롭게도 저희 집이 들어가 있는 포켓으로는 구글의 사진 찍는 자동차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집을 포함해 10여채쯤이 들어가 있는 길은 구글 사진으로도 잡히지 않습니다. 이 그림은 저희 집쪽으로 들어가는 초입입니다. 


이렇게 구글이 찍어놓은 길거리 풍경을 보면서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 참 많이 변했구나 (좋아진건지, 나빠진건지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겠습니다), 라는 단순한 생각부터, 이것이 우리 일상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까라는 좀더 구체적인 의문, 그리고 당연히 제 업무와 연관된 '프라이버시' 문제도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구글의 길거리 보기 프로젝트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반응을 받은 모양입니다. 독일과 스위스, 이태리 같은 데서는 좀더 부정적이었고, 미국이나 캐나다 쪽은 도리어 더 긍정적이었습니다. 프라이버시 침해의 위험성이 가장 널리 부각된 주제였지만 구글은 그것도 잘 해결한 듯 보입니다. 사진에 사람이나 차가 나왔을 경우 이를 확대해 보면 그것을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얼굴과 번호판이 모자이크 처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왕궁이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건물들에 대해서도 구글은 모의 이미지로 대체하거나 모자이크 처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프라이버시니, 24/7 감시사회의 도래니, 조지 오웰의 악몽이 실현됐다느니 하는 말들이 호들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여러 영화들에서 잘 확인된 것처럼, 구글의 스트릿뷰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미국, 영국, 프랑스 등 강대국들의 위성 감시 카메라는 놀라울 정도의 정밀도로 우리를 감시해 왔으니까요. 구글은 스트릿뷰를 통해 그러한 사실을 일반 대중에게 다시금 상기시켰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조지 오웰이 영국인인데, 영국이 전세계에서도 가장 많은 감시 카메라를 가진 나라로 변모했다는 사실은 여간만한 아이러니가 아닙니다. 약 4백만대의 감시 카메라가 곳곳에 포진하고 있어서, 영국의 일반인이 아침에 집을 나섰다가 퇴근해 집에 돌아올 때까지 적어도 세 번 이상은 어떤 카메라에든 잡힌다고 합니다. 오웰이 듣는다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요.

구글의 스트릿뷰와 CCTV로 대별되는 감시사회가 아직 직접적인 연결망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의 관음증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했다는 점은 분명하고, 그 관음증의 대상을 우리로 바꿔 잡고, 그러한 관음증의 의도나 목적을 정치적, 사회문화적 함의와 연결 짓는다면, 구글의 길거리 풍경이 무해해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마냥 재미있어 보이지만도 않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