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람 이야기

16강 잔치는 끝났다..."동국아, 잘했다"


  비록 졌지만 한국 팀이 이번 대회에서 보인 최고의 경기였습니다. 한국팀은 한국팀다운 컬러로 경기를 아주 잘 했습니다. 다만 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입니다. 우리의 볼은 골대를 때리고 바깥으로 흘렀고, 우루과이의 볼은 문 안으로 흘러들어갔습니다. 이동국의 마지막 슛팅 또한 골키퍼를 스치며 골문 앞에서 멈췄습니다. 졌지만 시원한 경기였습니다.

  12년 전에 이동국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직후 K리그가 갑작스레 인기를 끌었는데, 구름 관중을 몰고다닌 스타 세 명이 그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안정환 고종수 이동국.

  이들 가운데서도 이동국은 단연 톱이었습니다. 월드컵 본선에서 시원한 중거리슛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외모도 곱상해서 오빠부대를 몰고 다녔습니다. 2002년의 확실한 주인공으로 발탁되는 것은 시간문제였습니다.




  나는 그때 그 축구붐을 취재했고, 그 핵이었던 이동국을 포항 스틸러스 숙소에 가서 인터뷰했습니다. 그는 그 전날 단독 찬스에서 골을 넣지 못한 것을 머리를 쥐어뜯으며 아쉬워 했습니다.

  그후 그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모두들 아시 겁니다.

  오늘 경기 후에도 그는 12년 전처럼 머리를 쥐어뜯을 것입니다. 마지막 찬스에서 그가 찬 슛팅이 골키퍼를 통과했으나 약했습니다. 평소였다면 들어갈 골이었습니다. 그라운드가 비에 젖어 속도가 현저하게 줄었습니다. 왜 좀더 강하게 차지 않았을까, 왜 공중으로 띄우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그를 평생 따라다닐 것입니다.

  동점이 되었으도 경기는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고, 8강에 간다한들 또 어찌되었을지 모르니, 한국팀이 한국팀답게 싸운 것만으로도 잘했다 칭찬하고 싶습니다. 16강이 목표였으니 잔치는 끝났고, 이제 남의 잔치를 즐기면 됩니다. 

  이동국은 오늘 잘했습니다. 그가 투입되자 공격의 중량감이 살아났습니다. 비록 탈락했으나 이동국도, 한국팀도 아쉬울 게 별로 없는 후련한 한 판이었습니다. 허정무 감독도 오늘 잘 했습니다. 선수들보다 더 긴장한 게 아쉽기는 해도, 그가 이만한 경험을 쌓은 것만으로도 한국팀에게는 앞으로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그들 덕분에 이곳 시간으로 토요일 오전, 우리 가족이 모두 모여 처음으로 소리 지르며 응원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