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월드컵 16강전에 오르자, 외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도 너무나 좋아합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아침 7시30분 혹은 한참 일할 시간인 오후 2시30분에 열렸는데도 한인회관이나 식당 같은 곳에 모여 공동 응원을 펼칩니다. 캐나다팀이 경기를 해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습니다.
공동응원을 펼치는 토론토의 한국 사람들. 남녀노소가 모였습니다. 박주영이 역전 골을 넣자 이렇게들 환호합니다.
올림픽에서도 이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2002년 이후 유독 월드컵 축구에서나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원정 16강에 최초로 오른 한국 선수들에 대한 병역 면제 문제가 거론되는 모양입니다. 워낙 예민한 문제여서, 바깥에 사는 사람이 이렇다 저렇다 할 거리가 아니다 싶으면서도,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지나칠 수 없습니다.
스포츠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나가 국위를 선양한 것에 대한 포상의 하나로 병역을 면제시켜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림픽에서 메달,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면제가 될 터인데, 국위 선양 측면에서 월드컵 16강 진출이 아시안게임 금메달보다 못한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국위 선양이라 함은, 세계 만방에 한국의 이름을 널리 알린다는 뜻입니다. 그 뜻에 대입해보건대,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고사하고, 올림픽 금메달조차도 월드컵 16강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월드컵 16강이 아니라 본선 진출만으로도 올림픽 금메달보다 국위 선양에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세계 만방 가운데 하나인 캐나다에 살다보니, 그것 하나는 확실하게 보입니다.
박태환 김연아가 금메달 땄다고 하여 태극기 휘날리며 토론토 거리를 돌아다닌 자동차는 한 대도 보지 못했습니다. 반면 월드컵 본선에 한국이 올라가고, 월드컵이 시작되자마자 토론토에서는 태극기가 휘날리며 한국 국위를 선양합니다.
그렇다고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메달을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도 대단히 값진 결과이지만 국위 선양을 기준으로 보면 월드컵 본선 진출만큼 대단하지는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전세계 시청자의 숫자라든가, 신문 방송에서 떠들어대는 비중을 두고 보면 WBC 결승에 오른 것보다 월드컵 본선 진출이 훨씬 더 큽니다.
사실이 이러한데, 한국에서는 너무 명분에 사로잡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 감정이 어떻고, 네티즌의 여론이 어떻고를 따질 게 아니라 포상의 이유를 생각하면 됩니다. 국위 선양이 포상의 기준이라면 그 기여도를 따지고 점수를 매기면 간단합니다.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 단순한 문제를 두고 왜 저리들 떠들어대는지 모르겠습니다. 더군다나 16강에 올라갔는데 말입니다. 실리보다 명분에 사로잡힌 한국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축구 종목 자체를 놓고 보아도 더이상 따질 일이 아닙니다.
'아시안게임 축구 우승' '월드컵 16강 진출'.
무엇이 더 국위 선양을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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