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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이

퀸유나, 마오 아사다에 대한 캐나다 방송해설의 차이점


(토론토=성우제) 밴쿠버 올림픽 여자 피겨 숏 프로그램에서 김연아 선수가 세계 신기록을 세우는 모습을 가족이 모여 보았습니다. 이곳 시간으로 밤 11시입니다.

  아사다 마오가 연기를 너무나 잘 했습니다. 캐스터와 해설자는 "absolutely perfect"라고 평하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습니다. 그만 그만한 선수들을 지루하게 보아왔던 관중석의 탄성과 박수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매우 높은 점수가 나왔습니다. 아사다 마오가 환하게 웃는 장면이 잡혔습니다.

우리 딸이 오늘 저녁 김연아 이벤트를 위해 만든 두 종류 국기. 코라아나다의 국기라고 합니다.

  김연아가 나올 때, 캐나다 방송 분위기도 완전히 얼어붙었습니다. 아나운서나 해설자나 별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유나킴'이 아니라 '퀸유나'라 부르며 오늘의 이벤트를 잔뜩 띄웠던 데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인터뷰까지 따로 하며 퀸을 통한 최고 이벤트 만들기에 주력했기 때문입니다. 

  김연아가 브라이언 오서 코치 앞을 떠날 때에도, 분위기가 얼마나 긴장되었던지 아나운서나 해설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김연아가 여왕에 등극해야 목적했던 드라마가 완성되는 터라, 예비 퀸이 예비로 끝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딸은 이 종이를 써서 저녁 내내 붙이고 다녔습니다. 


  텔레비전 앞에 앉은 우리 가족이, 아사다 마오의 점수에 주눅 들어 얼이 빠져 있었던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김연아가 연기를 마치자 해설자가 한 마디 했습니다. "even better". 그리고 "special, special, special skater"라며 크게 안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점수가 나오자 또 한 마디.                       "Untouchable".
아사다 마오를 향한 칭찬과 차원이 달랐습니다.
이번 올림픽 최고의 스타가 예정대로 퀸에 등극해야 마치 이번 올림픽이 성공을 거둘 것이라 여기는 듯, 캐나다 방송을 마치 한국 방송 보는 듯했습니다.

우리 집 벽에 걸려 있는 양국 올림픽 성적표.

  이렇게 제3국의 방송까지 얼어붙게 한 그 긴장된 분위기를 돌파해내는 모습, 라이벌의 최고 연기와 최고 득점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은, 나에게 '장군' 같아 보였습니다. 연기도 연기지만 김연아를 퀸유나로 만든 것은 바로 이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꽤 피곤했었는데, 텔레비전을 보면서 한 차례 긴장을 했던 탓인지, 피곤이 다 사라졌습니다. 아름다운 목요일 밤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