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은 한국에도, 캐나다에도 수퍼 골든데이라 할 만했습니다. 두 나라 모두 금메달 획득이 확실시되는 종목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남녀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이었습니다. 저녁 무렵부터 자정까지 남녀 경기 장면을 꼬박 지켜보았습니다.
1000미터 남자부 결승에는 캐나다의 하멜린 형제와 미국의 안톤 오노, 그리고 한국의 이정수 이호석이 함께 출전했습니다. 오노를 사이에 두고 출전 선수도 캐나다와 한국은 2 : 2로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었습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오노를 사이에 두고 한국이 1, 2위, 캐나다가 4,5위를 차지했습니다.
캐나다 쇼트트랙의 간판 스타 찰스 하멜린. 동생과 더불어 한국과 미국에 밀려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습니다.
한국과 캐나다가 맞붙을 때 캐나다에 사는 나와 우리 가족은 누구를 응원할까 하는 것은, 나 스스로에게도 매우 궁금한 일이었습니다. 텔레비전 화면 앞에 앉는 그 순간 내 마음이 본능적으로 움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응원은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한국으로 향했습니다.
준결승전의 바로 이 장면. 캐나다와 한국이 결승전 진출의 운명을 가리는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습니다. 사진으로 보면 성시백의 칼날이 찰스 하멜린을 약간 앞질렀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하멜린이 최종 결승에 진출했고, 성시백은 순위 결정전으로 떨어졌습니다.
홈 어드벤티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싶은데, 이 불꽃튀는 접전에서도 나는 자연스럽게 한국을 응원하고 홈팀의 이점을 챙긴 캐나다를 가볍게 비난했습니다.
아이들도 강도 차이는 있지만 나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캐나다 선수들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와 대결한다면 당연히 캐나다를 응원합니다. 그러나 응원의 질에 차이가 있습니다.
캐나다 선수를 응원할 때는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습니다. 한국을 응원할 때와는 달리 이기면 좋고, 져도 그만입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한국을 응원할 때는 질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텔레비전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한국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까 들으려고 귀를 쫑긋 세우기도 합니다. 여자 해설자는 한국 선수들이 치고 나갈 때마다 '어메이징'이라는 말을 즐겨 했습니다. 캐나다가 넘지 못하는 장벽이지만 칭찬을 많이 했습니다. 그 칭찬이 듣기에 좋았습니다.
본능에 몸과 마음을 내맡겼을 때, 자연스럽게 한국을 응원하게 되는 바로 이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듯 모를듯 궁금합니다. 한국이 싫어서 "다시는 돌아보지 않겠다"며 한국을 떠나온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한국에 살 적에 중뿔나게 애국심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러는 것을 보면 역시 피가 물보다 진한 모양입니다. 캐나다 물을 아무리 많이 퍼마신다 한들 캐나다와 피를 나누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밤에는 캐나다와 미국의 남자 하키 경기가 펼쳐집니다. 이 경기에서만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될 터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캐나다를 응원하는 마음보다는 '미국만은 꼭 이겨라' 하는 미국에 대한 혐오 때문에 그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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