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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이

내가 타는 혼다 오딧세이의 소소한 잔고장들


  (토론토=성우제) 오늘 뉴스를 보니 도요타에 이어 혼다 자동차까지 대량 리콜 사태를 맞이했습니다.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 한국 이민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자동차는 일제였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잔고장이 없다, 둘째 중고차 가격이 높다. 한국에서 주로 현대차를 몰면서 경험했던 잔고장의 악몽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한 까닭은, 이곳은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나는 일본차를 그리 선호한 편은 아니었으나 현대차는 타기 싫었습니다. 한국에서 10년 이상 충성을 했으니, 다른 브랜드를 타보고 싶었습니다. 일본차에는 내가 원하는 모델이 없어서 포드 포커스를 4년간 탔습니다. 12만km를 뛰는 동안 잔고장이 거의 없었습니다.

   가게 운영 관계로 큰 차가 필요하게 되었을 때, 나는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혼다 오딧세이로 바꿨습니다. 도요타의 시에나와 비교해 가격은 3천불 정도 비쌌으나 힘이 좋았습니다.

  오딧세이에 대한 만족도는 퍽 높은 편입니다. 무엇보다 고속도로에 오르면 그 힘과 속도가 어떤 차에도 밀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잔고장이 없다는 일본차답지 않게 이런 저런 자잘한 고장이 많습니다. 현대차에도, 포드 포커스에도 없던 잔고장들입니다. 물론 엔진파트에는 3년6개월간 12만5천km를 뛴 지금까지 문제가 없습니다.

  잔고장 1. 운전석 파워 윈도 장치가 금방 고장났습니다. 겨울에 닫히질 않아, 딜러숍까지 끌고가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워런티 기간이라 무상으로 고쳤습니다.

  잔고장 2. 연료통 입구의 안쪽 판이 사라졌습니다. 보통 연로통 뚜껑을 열면 스프링 장치로된 판이 부착되어 있고, 주유기로 그것을 밀면서 휘발유를 넣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그게 사라졌고, 연료통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가 들어오다가 그마저 금방 없어졌습니다. 운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어서 그냥 다닙니다.

  잔고장 3. 운전석 뒷쪽 문의 잠금 장치가 안에서 부러졌습니다. 키를 조작해도 자동으로 열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손으로 올려도 올라가지 않습니다. 손으로 올린 뒤 바깥에서 열어야 문이 열립니다. 운행에 지장이 없어 그냥 다닙니다.

  잔고장 4.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으나 어느날 배터리가 방전되는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기술자도 그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연결 부위의 문제점 정도로 예상.

  잔고장 5. 고속으로 잠시 달리면 베어링에서 '웅' 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시동을 끄고 잠시 후 다시 달리면 그 소리가 사라집니다. 운행에는 지장 없으니, 저속에서도 소리가 들리면 교체하자고 했습니다.

  잔고장 6. 키의 배터리가 다 되어 교체하려 하였으나 나사가 너무 작고 마모되어 열 수가 없습니다. 키 하나는 그냥 수동으로 사용중입니다.

  물론 엔진 파트와는 상관없는 잔고장들이고, 또한 짐차로 사용하는 관계로 좀 험하게 운행한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소소한 잔고장은 많은 편입니다. 누가 일본차에 잔고장이 없다고 했는가, 하고 따질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내가 경험한 자잘한 경험만 생각해도, 최근 벌어지는 일본차 리콜 사태는 크게 놀랄 일이 아닙니다. 잔고장 없다는 일본차에 이렇게 잔고장이 많다는 사실이 더 놀랍습니다. 혼다 딜러숍에 가면 바가지를 엄청 씌우기 때문에, 그냥 저냥 타려고 합니다.

  다음 번에는 현대차를 새로 경험하고 싶습니다. 미국차의 인기를 앞지른 지는 오래 되었고, 1월에는 어부지리로 판매가 35%나 뛰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