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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이

캐나다에서 올림픽 하기는 하나?



 (토론토=성우제)  캐나다 밴쿠버 동계 올림픽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토론토는 조용합니다.   밴쿠버와 토론토가 아무리 동서 땅끝으로 떨어져 있다고 하나 같은 캐나다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토론토는 명실상부한 캐나다 최대 도시입니다. 행정 도시만 아닐 뿐 캐나다의 중심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런 토론토에서, 올림픽의 열기는커녕 올림픽이 캐나다에서 열리기는 하는가 의구심을 가질 정도로 조용합니다.

  물론 텔레비전을 보면 가끔 소식이 나오기는 합니다. 그러나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앞두고 방송사가 나서서 '준비 상황'을 자세하게 점검한다든가 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그러고 보면 한국의 신문 방송사들은 전문가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들 준비 상황을 나서서 점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참 오지랍도 넓습니다). 

  신문도 마찬가지입니다. 토론토의 유력 일간지 '토론토스타'에도 스포츠면의 두번째 기사쯤으로 취급될 뿐입니다. '올림픽 앞으로 00일' 하면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카운트다운을 자발적으로 시작하면서 독자들을 긴장시키고 기대감을 갖게 하는 한국 신문과는 참 대조적입니다. '토론토스타'에는 스포츠 면에 2주 전부터 카운트다운이 작게 나올 뿐입니다.

  그렇다고 신문이 스포츠에 관심이 없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지난 일요일 올 시즌 연전연패로 죽을 쑤던 NHL 토론토 메이플립스가 초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는데, 그 기사가 1면 톱, 그것도 대형 기사로 나왔습니다. 스포츠면에 자세한 해설 기사가 실린 것은 물론입니다. 

 

 매체에서 이러하니, 거리에서는 도대체 올림픽 분위기를 느낄 수가 없습니다. "김연아가 한국 출신이야" 하고 우리 가게 손님들에게 으쓱해서 말하면 "갸가 누군데?" 하고 묻습니다. "브라이언 오서 알지? 오서의 제자야"라고 하면 십중팔구는 "브라이언 오서가 누군데?" 하고 또 묻습니다. 십중일이만이 "갸가 가가?" 하고 되물어올 뿐입니다. 신문에서 김연아를 소개해도 '거장 브라이언 오서가 만든 머신' 정도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올림픽을 위해 NHL이 쉬면서 각국 하키팀이 꾸려지면 그 열기가 서서히 전해지지 않을까 싶은데, 그 또한 하키 팬들이 많기 때문이지 올림픽 자체에 관심이 많이서가 아닙니다.

  88올림픽이나 2002 월드컵 같은 이벤트가 전국민적 관심사가 되어, 정부와 매체가 만들어내는 분위기에서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게 했던 한국과는 참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올림픽을 개최하는 나라가 이래도 되는 것인지 잘 적응이 안됩니다. 캐나다가 이상한 건가, 내가 이상한 건가...

*근사한 사진을 찾아 올리려 했는데 시스템 문제로 업로드에 실패한다고 자꾸 나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