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운동을 하고 저울에 올라가니 침이 66.5를 가리킵니다(사진에는 67로 나오는데 아마도 카메라 무게 때문인 듯합니다).
정확하게 4개월 만에 살 12kg을 뺐습니다. 몸과 얼굴이 홀쭉해졌습니다. 나 스스로도 이렇게 살을 빼게 될 줄을, 뺄 수 있을 줄 몰랐습니다.
한국 나이로 쉰쯤 되면 웬만한 남자들은 과체중, 그 중에서도 뱃살 때문에 신경이 쓰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쉽게 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이리 저리 생각만 많을 것입니다. 나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빼보니 빠집니다. 몸에 쌓여 있던 지방 12kg이 녹아 없어진 느낌입니다. 임신한 것처럼 그 높던 배는 어디로 꺼졌나 싶게 지금은 거의 '민짜'가 되었습니다.
요즘 나를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관심을 표명합니다. 살이 쪘을 때 듣게 되는 언사보다야 훨씬 낫지만 그렇다고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뭐, 대단히 자랑스러울 것도 없고 또 똑부러지게 내세울 만큼 어려운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체중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덜 먹기' '운동하기'.
나 또한 나이가 들수록 먹는 욕심이 점점 커졌던 사람인데, 그 욕심을 어떻게 줄이느냐 하는 게 관건입니다.
먼저, 술을 덜 먹는 겁니다. 술 자체의 칼로리도 엄청 높지만 술과 함께 하는 안주가 문제가 되겠습니다. 특히나 삼결살에 소주라면 거의 '쥐약' 수준이 되겠지요. 술을 100% 딱 끊기는 그렇고, 그저 술 자리에서 맥주 1~2병으로 끝내는 겁니다. 이게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해보니 됩니다. 술을 적게 먹으니 안주도 덜 먹게 됩니다. 자꾸 먹는 버릇은 그래도 남는데, 그때는 야채 쪽을 집중 공략하면 됩니다.
두번째. 하루 한 끼를 채소 과일 주스로. 나는 저녁을 그렇게 먹었습니다. 붉은 양배추, 당근, 브로콜리, 바나나, 블루베리, 키위 등을 넣고 다른 과일이 눈에 보이면 닥치는 대로 넣습니다. 사과 같은... 여기에 맛없는 요구르트를 넣고 우유를 넣어 믹서기로 돌립니다. 걸죽한 주스가 되어 한 끼 요기가 됩니다. 붉은 양배추가 특히 좋다고 합니다. 이렇게 먹으니 어느날 숙변처럼 보이는, 평생 처음 보는 것이 쑥 빠졌습니다.
세번째. 탄수화물과 지방 줄이기. 일단 튀긴 음식은 피합니다. 튀김, 프랜치프라이, 라면을 먹지 않습니다. 특히 라면을 먹지 않은 효과가 큽니다. 밥은 공기의 절반만 먹습니다. 대신 야채 반찬으로 배를 채웁니다. 요즘은 나물의 맛에 꽂혔습니다. 즐겨먹던 삼겹살과 갈비 피합니다. 대신 스테이크를 가끔 먹고 생선을 먹습니다.
먹는 걸로 마지막. 밤에 배가 몹시 고픕니다. 초기에는 무조건 안먹었습니다. 지금은 너무 빠지면 안되니, 방울 토마토와 오이를 먹습니다. 다른 과일도 눈에 띄면 조금 먹고, 삶은 달걀 있으면 흰자위만 먹습니다. 단백질 보충 차원에서...
그리고 운동합니다. 운동은 달리기입니다. 하루 1시간 전후 달립니다. 천천히 뜁니다. 배가 고플 때는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그래서 나는 점심 먹고 30분 이상 지난 다음 뜁니다. 그때 몸의 컨디션이 뛰기에 가장 좋습니다. 골프치는 날이 아니면, 빼놓지 않고 거의 매일 뛰었습니다. 아마도 지방을 사라지게 한 가장 효과적인 것이 바로 운동이 아닐까 싶은데, 요즘은 뛰는 게 재미있습니다. 혼자서 남 욕도 하고, 기도도 하면서 뜁니다.
다이어트 성공기는 날이면 날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오릅니다. 다이어트로 새로운 삶을 찾았네, 어쨌네 하는 것은, 내 경우에 비추어 보면, 대단히 과장된 헛소리거나 날씬한 몸매를 상품으로 팔아야 하는 연예인에 국한된 이야기입니다. 살을 뺐다고 해서, 중년 남성에게 좋은 게 별로 없다는 얘깁니다.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사람들이 살을 빼야 돈을 버는 측에서 만든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솔직히 말해서, 좋은 게 별로 없습니다. 지금 이 나이에 살 빼서 남에게 잘 보일 일도 없고 새로 연애할 일도 없습니다. 물론 그런 목적을 가진 사람이라면 효과가 꽤 좋을 것입니다. 나도 요즘 예뻐보인다, 대학생 같다, 젊어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으니까.
뭐가 좋을까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눈에 보이지 않게 건강에는 아무래도 좋을 것입니다. 비만은 흡연보다 나쁜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니까. 그 다음에는? 남들의 관심과 칭찬? 그것도 한 두번이지, 자꾸 들으면 약발 떨어집니다. 처음에는 기분이 좋았느데 이제는 그저 "예~" 하고 맙니다.
그러니 살을 빼겠다고 강박관념가지 가질 필요 없다는 얘기입니다. 빼고 보니, 빼는 것도 별것 아니고, 좋은 것도 잘 모르겠으니 하는 말입니다.
살을 빼도 별로 좋은 것도 없으니, 살찐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살뺀 사람에게도 이렇다 저렇다 말할 필요도, 이유도 없겠습니다. 살을 빼기 전에, 만날 때마다 "얼굴 좋아졌다"고 말해서, 묘하게 골지르는 사람이 주변에 두어 명 있었습니다. "아닙니다, 조금 빠졌습니다"라고 해도 "아니야, 쪘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었는데, 두 명 모두 요즘은 보이지 않습니다. 한 명은 한국으로 되돌아갔고, 또 한 명은 왔다갔다 하느라 바쁜 모양입니다. 그들이 요즘 내 모습을 보면 어떻게 말할까 궁금합니다. 그들은 여전히 그럴 겁니다.
결론은 그렇습니다. 살 빼도 좋은 거 별로 없으니 강박 가질 필요 없다, 그리고 남이야 살이 찌든 빠지든 신경 끄고 살자, 나나 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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