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최대의 적을 찾았다
시사INLive 토론토·성우제 편집위원 입력 2013.05.14 01:51이 글을 보는 이들은 "또 다이어트 이야기야? 지겹지도 않나?"라며 불평할 수도 있겠다. 쓰는 나도 멋쩍기는 마찬가지다. 살빼기는 이제 공공의 강박관념으로 굳어져서,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국민의 4대 의무와 비슷하게 생각되기도 한다. 비만은 죄가 아닌데 사회 분위기는 묘하게도 뚱뚱한 사람으로 하여금 죄책감을 갖게 한다.
심지어 캐나다에 사는 나도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만으로 심하게 기분 상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유독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몸에 대해 악평하는 언어폭력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얼굴 좋아졌다"는 말은 약과이고 "뭘 먹고 그렇게 쪘어?"라고 습관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말을 들으면 40대 중년 아저씨도 상처를 받는다.
읽기에도 지겨운 다이어트에 관한 글을 내가 쓰게까지 된 까닭은, 뚱뚱해서 슬픈 나의 옛 동족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복음, 곧 반가운 소식이란 살빼기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살을 빼기 참 어려울 법한 '40대 말의 중년 아저씨'가 '쉽고' '평범'하게 17㎏을 감량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도 딱 1년 만에.
피트니트 센터를 다니며 전문가의 지도를 받은 것도 아니요, 특별한 식이요법을 사용한 것도 아니다.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생활 속에서 쉽고 자연스럽게 살을 뺐으니 반가운 소식이라고 감히 말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수십 년을 통통하게 살아온 내가 이런 글을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4월 말 현재 내 체중은 63㎏이다. 꼭 1년 전 패밀리닥터(가정의) 앞에서 체중계에 올랐을 때 83㎏을 웃돌았다. 옷 무게를 감안하면 80㎏쯤이었을 것이다. 170㎝에 미치지 못하는 키에 80㎏이 넘으면, 비만으로 인해 몸에 적신호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의사는 말했다. "지방간 수치가 높으니 살을 3㎏ 빼고 와라. 3개월 후에 보자." 이것이 살빼기를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충격이었다. 비만이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걸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마침 내 또래 중에서 간 문제가 악화되어 세상을 뜨는 일이 연달아 벌어지던 참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나는 대학 시절 몸무게로 되돌아갔다. 주변 사람들은 나를 보고 "보통 아니다" "독하다"라는 말들을 하지만 내가 시도한 방법을 살펴보면 보통이 아닌 게 아니고, 독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평범하다고 자꾸 강조하는 까닭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상식적인 방법을 따랐기 때문이다. 그저 먹는 습관, 생활 습관을 바꾸고 나니 눈에 띄게 살이 빠졌을 뿐이다. 방법은 누구나 다 아는 두 가지다. 첫째는 식생활 바꾸기, 둘째는 운동하기. 이 두 가지 왕도는 다이어트를 하는 데 불가분의 관계다.
줄어든 밥 양만큼 반찬 많이 먹기
먼저, 식생활 바꾸기. 40대 들어 10년 동안 몸무게가 10㎏ 이상 늘었다. 최근 2~3년 동안은 밥맛이 너무 좋아서 한의사인 친구에게 식욕을 떨어뜨리는 침을 맞고 건강보조 식품을 소개받아 먹기도 했다. 그것만으로는 식탐이 다스려지지 않았다.
내가 평소 즐겨 먹는 음식이 문제였다. 삼겹살·라면·치킨윙·프렌치프라이·튀김·아이스크림…. 맛있는 반찬이라도 올라오면 밥공기도 자연스럽게 커졌다.
과식 못지않게 살을 찌우는 주범은 술이다. 어린 시절 몸에 밴 나쁜 음주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건강에 적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술자리에만 가면 이기지 못할 정도로 많이 마셨고(그래야 하는 줄 알았고), 취하기만 하면 폭식하는 습관이 곁들여졌다. 폭풍 흡입이었다.
살빼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 조절이다. 맨 먼저 나는 밥을 줄였다. 집에서나 식당에서나 공깃밥의 절반을 덜어냈다. 그렇다고 먹는 양을 줄인 것은 아니다. 줄어든 밥의 양만큼 반찬을 먹었다. 그것도 시금치·콩나물·두부 등을 싹쓸이해서 먹었다. 밥은 흰쌀밥이 아니라 현미밥을 먹었다.
달걀과 쇠고기 장조림 같은 것은 물론 피했다. 식당에서 가장 많이 먹은 것은 비빔밥인데, 밥을 절반 덜어내는 대신 나물 반찬을 많이 넣어 비볐다. 먹는 종류가 달라졌을 뿐, 양 자체는 줄어들지 않았으니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음은 술. 술이 고칼로리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나의 경우, 술보다 더 큰 문제는 취중 과식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술을 딱 끊기란 어려운 일이다. 대인 관계가 뻑뻑해질 수도 있고, 술자리에서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알아서 덜 마시면 된다.
예전에는 술자리에서 소주는 1병, 맥주는 3병(작은 병) 이상을 마셨다. 그 정도면 내 주량을 훌쩍 넘는다. 다이어트 결심을 하고 나서, 내 주량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해보았더니 맥주 1병이다. 1병을 가지고 술자리에서 몇 시간씩 보냈다. 처음에는 고역이었으나, 밥부터 먼저 먹고 1병을 가지고 홀짝이는 습관을 들였다. 금세 익숙해졌다. 친구들은 오히려 좋아했다. 빨리 마시고 혼자 취해 구석 자리에서 조는 것보다는, 오랫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진짜 술자리에 끝까지 동참하기 때문이다. 술을 덜 마시니, 취한 후의 안주 폭풍 흡입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음식과 술을 조절하면서, 살이 찌는 음식은 일단 피했다. 삼겹살·라면·튀김 등을 멀리하다 보니 2개월여 만에 몸이 슬슬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즈음 친구 한의사가 "요즘 양배추를 위주로 한 채소·과일 주스를 만들어 먹는데, 내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보니 이걸로 암도 고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 주스로 아침 한 끼를 먹는다고 했다.
귀가 얇다는 것이 이럴 때는 큰 장점이다. 그때부터 나도 하루 한 끼를 채소·과일 주스로 대체했다. 음식·술 조절과 더불어 이것이 주효한 것 같다. 올해 들어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이 있는데, 한국에서 유행한다는 '해독 주스'가 내가 만들어 마셔온 것과 거의 똑같았다.
주스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것은 당근·브로콜리·양배추(붉은색)·토마토. 이 채소들을 끓는 물에 데쳐 냉장고에 보관한다. 사나흘 먹을 양이다. 물도 버리지 말고 주스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여기에 사과·바나나를 추가한다. 여기까지가 기본. 나는 블루베리·키위를 넣고, 딸기·망고 등 눈에 띄는 과일이 있으면 더 넣는다. 과일·채소를 섞은 뒤 주스로 갈아 만들 때, 채소 데친 물 외에 우유·두유·오렌지주스 중 하나를 넣는다. 혹시 블루베리나 키위 등이 부족해, 주스의 맛이 떨어지면 꿀을 넣는다.
삼겹살 먹을 때가 어려웠지만…
이렇게 만든 채소·과일 주스를 머그컵 큰 잔 분량으로 하루에 1잔 이상 마신다. 나는 퇴근 시간이 늦어서 주스 두 잔으로 저녁 식사(오후 5시, 9시)를 해결한다. 세끼 밥을 다 먹으면서 주스 한두 잔을 마시든, 나처럼 주스로 아예 한 끼 식사를 하든 본인의 상황에 맞게 하면 된다.
효과가 분명히 나타난다. 손가락으로 찔러도 들어가지 않던 난공불락의 내 몸에서 살이 눈에 띄게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3개월 만에 5㎏이 빠지고, 가을에 접어들자 5㎏이 또 줄어들었다.
먹는 습관을 바꾸다 보니, 설렁탕·곰탕·육개장·감자탕·순대국 같은 탕 종류를 자연스럽게 멀리하게 된다. 이 음식들은 몸을 보신하는 탕이 아니라, 과다한 지방과 단백질로 몸에 별로 좋지 않다는 사실을 최근 들어 알게 되었다.
처음에 다소 어려웠던 것은, 남들과 함께 삼겹살을 먹을 때이다. 채소 위주로 배를 채웠더니 그 또한 금세 습관이 된다. 밥의 양을 줄이고, 나물 반찬 위주로 먹고, 살찌는 음식 피하고, 야채·과일 주스 먹고, 술 덜 먹기. 이것이 지난 1년 동안 먹는 것과 관련해 내가 실천해온 전부다. 습관이 되니, 위가 작아져서 많이 먹지 않아도 금방 배부른 느낌이 온다.
식습관 바꾸기가 살빼기의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면, 운동은 그것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두 번째 방법이다. 이른바 협공작전이다. 나는 운동으로 달리기를 선택했다. 가장 쉽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리기를 거의 매일 한다고 해도 금세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달리기를 하면 지방보다 무거운 근육이 늘어나는 바람에 처음에는 오히려 체중이 불어난다. 1~2개월 뛴다고 체중 빠지기를 기대하면 곤란하다. 운동으로 인한 체중 감소 효과는 6개월쯤 후에나 나타난다.
여느 운동과 마찬가지로, 달리기도 맛만 들이면 재미있는 운동이다. 그 재미와 다이어트 효과에 대해서는 달리기 고수들이 들려주는 귀한 경험담들이 인터넷에 차고 넘친다. 나는 초보자로서, 최근 1년간 살빼기와 관련된 사적인 경험을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예전에도 조금씩 뛴 적은 있으나 자꾸 중단하는 바람에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번에도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살빼기를 돕고 이른바 '산소 목욕'이나 하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기 용품 전문 매장에서 전문가의 조언을 구해, 내 발의 형태에 맞는 좋은 러닝화부터 구했다. 160달러(약 17만원)가 넘었으니 거금이다. 그러나 운동과 관련해 지금까지 내가 투자한 돈은 그게 전부다.
예전에 뛰던 집 주변의 골목을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숨이 차서 절반 이상을 걸었는데, 두세 번 하고 나니 10㎞ 전체를 다 뛸 수 있었다. 80㎏이 넘는 체중으로 천천히 뛰었을 때의 기록은 1시간12분. 몸이 조금씩 가벼워지면서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작정을 하고 빨리 뛰며 최근에 기록을 재보았다. 54분대까지 내려와 있었다.
뛰면서 가장 경계하는 것은 부상이다. 관절이나 장딴지, 발바닥에 조금이라도 통증이 있으면 사나흘을 확실히 쉬었다. '오버'하다가는 1년 이상을 쉬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빨리 뛰려는 욕심을 확실하게 버렸다. 기록을 내기 위해 달리는 것이 아닌 만큼 5~10분 빨리 달린다고 내게 도움 될 것은 없다. 욕심은 반드시 부상으로 연결된다는 달리기 선배들의 조언을 잘 따랐다. 지금은 약간 숨이 찰 정도로 뛰는데, 56분 정도가 나온다.
그 대신 한번 뛰러 나가면 10㎞는 꼭 지켰다. 30분 이상 지속해야 운동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나는 몸을 돌보는 데 하루 1시간은 투자해도 되겠다 싶었다. 1시간 정도는 운동해야 도전하는 기분이 들고, 몸의 변화도 잘 느낄 수 있다.
달리기 초보자로서 가장 힘든 일은 어떻게 1주일에 5~6일을 뛰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도 나는 뛰러 나가기 직전 약간의 갈등을 겪는다. 그러나 '뛰면 금세 기분 좋아진다'는 사실을 진리로 받들며 무조건 나가고 본다. 5분만 지나면 틀림없이 '나오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잠을 못 자서 피곤할 때도, 몸이 노곤해서 낮잠을 자고 싶을 때도 몸을 움직여 뛰러 나간다. 피곤함도 노곤함도 금세 사라지고, 15분을 달리면 몸에 땀이 나기 시작하고 20분을 달리면 황홀경에 진입해 힘든 줄 모르게 된다.
살과의 전쟁 따위 필요 없다, 문제는 습관
나는 사계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혹한이나 혹서에서도 뛰었다. 눈 속에서도, 영하 18℃에서도 뛰었다. 뛰어보니 가능했다. 옷을 여러 겹 입고 모자며 귀마개, 장갑으로 완전 무장하고 천천히 달리면 된다. 아무리 추워도 속에 입은 옷은 땀으로 흠뻑 젖는다.
RUN114.com 같은 마라톤 전문 사이트에서 보고 배우는 지식이 많다. 거기서 찾아낸 금과옥조가 있다. "힘들게 뛴다고, 땀이 많이 난다고 살이 빠지는 것은 아니다." 힘들게 뛰지 않아도, 땀이 별로 나지 않아도 몸 안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달리기는 여러모로 나에게 맞는 운동이니 선택했을 뿐이다. 걷기·자전거타기·수영 등이 달리기 이상으로 좋다고들 한다. 어느 것이든 관건은 어렵지 않게, 무리하지 말고,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달라진 내 몸을 보면서 나는 100% 확신한다. 음식 조절이나 운동은 바로 습관을 들이기 나름이다. 살과의 전쟁 같은 것은 할 필요가 없다. 습관만 들이면 살은 빠진다.
다이어트를 했다고 '봄날이 왔다' 따위의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다이어트 광고 카피 가운데 자극적이고 과장된 것이 많다고 여길 뿐이다. 몸이 가벼워 날아갈 것 같다는 기분도 없다. 한 가지 확실하게 좋아진 것은 건강이다. 지방간은 일찌감치 사라졌고, 환절기마다 찾아오던 감기를 지난 1년 동안 단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
내가 해보니 확실히 알겠다. 다이어트 최대의 적은 그것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토론토·성우제 편집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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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캐나다에 사는 나도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만으로 심하게 기분 상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유독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몸에 대해 악평하는 언어폭력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얼굴 좋아졌다"는 말은 약과이고 "뭘 먹고 그렇게 쪘어?"라고 습관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말을 들으면 40대 중년 아저씨도 상처를 받는다.
1년 전 내 몸무게는 83㎏을 웃돌았다(오른쪽). 4월 말 현재 내 체중은 63㎏이다(맨 오른쪽). |
피트니트 센터를 다니며 전문가의 지도를 받은 것도 아니요, 특별한 식이요법을 사용한 것도 아니다.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생활 속에서 쉽고 자연스럽게 살을 뺐으니 반가운 소식이라고 감히 말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수십 년을 통통하게 살아온 내가 이런 글을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4월 말 현재 내 체중은 63㎏이다. 꼭 1년 전 패밀리닥터(가정의) 앞에서 체중계에 올랐을 때 83㎏을 웃돌았다. 옷 무게를 감안하면 80㎏쯤이었을 것이다. 170㎝에 미치지 못하는 키에 80㎏이 넘으면, 비만으로 인해 몸에 적신호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의사는 말했다. "지방간 수치가 높으니 살을 3㎏ 빼고 와라. 3개월 후에 보자." 이것이 살빼기를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충격이었다. 비만이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걸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마침 내 또래 중에서 간 문제가 악화되어 세상을 뜨는 일이 연달아 벌어지던 참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나는 대학 시절 몸무게로 되돌아갔다. 주변 사람들은 나를 보고 "보통 아니다" "독하다"라는 말들을 하지만 내가 시도한 방법을 살펴보면 보통이 아닌 게 아니고, 독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평범하다고 자꾸 강조하는 까닭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상식적인 방법을 따랐기 때문이다. 그저 먹는 습관, 생활 습관을 바꾸고 나니 눈에 띄게 살이 빠졌을 뿐이다. 방법은 누구나 다 아는 두 가지다. 첫째는 식생활 바꾸기, 둘째는 운동하기. 이 두 가지 왕도는 다이어트를 하는 데 불가분의 관계다.
줄어든 밥 양만큼 반찬 많이 먹기
먼저, 식생활 바꾸기. 40대 들어 10년 동안 몸무게가 10㎏ 이상 늘었다. 최근 2~3년 동안은 밥맛이 너무 좋아서 한의사인 친구에게 식욕을 떨어뜨리는 침을 맞고 건강보조 식품을 소개받아 먹기도 했다. 그것만으로는 식탐이 다스려지지 않았다.
하루 한 끼는 내가 만든 채소·과일 주스(오른쪽)로 대체했다.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해독주스가 이것과 거의 같았다. |
과식 못지않게 살을 찌우는 주범은 술이다. 어린 시절 몸에 밴 나쁜 음주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건강에 적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술자리에만 가면 이기지 못할 정도로 많이 마셨고(그래야 하는 줄 알았고), 취하기만 하면 폭식하는 습관이 곁들여졌다. 폭풍 흡입이었다.
살빼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 조절이다. 맨 먼저 나는 밥을 줄였다. 집에서나 식당에서나 공깃밥의 절반을 덜어냈다. 그렇다고 먹는 양을 줄인 것은 아니다. 줄어든 밥의 양만큼 반찬을 먹었다. 그것도 시금치·콩나물·두부 등을 싹쓸이해서 먹었다. 밥은 흰쌀밥이 아니라 현미밥을 먹었다.
달걀과 쇠고기 장조림 같은 것은 물론 피했다. 식당에서 가장 많이 먹은 것은 비빔밥인데, 밥을 절반 덜어내는 대신 나물 반찬을 많이 넣어 비볐다. 먹는 종류가 달라졌을 뿐, 양 자체는 줄어들지 않았으니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음은 술. 술이 고칼로리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나의 경우, 술보다 더 큰 문제는 취중 과식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술을 딱 끊기란 어려운 일이다. 대인 관계가 뻑뻑해질 수도 있고, 술자리에서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알아서 덜 마시면 된다.
예전에는 술자리에서 소주는 1병, 맥주는 3병(작은 병) 이상을 마셨다. 그 정도면 내 주량을 훌쩍 넘는다. 다이어트 결심을 하고 나서, 내 주량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해보았더니 맥주 1병이다. 1병을 가지고 술자리에서 몇 시간씩 보냈다. 처음에는 고역이었으나, 밥부터 먼저 먹고 1병을 가지고 홀짝이는 습관을 들였다. 금세 익숙해졌다. 친구들은 오히려 좋아했다. 빨리 마시고 혼자 취해 구석 자리에서 조는 것보다는, 오랫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진짜 술자리에 끝까지 동참하기 때문이다. 술을 덜 마시니, 취한 후의 안주 폭풍 흡입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음식과 술을 조절하면서, 살이 찌는 음식은 일단 피했다. 삼겹살·라면·튀김 등을 멀리하다 보니 2개월여 만에 몸이 슬슬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즈음 친구 한의사가 "요즘 양배추를 위주로 한 채소·과일 주스를 만들어 먹는데, 내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보니 이걸로 암도 고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 주스로 아침 한 끼를 먹는다고 했다.
귀가 얇다는 것이 이럴 때는 큰 장점이다. 그때부터 나도 하루 한 끼를 채소·과일 주스로 대체했다. 음식·술 조절과 더불어 이것이 주효한 것 같다. 올해 들어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이 있는데, 한국에서 유행한다는 '해독 주스'가 내가 만들어 마셔온 것과 거의 똑같았다.
주스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것은 당근·브로콜리·양배추(붉은색)·토마토. 이 채소들을 끓는 물에 데쳐 냉장고에 보관한다. 사나흘 먹을 양이다. 물도 버리지 말고 주스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여기에 사과·바나나를 추가한다. 여기까지가 기본. 나는 블루베리·키위를 넣고, 딸기·망고 등 눈에 띄는 과일이 있으면 더 넣는다. 과일·채소를 섞은 뒤 주스로 갈아 만들 때, 채소 데친 물 외에 우유·두유·오렌지주스 중 하나를 넣는다. 혹시 블루베리나 키위 등이 부족해, 주스의 맛이 떨어지면 꿀을 넣는다.
삼겹살 먹을 때가 어려웠지만…
이렇게 만든 채소·과일 주스를 머그컵 큰 잔 분량으로 하루에 1잔 이상 마신다. 나는 퇴근 시간이 늦어서 주스 두 잔으로 저녁 식사(오후 5시, 9시)를 해결한다. 세끼 밥을 다 먹으면서 주스 한두 잔을 마시든, 나처럼 주스로 아예 한 끼 식사를 하든 본인의 상황에 맞게 하면 된다.
효과가 분명히 나타난다. 손가락으로 찔러도 들어가지 않던 난공불락의 내 몸에서 살이 눈에 띄게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3개월 만에 5㎏이 빠지고, 가을에 접어들자 5㎏이 또 줄어들었다.
잠을 못 자서 피곤할 때도, 낮잠을 자고 싶을 때도 뛰러 나갔다. 5분만 지나면 '나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
처음에 다소 어려웠던 것은, 남들과 함께 삼겹살을 먹을 때이다. 채소 위주로 배를 채웠더니 그 또한 금세 습관이 된다. 밥의 양을 줄이고, 나물 반찬 위주로 먹고, 살찌는 음식 피하고, 야채·과일 주스 먹고, 술 덜 먹기. 이것이 지난 1년 동안 먹는 것과 관련해 내가 실천해온 전부다. 습관이 되니, 위가 작아져서 많이 먹지 않아도 금방 배부른 느낌이 온다.
식습관 바꾸기가 살빼기의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면, 운동은 그것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두 번째 방법이다. 이른바 협공작전이다. 나는 운동으로 달리기를 선택했다. 가장 쉽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리기를 거의 매일 한다고 해도 금세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달리기를 하면 지방보다 무거운 근육이 늘어나는 바람에 처음에는 오히려 체중이 불어난다. 1~2개월 뛴다고 체중 빠지기를 기대하면 곤란하다. 운동으로 인한 체중 감소 효과는 6개월쯤 후에나 나타난다.
여느 운동과 마찬가지로, 달리기도 맛만 들이면 재미있는 운동이다. 그 재미와 다이어트 효과에 대해서는 달리기 고수들이 들려주는 귀한 경험담들이 인터넷에 차고 넘친다. 나는 초보자로서, 최근 1년간 살빼기와 관련된 사적인 경험을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예전에도 조금씩 뛴 적은 있으나 자꾸 중단하는 바람에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번에도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살빼기를 돕고 이른바 '산소 목욕'이나 하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기 용품 전문 매장에서 전문가의 조언을 구해, 내 발의 형태에 맞는 좋은 러닝화부터 구했다. 160달러(약 17만원)가 넘었으니 거금이다. 그러나 운동과 관련해 지금까지 내가 투자한 돈은 그게 전부다.
예전에 뛰던 집 주변의 골목을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숨이 차서 절반 이상을 걸었는데, 두세 번 하고 나니 10㎞ 전체를 다 뛸 수 있었다. 80㎏이 넘는 체중으로 천천히 뛰었을 때의 기록은 1시간12분. 몸이 조금씩 가벼워지면서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작정을 하고 빨리 뛰며 최근에 기록을 재보았다. 54분대까지 내려와 있었다.
뛰면서 가장 경계하는 것은 부상이다. 관절이나 장딴지, 발바닥에 조금이라도 통증이 있으면 사나흘을 확실히 쉬었다. '오버'하다가는 1년 이상을 쉬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빨리 뛰려는 욕심을 확실하게 버렸다. 기록을 내기 위해 달리는 것이 아닌 만큼 5~10분 빨리 달린다고 내게 도움 될 것은 없다. 욕심은 반드시 부상으로 연결된다는 달리기 선배들의 조언을 잘 따랐다. 지금은 약간 숨이 찰 정도로 뛰는데, 56분 정도가 나온다.
그 대신 한번 뛰러 나가면 10㎞는 꼭 지켰다. 30분 이상 지속해야 운동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나는 몸을 돌보는 데 하루 1시간은 투자해도 되겠다 싶었다. 1시간 정도는 운동해야 도전하는 기분이 들고, 몸의 변화도 잘 느낄 수 있다.
달리기 초보자로서 가장 힘든 일은 어떻게 1주일에 5~6일을 뛰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도 나는 뛰러 나가기 직전 약간의 갈등을 겪는다. 그러나 '뛰면 금세 기분 좋아진다'는 사실을 진리로 받들며 무조건 나가고 본다. 5분만 지나면 틀림없이 '나오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잠을 못 자서 피곤할 때도, 몸이 노곤해서 낮잠을 자고 싶을 때도 몸을 움직여 뛰러 나간다. 피곤함도 노곤함도 금세 사라지고, 15분을 달리면 몸에 땀이 나기 시작하고 20분을 달리면 황홀경에 진입해 힘든 줄 모르게 된다.
살과의 전쟁 따위 필요 없다, 문제는 습관
나는 사계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혹한이나 혹서에서도 뛰었다. 눈 속에서도, 영하 18℃에서도 뛰었다. 뛰어보니 가능했다. 옷을 여러 겹 입고 모자며 귀마개, 장갑으로 완전 무장하고 천천히 달리면 된다. 아무리 추워도 속에 입은 옷은 땀으로 흠뻑 젖는다.
RUN114.com 같은 마라톤 전문 사이트에서 보고 배우는 지식이 많다. 거기서 찾아낸 금과옥조가 있다. "힘들게 뛴다고, 땀이 많이 난다고 살이 빠지는 것은 아니다." 힘들게 뛰지 않아도, 땀이 별로 나지 않아도 몸 안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달리기는 여러모로 나에게 맞는 운동이니 선택했을 뿐이다. 걷기·자전거타기·수영 등이 달리기 이상으로 좋다고들 한다. 어느 것이든 관건은 어렵지 않게, 무리하지 말고,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달라진 내 몸을 보면서 나는 100% 확신한다. 음식 조절이나 운동은 바로 습관을 들이기 나름이다. 살과의 전쟁 같은 것은 할 필요가 없다. 습관만 들이면 살은 빠진다.
다이어트를 했다고 '봄날이 왔다' 따위의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다이어트 광고 카피 가운데 자극적이고 과장된 것이 많다고 여길 뿐이다. 몸이 가벼워 날아갈 것 같다는 기분도 없다. 한 가지 확실하게 좋아진 것은 건강이다. 지방간은 일찌감치 사라졌고, 환절기마다 찾아오던 감기를 지난 1년 동안 단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
내가 해보니 확실히 알겠다. 다이어트 최대의 적은 그것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토론토·성우제 편집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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