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기성용처럼 롤러코스트를 험하게 타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만인이 축복하는 천국에서, 만인이 손가락질하는 지옥으로 떨어졌으니 아무리 격동하는 한국 사회라고 하지만 이런 경우는 좀체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 차범근이 이런 경우를 당한 적이 있었다. 적지에서 일본에게 역전승을 거두고 일찌감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진출을 결정했을 때 언론과 대중 들은 앞을 다투어 그를 영웅으로 만들었다. 올해의 인물이 어떻고 저떻고 해가면서...
월드컵 본선에서 멕시코에게 역전패하고, 네덜란드에게 참패하면서 차범근은 하루 아침에 역적이 되어 버렸다.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축구협회는 그를 대회 중간에 경질해 버렸다. 현기증 나는 롤러코스트였다. 한국 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였던 차범근에 대한 무차별 공격은, 과거 차범근이 상대 골문을 향해 치고 들어가는 것보다 더 집요하고 무서웠다.
공격은 지속되었는데 그와 부인의 말꼬리를 잡아 침소봉대, 음해하는가 하면, 중국으로 거의 피난 가 있다시피하던 그에게 조롱에 가까운 기사를 써서 올렸다. 차범근이 지도하던 중국 어느 지방 프로축구팀의 부진한 팀 성적이 한국 신문과 방송에까지 소개되었으니까. 그것도 참패할 때마다. 그의 추락과 불행을 기다렸다는 듯, 언론과 대중은 그를 무자비하게 씹어댔다. 차범근은 말이 없었다.
이후 그는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 한국 사회에서 존경 받고 사랑 받는 제 모습을 되찾았다. 그때 그를 몰아붙이던 언론과 대중은, 단 한 번도 그에게 미안해 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첫 기사는 늘 모 신문이었다. 기성용 사건에 불을 지핀 곳도 공교롭게도 같은 신문사다.
차범근을 씹던 이른바 언론과 대중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으나, 씹어대는 습성과 문화는 지금 더욱 더 악랄하게 살아 있다. 이른바 하이에나 근성이다. 네티즌이라는 익명의 이름으로 남들에게 무한 도덕심을 강요하며 비난해 대는 일부 대중에 대해서는 더이상 할 말이 없다. 지금 보이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포털 사이트에 기명 기사를 올리기 위해 기를 쓰는 기자 같지 않은 기자들이다. 그들은 얼굴도 드러내지 않은 채 남들에게는 도덕적 순결을 강요하는 소위 네티즌들을 원군으로 하고 있다.
기성용은 잘못했다, 사과했다, 최강희 감독은 수용하고 용서했다, 그리고 그이는 더이상 언급하기를 원치 않는다. 기성용이 사과했고, 당사자가 수용했다면 다소 아쉽더라도 덮어주는 게 순리다. 축구협회에서 징계가 아닌 엄중 경고를 하자, 또 기자라는 자들은 수염까지 떨어가며 난리 브루스를 춰댄다. 그들이 겨냥하는 바는 한국 축구의 발전이 아니다. 그저 잘 나가는 유명인에 대해, 질투심에 불타는 일부 네티즌들에게 영합해 클릭 수를 늘리는 일일 뿐이다. 그들은 기성용에게, 최 감독에게 더이상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허정무의 말은 옳다. 그는 "협회의 선배들 잘못이 크다"고 했다. 나아가 경고나 징계가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단도리 잘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정확하고 확실한 말이다. 어떤 면에서는 선배 축구인이 후배 축구인을, 여론의 잘못된 무차별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당연히 그래야 할 것이다.
이른바 국가대표는 모든 것이 완전 무결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과 편지를 써서 보내도 '사과문 한 장 달라 보내고'라는 말로 폄하된다. 최강희 감독에게 사과한 것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최감독에 대한 사과로는 부족하다고 한다. 어찌 하라는 방법은 제시하지 않는다. 기성용과 최 감독이 취할 수 있는 방법? 더이상 없다.
사실 따지고 보면 기성용이 문제의 글을 올린 것은 개인의 사적 공간이다. 누구도 그 사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바깥에 까발릴 권리를 갖지 못한다. 선생에 대한 불만을 일기장에 적었다 하여, 선생이 일기를 쓴 아이를 매질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과거의 종이 일기장이 SNS로 바뀌었을 뿐이다.
기성용에 대한 비난 여론은, 기성용의 이른바 '조롱'을 향해 있지 않다. 그 비난의 근저에는 타블로와 마찬가지로 부러운 자에 대한 무한 질투심이 깔려 있다.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뛰는 잘 나가는 선수,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었고, 젊고, 게다가 유명 배우를 아내로 얻었다. 지금 당장 쓴 것도 아니고 1년도 더 지난 내밀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벌떼처럼 달려든다. 1년 사이에 기성용은 지위가 달라진 만큼 생각도 바뀌었을 것이다. 생각이 바뀌었다, 과거의 생각은 잘못이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면 어쩔 것인가.
비판의 순서를 따져보면, 허정무의 말이 옳다. 당사자가 문제일 수 있지만 선수를 휘어잡지 못하고 딴 생각을 하게 하는 감독의 책임도 그에 못지 않다. 그런 기미가 보이면 가차없이 잘라버릴 권한은 다름아닌 감독에게 있다. 기미를 포착하지 못했다면 감독 자질이 문제이다. 말 하기 좋아하는 자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국가대표' 감독. 논란을 키우면 키울수록, 선수의 사과를 통크게 수용한 최감독의 결단은 묻히고, 최 감독은 더 궁지에 몰린다. "선배들 책임이 크다"는 허정무의 말은 그래서 정확하다.
그러니, 특히, 기자들, 당신들이 어른이라면, 이제 그만 좀 해라.
사족 : 어느 사이트에서 본 글이다.
하이에나 언론 야그는 아마도 80년대 프랑크 프루트에서 뛰던 차선수를 취재코자 본국에서 기자들이 방문 했는데...
그당시 차붐도 체력이 딸려서 오은미씨가 고기를 많이 멕이고 개인 훈련도 열심히 할 때였는데...
기자들 술대접 안했다고 또 프랑스서 뛰던 모 선수 취재할 비행기표값 안 줬다고... 그후 국내에선 차붐 독일서 별 볼일 없다고 맨날 안 좋은 기사만 ,,,
어느날 독일에서 출장갔다 돌아온 청와대 비서실 높은 사람이 뭔 소리냐 내가 이제 막 독일서 돌아왔는데...잘만 하는데... 그후 언론사 국장들 불러서 훈계... 기자들 물갈이...
이런 차범근을 과거, 한국 언론과 대중들은 어찌 했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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