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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야기

'표절 논문'의 지도교수는 왜 비판 받지 않나?

  몇몇 유명인들의 논문 표절 시비가 일어나 큰 이슈가 되었는데, 참 이상한 것이 하나 보입니다. 일반 대학원이든, 특수 대학원이든 석사학위 이상의 논문에는 '지도교수'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논문을 '지도'하고, 논문이 통과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당사자입니다. 논문이 부실한 것을 넘어서서, 남의 것을 그대로 베낀 것이라면 그 논문을 '지도'하고 '통과'시킨 지도교수에게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이상하게도 표절논문을 통과시켜준 지도교수에 대한 비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제1 당사자가 논문을 표절한 학생이라면, 두번째 당사자는 지도교수이고, 해당 논문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교수들도 그 '범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지난해 한국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슈로 떠올랐던 문대성씨의 박사논문 표절 문제에서도 지도교수의 책임은 아무도 거론하지 않았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논문의 심사 방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것입니다. 예전에는 석사논문의 경우, 지도교수가 있고 심사위원 교수가 2명, 박사논문은 심사위원이 5명이었습니다. 해당 학생과 더불어 모든 '교수'들이 연관되어 있고 책임이 있습니다. 학위논문에는 지도교수와 심사위원 이름이 오릅니다. '내가 지도하고 심사했다'고 자기 이름을 올리고, 몇 부는 사인까지 하여 학교에 제출해야 합니다.


 지도교수를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이렇게도 이야기할 법합니다. '논문의 내용이 내 전공과 딱 맞아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지도교수가 어떻게 다 알 수 있나.' 그럴 듯한 항변이지만 이 변명이 지도교수의 부실한 지도, 나아가 직무유기에 대한 면죄부는 될 수 없습니다.


  아주 예전에 이런 경우를 보았습니다. 석사과정의 어느 학생이 논문을 제출했습니다. 지도교수가 일단 통과를 시켜, 다른 두 교수에게 심사를 의뢰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이 문제를 삼았습니다. 한 사람은 "어느 책에서 베낀 것"이라고 정확하게 지적했고, 다른 한 사람은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건 석사과정 학생이 썼다고 보기에는 너무 고급스럽고 전문적인 냄새가 난다. 다시 한번 검토하기 바란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지도교수가 해당 학생을 불러 '문의'한 결과 인용 각주를 정확하게 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책임을 느낀  지도교수는 "각주를 제대로 달고 보충하여 다음 학기에 제출하자"며 학생들 다독였으나, 그 학생은 더이상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너무 어려워서, 더는 못해, 못해" 하며 울며 나가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지도교수든 심사교수든 논문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다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대학원 수업에서 평소 공부하는 학생의 성향이나 역량을 조금이라도 파악하고 있었다면 논문의 표절은 여지없이 잡히게 마련입니다. 수업시간에 발표하고, 지도교수와 주제에 대해 상의하고, 논문 집필 계획서 같은 것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학생의 성향과 역량은 드러납니다. 평소 보이는 모습과 다르게 매끈하게 잘 빠진 논문 초고를 가졌왔을 경우, 교수 눈에 금방 잡히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못 잡는다면 교수 자격 없습니다. 

 

  김미경 김혜수 김미화씨의 경우, 결국 표절은 학생들이 했으나 위와 같은 이유로 해당 지도교수도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교수가 무식해서 몰랐거나, 논문 지도에 소홀했기 때문입니다. 논문 표절에 대해 왜 당사자들에게만 책임을 묻고, 지도교수 등 관련자의 책임은 거론도 하지 않는지,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석사 학위 가지고 뭘 그러냐, 특수대학원인데 뭘, 관행인데 뭘 따지냐'고 한다면, 애초부터 세 사람의 논문 표절에 대해 문제 삼지 말아야 합니다.

 

  김미화씨의 경우, 이론의 인용과 재인용에 문제가 있었다고 본인이 인정합니다. 그외의 내용은 표절을 할래야 할 수도 없다고 합니다. 무엇이 되었건 본인이 인용 표시의 문제를 인정한다면, 표절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김미화라는 이름이 있는데, 그렇게 헐겁게 논문 쓰고 석사학위 받았다고 스스로 인정해서는 안 됩니다. 논문 작성법을 다시 한번 꼼꼼하게 공부한 뒤 논문을 새로 쓰는 것이 낫겠다 싶습니다. 인용의 문제는 마침표나 쉼표처럼 간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