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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야기

아들 이야기한 김태원, 진정한 롹커다


    인터넷에 뜬 한국 뉴스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김태원, 아들 자폐증 고백'.

   평소에 잘 보지 않던 <무릎팍도사>를 급하게, 만사를 제치고 찾아보았습니다. 이 제목이 아니었다 해도 김태원이 주인공이라면 언제든 찾아보기는 했을 것입니다. 그의 팬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평소에 그의 활약상을 재미나게 즐기면서도 의구심을 가졌습니다. 저작권료가 확실하게 지불되는 요즘 먹고 살기가 어려운 것도 아닐텐데, 음악 아닌 것으로 새삼 유명해지기를 바랄 일도 없을텐데 한국 롹의 중견이 왜 예능 프로에 나올까 하는 의구심이었습니다. 그룹 부활의 음악을 알리기 위해 나왔다는 명분은, 명분으로서 말은 되지만 좀 약했습니다.

  


  오늘에서야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았습니다. 김태원은 다름아닌 "무릎팍도사에서 이  이야기를 하려고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바로 위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한국의 매체들은 "마음이 아픈" 둘째 아들에 대해 김태원이 말을 했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것도 마치 숨겨진 것을 말한 것처럼 '고백'했다고 말합니다. 기자들이 아픈 아이의 아비가 되어보기 전에는, 그 마음을 제대로 알 수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 마음을 잘 아는 내가 보기에, 김태원이 무릎팍도사라는 인기 프로그램에 나와 굳이 그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는 그 짧은 시간에, 자기 이야기를 통해 마음이 아픈 아이들에 대한 한국 사회의 편견을 정확하게 지적합니다. 김태원의 장기는 촌철살인인데,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마음 아픈 아이들이 적은 게 아니라 밖에 나오질 않는다고. 

  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이유는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아내가 힘들어한 것은 아이가 아프기 때문이 아니라, 세상에서 받은 상처 때문이다, 그래서 필리핀으로 떠났다...

  한국에서 마음이 아픈 아이들과 그 부모들이 겪는 고통을 단 몇 마디로 표현한 정말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제 나라에 살 수 없을 정도로 상처를 받아 바깥으로 튕겨져나가는 아픔입니다. 
 

  방송 출연과는 담을 쌓고 지내던 롹커 김태원은 방송에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백두산의 유현상이 미국에 보낸 가족 뒷바라지를 위해 트로트 가수로 변신한 것보다 더 큰 변신입니다. 김태원은 아예 예능인으로 직업을 바꾸었으니까...

  김태원은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갑니다. 최근 이런 저런 일들로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게 되자, 또한 무릎팍도사라는 인기 프로그램에 주인공으로 등장하자마자 그 타이밍에 절묘하게 맞추어 '빵' 하고 터뜨립니다, 그가 터뜨린 것은 '우리 아들 아프다'가 아닙니다. 우리 아이처럼 마음 아픈 아이들이 많다, 그 아이와 가족들이 상처를 많이 받는다, 그 상처 때문에 바깥으로 튕겨져 나갔다, 나는 앞으로 아픈 아이들을 위하는 일을 많이 하고 싶다...

  마음 아픈 아이를 자녀로 둔 유명인 가운데 그 누구도 김태원처럼 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이미 상처를 많이 받았고, 더 받을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김태원은 롹커답게 냅다 내지릅니다. 아픈 아들 이야기를 하는 것을 두고 '고백'이라고 말하는 한국 사회의 무지와 편견에 이의를 제기한 것입니다. 바로 이런 것을 두고 '롹 정신'이라고 합니다. 김태원은 롹커로서 롹 스피릿이란 걸 제대로 보여주었습니다. 롹 정신은 예능에서도 유효하다는 것을 김태원은 처음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나는 김태원이 예능인으로 방향 전환을 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같은 '주장'을 하기 위한 것이라 확신합니다. 
 

   김태원의 이야기를 들으며 울컥했습니다. 100% 그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나도 같은 이유로 튕겨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 마음을 잘 압니다.

  어렵게 이야기를 한 이상, 김태원이 마음 아픈 아이들을 위해 하고자 하는 일들이 모두 잘 풀려나가기를 기원합니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힘이 모이고 모여, 마음 아픈 아이들뿐 아니라 그 가족들이 상처 받는 일이 생기지 않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여기서 열심히 응원하고,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어떤 식으로든 돕겠습니다. 


http://www.tudou.com/programs/view/IvUYrl_Bi2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