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람 이야기

미셸위는 학교 가는데 김연아는 왜 안가나


  요즘 북미에서 가장 뜬 여자 스포츠 스타들이 공교롭게도 한국계입니다. 한 사람은 최근 미국 LA로 훈련지 겸 살 곳을 옮겨간 김연아이고, 또 한 사람은 골프 선수 미셸위입니다.

  한국계라는 점 외에도 두 선수의 공통점은 여럿입니다. 자기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올랐다, 한 인물한다, 돈방석에 앉았다 등등 수퍼스타로서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미국에 산다는 점 또한 추가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내 눈에 가장 잘 띄는 공통점은 두 선수 모두 대학에 적을 둔 '학생'이라는 점입니다. 본인이 공부를 해서 들어갔든, 스카웃을 통해 들어갔든 신분이 대학생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두 선수에 관한 뉴스가 연일 인터넷에 올랐습니다. 스승과 결별하고,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신상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몇년 전 성인 골프 무대에 데뷔할 무렵 '천만달러 골프 천재'로 주목받던 미셸위는, 실제 시합에서는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하여, 한때 골프 관련 산업 종사자와 팬들을 크게 실망시켰습니다. 사람들이 그다지 주목을 하지 않는 사이, 천재 소녀는 스탠포드대학에 입학하여 공부를 했고 그후 그린에 컴백하여 명불허전의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지난 8월 CN 캐나디언 위민스 오픈에서 생애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미셸은 절정의 감을 뒤로 한 채 9월초 스탠포드 대학에 복학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휴학하기 전에도 낮에는 대회에 출전하고 밤에는 숙소에서 인터넷으로 기말시험을 치를 정도로 학업에 대한 열의가 높았다고 합니다. 열의라기보다는, 학생으로서 하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셸위는 상승세입니다. 그것을 이어간다면 우승은 또 거뜬히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셸은 학교로 돌아갔고, 당분간 학생 신분으로 대회에 참가하겠다고 합니다. 학생으로서 할 건 하겠다는 것입니다.

  빙상계의 수퍼스타 김연아는, 이곳 토론토에서 LA로 본거지를 옮겨갔습니다. 스승과 결별했는데 토론토에 굳이 머무를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아름다운 스승 관계가 척을 진 사이로 벌어진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브라이언 오서가 없었더라면 오늘의 김연아를 장담할 수 없고, 오서 또한 김연아로 인해 지도자로서 이름을 날렸기 때문입니다.

  
 
   LA로 간 김연아 역시 미셸위와 같은 대학생입니다. 다른 점이라면, 미셸위가 휴학중이었던 데 비해 김연아는 휴학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학생으로서 두 스타를 구별짓는 가장 큰 것은 미셸위는 스탠포드 대학으로 돌아가 신분에 맞게 공부를 하는데, 김연아는 학생으로서 고려대학교에 단 하루도 출석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후, '등교'가 아닌 '방문'을 하여 총장을 만나고 1시간 수업을 들은 것이, 김연아가 대학에서 공부한 전부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미셸위는 LPGA 시합이 한창 열리는 바쁜 시기에, 데뷔 이후 최고의 상승세입니다. 웬만하면 휴학 기간을 늘려 욕심을 부릴 법도 합니다. 반면 김연아는 지금이 데뷔 이후 가장 한가한 시절입니다. 이룰 것 다 이뤘고, 올해 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처한 환경이 정반대인데도, 바쁜 미셸은 학교로 돌아가 공부하고, 한가한 김연아는 학교에 돌아갈 생각도 하지 않는 듯합니다. 김연아가 휴학했다는 뉴스도 들리지 않습니다.

  학교를 다녀야 졸업시키는 미국, 학교를 안다녀도 졸업시켜주는 한국. 스포츠 스타를 대하는 미국과 한국 대학의 이같은 차이 때문이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신분'에 대한 스스로의 자각 차이가 학교를 가고 안가고의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곳 시각으로 보자면, 김연아는 휴학하거나 자퇴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한국의 대학은, 아무리 특기생이라고 하나 학교에도 오지 않는 학생을 왜 자기 대학 소속으로 그냥 두는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이런 차이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미셸위가 학교에 돌아가도 그녀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학생들이 태반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골프의 티(Tee)가 뭔지 모르는 미셸의 친한 친구도 있답니다. 반면 고려대는 말할 것도 없고 김연아를 모르는 한국 사람은 없습니다.

   *김연아의 이사에 대한 토론토 한국 사람들의 정서 혹은 생각 대목은 삭제했습니다. 이곳에서 듣고 느낀 것을 전했는데, 쓰고자 하는 바와 별 관계도 없는 내용이고 비난이 이곳 한국 분들에게 향하는 듯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