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 내가 커피를 좋아한다는 걸 아는 어떤 분이 내게 커피 한 봉다리를 사다주었다.
"요즘 뜨는 곳이래."
바로 내려서 맛을 보니, 중간 볶기여서 시큼했지만 맛이 범상치 않았다.
며칠 지나 딸이 말했다.
"아빠, 애글린턴에 좋은 커피점이 있는데 한국 사람이 주인이래."
급관심. 찾아보니 바로 나왔다. 드멜로. http://hellodemello.net/contact/
내가 받은 커피와 이름이 똑같은 집이었다. 신기했다.
그러던 중에 페이스북에서 친구신청을 받았다.
노주희라는 분. 더 신기하게도 내가 궁금해 하던 바로 그 커피점의 로스터라고 했다.
많이 궁금했다. 어떤 커피점이길래 나한테까지 소문이 들릴 정도로 잘 할까,
노주희씨는 어떤 연유로 그곳에서 로스터로 일할까.
딸한테서 브런치를 대접받은 '아버지 날', 함께 근처에 있는 커피점으로 갔다.
그곳을 찾아가다보니 캐나다 동부의 커피숍 맹주 팀호튼스와 미국 대표 스타벅스가 보였다.
두 곳은 한가했다. 반면 드멜로는 북적였고 자리는 딱 한 곳만 비어 있었다.
실내 풍경이다. 맨 안쪽 테이블이 있는 곳은 손님들이 많아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
커피는 그냥 아메리카노로 시켰다. 레귤러로 가장 잘 나가는 것,
그것으로 커피점의 실력을 알아볼 수 있기 때문.
집에서 내려마신 것하고는 맛이 많이 달랐다. 더 깊은 맛이 우러나는 느낌.
드립커피와 아메리카노의 차이인가 싶었다.
맛이 꽤 좋았다. 이쯤 되면 좋은 콩을 쓰고, 로스팅을 잘한다는 얘기.
처음 방문해서는 노주희씨를 만나지 못했다. 약속을 하고 오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
게다가 로스팅 공장은 여기서 멀리 떨어져 있다.
지난 일요일에 커피 마시러 다시 갔더니 마침 노주희씨가 주변에 있다가 금방 왔다.
로스터가 직접 빼준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맛이 희안하게도 달콤했다.
노주희씨는 '문재인 블랜딩 커피'를 공개해 더 유명해진 클럽에스프레소 출신.
마은식 대표 밑에서 배우고 4년 동안 커피를 볶다가 토론토로 건너왔다.
이곳에서, 호주에서 건너온 한국인 형제와 만나
드멜로의 대표 로스터로 3년간 일해 왔다.
한국의 '실력'이 캐나다로 수출된 셈.
맛을 보니 커피 볶는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커피점을 운영하는 형제는 차원호 차현관 씨. 호주 출신 한국인 2세로,
호주에서 커피를 시작하고 토론토로 건너와 비지니스를 본격적으로.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청년들이다. 마침 형인 차원호씨가 있길래 사진을 찍었다.
동생 차현관씨는 세계바리스타대회에 캐나다 대표로 출전해 입상.
형제는 애글린턴 1호점에 이어, 다운타운에 2호점을 냈다.
이뿐 아니라 토론토의 여러 커피점과 식당에 볶은 커피를 공급한다.
사업이 꽤 잘 된다고 했다. 커피 맛이 이렇게 좋은데 안 될 수가 없다.
맛에 예민한 청년들, 심지어 고교생들까지 커피 맛있다고 이 집을 찾는다.
내가 사는 도시에 좋은 커피점이 하나 더 생긴 것은 퍽 기분좋은 일이다.
그런데 한국인 청년들이 운영하면서 확장일로에 있다니
기분좋음을 넘어 기쁘고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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