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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야기

제주올레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팁 16개


19코스 조천만세동산에서 바닷가로 나가는 길. 앞에 배낭을 메고 가는 올레꾼의 모습이 근사해서 찍었더니 '스토리텔링 제주올레' <폭삭 속았수다> 표지로 채택되었다.

  

  LA에 사는 이형렬 선생이 며칠 전 페이스북에 긴급 질문이라며 이렇게 물었습니다.


   "제주도 올레길을 따라 걸어서 다 돌려면 대략 짧게 며칠, 길게 며칠이 걸리나요?"


  제주올레길이 생겨난 지 벌써 7년이 넘었고, 그동안 외국에 사는 내가 가서 완주를 할 만큼 국내외에서 유명해졌으니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나올 만큼 나왔다고 봅니다. 오히려 정보가 너무 많아서 꼭 필요한 맞춤형 답을 구하기가 어렵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선생 질문에 댓글을 적다 보니, 이야기가 자꾸 길어지면서 이런 정보는 좀 널리 공유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싹트는 봄 기운과 더불어 올레길 걸으러 가려는 사람들이 많아질 시점이니, 댓글로 적었던 내용들을 다시 한 번 확대 정리합니다. 다른 분들이 올린 의견을 보니, 제주올레는 알려질 만큼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사실들까지는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다음에 적은 것들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얻은 순전히 주관적인 내용이니 필요한 부분만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1-1코스 우도봉. 소섬의 머리에 해당하는 곳. 봉우리에 지금은 유물이 된 등대가 보인다. 


◇…가기 전에 꼭 준비해야 할 것은?

 : 많이 공부하고 가면 좋겠으나, 특별히 따로 공부할 것도 없다. 편하게 논다는 마음으로, 어느 코스를 걸을까 정도만 생각하면 좋을 듯. 완주를 하겠다면 사정은 달라지지만.


…그래도 보고 가면 좋을 책이라도….

 : 현기영 선생이 쓴 성장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실천문학사) 강추. 재미있어서 금방 읽는다. 정보도 많다. 두번째는 제주대 석좌교수 주강현이 쓴 <제주기행>(웅진지식하우스). 주강현 특유의 강렬한 썰이 돋보이는 명저. 졸저 <폭삭 속았수다>(강)는 읽어주면 고맙겠고 안 읽고 가도 상관없다. 유 아무개씨의 <......답사기>는 좀 실망스러웠다. 


 …코스 선택은 어떻게?

  : 방법은 여러 가지다. 시간과 돈 등 자기한테 주어진 상황과 조건에 따라, 한 코스를 걸어도 좋고 그 이상 걷는 것도 좋고. 그건 순전히 본인 맘이다. 쉽고 볼거리 많은 쪽을 원한다면 서귀포 부근, 조용하고 오로지 걷기에 편한 길을 선호한다면 제주시 동쪽 19코스 이후를 권한다. 서귀포 주변에서는 7코스가 가장 인기 있으나, 나는 5코스를 강추한다. 왜? 가보면 안다. 완주하는 방법은 두 가지. 한 방에 다 돌아버리거나, 여러 번 가거나. 나는 북쪽의 20코스 부근이 맘에 꼭 들었다. 풍경이 단순하고 조용해서. 단점. 바람이 많이 분다.


…제주올레는 몇 코스까지 있나? 거리는 얼마나 되나?

 : 제주올레에 관심이 많으면서도 길 자체가 완성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제주올레길은 26개 코스(본선 21개, 지선 6개), 425km 2012 11월23일에 완성었다. 본선은 제주도 한 바퀴를 다 도는 것으로 나 있고, 지선은 섬과 내륙으로 향하는 길이다.





위에서부터 성산일출봉 가는 길, 비양도, 14-1코스 곶자왈. 올레길은 가는 곳마다 이렇게 좋은 풍경을 선사한다. 자동차 여행으로는 보기 어려운 풍경들이다.


…준비물은?

  : 한국이 아웃도어룩의 천국이니만큼 옷이나 신발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을 듯. 어쨌든 동네길 걷는다 여기고 가벼운 운동화 신고 오면 고생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옷이든 등산화든 제대로 갖추고 와야 편하게 걸을 수 있다. 꼭 권하고 싶은 건 울양말이다. 좀 비싸도 두 켤레를 사서, 하루 하나씩 번갈아 신으면 된다. 빨지 않아도 괜찮음. 울양말 안에는, 아주 얇은 양말을 하나 신고. 얇아서 저녁에 빨면 아침에 마른다. 속옷도 면 말고 빨면 금방 마르는 얇은 걸로. 울양말은 발을 보호하고, 배낭 무게를 상당히 줄여준다. 


…제주공항에서 내려서 첫번째로 해야 할 일

 : 제주공항에 제주올레 안내소가 있다. 그곳에 가서 반드시 <제주올레 가이드북> 2권, <제주올레 패스포트> 2권을 구입하라. 4권 합쳐야 3만원밖에 하지 않는다. 이런 데 돈 아끼고 싶은 사람은 아예 가질 마라! 패스포트 값 아끼겠다고 빈 종이 들고 다니면서 스탬프 찍는 인색남도 봤다. "쫀쫀하게, 거, 얼마나 한다고…"라고 말해주었다. 물론 속으로…. 제주도에 헤엄쳐서 온 거 아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올레길 입장료도 없는데 이 정도는 써도 된다. <제주올레 가이드북> 2권에는 지도와 코스별 소개, 숙소와 식당, 버스 노선, 택시회사까지 다 나와 있다. 디자인도 좋고 정보도 끝내준다. 들고 다니면 너덜너덜해질 염려가 있으니 비닐로 싸서 다니면 좋다(가이드북에는 코스별 정보가 들어 있고 <폭삭 속았수다>에는 코스별 스토리텔링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 정신줄 놓고 다니다가는 잃어버릴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제주올레 패스포트>는 사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한 코스를 걷기 전, 중간, 걷고 난 다음 스탬프를 찍는 맛이 죽여준다. 그 맛은 경험 안 하면 모른다. 스탬프 찍는 맛에 걷는 이들도 있다. 가이드북과 함께 사면 할인 받는다. 패스포트 있으면 제휴한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숙박료도 할인 받는다. 공항에 있는 제주도관광안내소에서 제주도 지도도 한 장 받아두면 좋다.


제주올레 패스포트에 스탬프 찍기. 어찌 보면 애들 장난 같지만 이런 '장난'에는 어른들이 더 열광한다. 진지하게 열광한다. 패스포트를 구입하면 좋은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하루에 몇 코스 걸으면 좋을까?

  : 코스의 길이는 평균 15km이니, 본인의 체력이나 성향, 취향에 따라 정하면 된다. 나는 외국에서 간 까닭에 시간이 좀 빠듯해서 하루 1.5코스씩 걸었다. 중간에 책 준비 때문에 인터뷰하고 사진 찍고 하면서 걸어도, 해 있을 때 숙소에 들어와 맥주 마시며 놀 수 있었다. 편안하게 걸으려면 하루 한 코스가 적당하다. 천천히 걸으러 가서 무리할 필요까지는 없겠다. 하긴 12일 만에 속보로 완주하는 사람도 만났는데, 순전히 본인 취향에 따를 일.



'하지원 석탑' : 요즘 드라마로 유명해진 원나라 기황후가 아들 낳기를 소원하며 세웠다는 설이 있는 원당사 안의 오층석탑. 세계에서 유일한 현무암 석탑이라고 했다. 제주도는 고려와 달리, 몽골이 97년 동안이나 직접 통치한 식민지였다. 기황후는 우리 역사에 그리 아름답게 남아 있지 않지만 오층석탑과 정원은 더없이 고즈넉하고 아름답다. 나는 이곳에서 오랫동안 아무 생각없이 앉아 있었다. 



 …숙소는 어떻게?

 : 게스트하우스가 300개를 헤아린다. 할망숙소(민박)도 근사하다. 싸고 좋다. 하룻밤 2만원 정도. 게스트하우스는 라면, 토스트 등 간단 아침 제공. 할망숙소는 가정식 한 상에 1인당 5천원. 이런 숙소에서는 저녁에 낯선 사람들을 만나 얘기하는 재미도 있다. 한 곳에서 이삼일 묵는 게 좋다. 덜 피곤하다. 걷고 난 다음 숙소까지는 버스 타고 가면 된다. 요금은 천원. 버스길에서 먼 숙소는 픽업 서비스를 해준다. 전화만 하면 된다.



…식사는 어떻게?

  : 여행을 하면서 음식 먹는 재미를 빼면 앙꼬없는 찐빵이다. 모슬포에서 만난 어느 어르신 말씀. "관광지 음식은 사먹지 마. 비싸기만 하고 맛이 없어. 관광지만 벗어나면 5천원, 7천원에 한 상 차려줘. 반찬은 얼마나 많이 주나? 국수는 3천원짜리만 해도 배불러." 이 어른을 만난 이후 나는 그렇게 했다. 서귀포에서는 횟집 '돌아온 천지연'(그냥 '천지연'도 있으니 잘 구별 바람) 강추. 커피는 도처에 핸드드립 한다는 곳이 있으나, 주의할 것. 값은 대따 비싸고 커피볶는 집이라고 써붙였으면서도 오래된 커피를 쓰는 곳이 있다. 나는 잘못 먹고 배앓이했다. 강추하는 커피집은 5코스 남원읍 위미리 동백나무 숲 근처 '와랑와랑'. 올레길 위에 있다. 동백나무 씨앗으로 만든 비누도 일품. 유기농으로 직접 지은 귤도 맛볼 수 있다. 서귀포에서는 매일올레시장 안으로 꼭 들어가길. 제주시에서는 동문시장에서 국수를 사먹으면 좋은데, 시장 근처에 냉면집이 있어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괴로움이 있다. 아침에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토스트나 라면으로 간단하게 떼우고, 점심·저녁을 잘 먹었다. 배낭 속에는 간단한 비상식량(이라 해봤자 쿠키 정도지만)을 넣어 다녔다.





내가 먹었던 음식 중 극히 일부. 맨위는 할망민박에서 먹은 아침상. 5천원. 집에서도 흔히 먹지 못하는 '집밥'이다. 우리 어머니 같은 할망께서 직접 차려주신다. 중간은 표선면 춘자싸롱 멸치국수. 국수집인데 춘자싸롱이라고 부른다. 잦가 성석제가 처음 소개해서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었다고, 그의 동생이라고 했더니 반가워 한다. 뭘 바라고 그런 거 아니라 그저 확인차. 맨 아래는 제주 동문시장 근처에서 먹은 함흥식 냉면. 사리를 하나 더 시켰다. 2만원. 이곳에서 냉면을 배부르게 먹는 바람에, 아래 제주시 동문시장에서는 아무 것도 못 먹었다. 시장 음식을 먹고 싶다면 눈 질끈 감고 시장 안으로 직행해야 한다. 올레길은 시장으로 통한다.



완주중인 올레꾼. 60대 멋진 부싼 싸나이. 텐트에 자면서 음식도 현지에서 재료를 조달해 직접 해먹었다. 배낭 무게는 12kg. 단촐해 보인다.


…배낭은 반드시 메고 다녀야 하나?

  : 장기간 다닐 경우 배낭 무게가 10kg을 넘을 수도 있다. 숙소에서 숙소로 5천원 받고 짐을 옮겨주는 서비스가 있는데, 나는 그냥 메고 다녔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매일 밤 배낭을 풀고 아침에 싸야 한다. 가벼운 것은 아래로, 무거운 것은 위로. 이게 잘 싸는 방법이라고 전문 산악인인 백승기 선배가 알려줬다. 울양말도 소개한 정말 훌륭한 분이다.



 …어느 계절이 좋을까?

 : 이거야말로 Up to you다. 나는 5월에 걸었는데, 비도 며칠 안 오고 날씨 좋았다. 계절을 정할 때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 바람이 복병. 생각난 김에. 우비는 꼭 챙겨야 한다. 이것도 좋은 걸로. 제주올레에서 잘 만든 것이 있다.


…엑스트라 코스(지선)도 갈 만한가?라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 갈 만하니까 만들었겠지. 지선으로라도 만들어 걷게 한 것을 보면, 볼거리가 더 많다는 얘기이다. 7-1코스에서는 고근산 정상이 좋다. 북쪽으로는 한라산, 남쪽으로는 바다. 정상을 한 바퀴 돌면서 산과 바다를 구경하는 맛이 죽여준다. 14-1의 곶자왈도 빠뜨리면 후회한다. 특히, 섬들. 우도 가파도 추자도. 가끔 풍랑 때문에 배가 뜨지 않는 경우도 있으나, 그게 아니라면 꼭 들르는 게 좋다. 우도는 좋긴 하지만 4륜 스쿼터 소음이 너무 심해 걷다가 가끔씩 짜증난다. 가파도는 신비하고, 추자도는 신기하다. 추자도는 배를 타고 1시간쯤 가야 하니, 오후 배를 타고 다음날 새벽 길을 걸은 다음 다시 오후 배를 타고 나오면 좋다. 가파도 음식은 전라도 음식이다.




18-1코스 추자도의 아침 풍경과 제주도 푸른 바다. 이런 풍경 앞에 서면 말을 잊게 마련이다. 딱 한 마디만 나온다. "와~~". 무엇이라 묘사할 말이 없다.



…제주도 사람들이 친절하지 않다고?

: 라고 불평하는 사람들을 봤다. 네가 열라 일하고 있는데, 놀러온 자들이 자꾸 말 붙이면 너는 친절하게 방긋 웃어줄 수 있어?라고 말해주었다. 이것도 물론 속으로…. 나는 책 쓰느라고 말을 붙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말을 붙여도 앞뒤 상황 잘 봐가면서 해야 한다. 이를테면, 해녀들 식사 하고 있을 때 가까이 가지 말고 그냥 주변을 왔다 갔다 하면, 우리 어머니 연세의 노친네들이 먼저 부른다. "밥 안 먹었으면 한 술 뜨고 가요"라고. 부를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슬쩍 한 두번만 쳐다보면서, 그저 왔다리 갔다리. 안 부르면 그만이고.  광어 양식장에 들어가서 "한 마리만 팔아요"라고 말하지 말라. 그건 땡깡이다. 어른들 만나면 먼저 웃으며 인사해라. 그러면 맑은 웃음이 답으로 돌아온다.


…올레길을 벗어나서 볼 만한 것들

 : 물론 많다. 민속박물관도 있고 추사적거지도 있다. 한라산도…. 요즘 젊은 친구들, 제주도 즐기는 모습을 보니 참 똘똘하다. 올레길 + 알파다. 알파에는 한라산, 오름, 볼만한 곳이 들어 있다. 걷기도 하고, 버스도 타고 다니며, 때로는 렌트카도 탄다. 올레길에 왔으니 올레길만 줄창 걸어야 하는 줄 알고 죽자하고 걷는 사람들 중에는 중장년층이 많다. 죽어라 하고 걷더라도, 올레길 주변의 볼거리는 찾아보는 게 좋다. 서귀포 기당미술관(작년에 작고한 변시지 화백의 작품이 모여 있다), 14코스의 장공익 명인의 금능석물원은 놓치면 안 된다. 장공익 명인은 제주도 돌하르방 조각의 아버지다. 옛것 말고는 돌하르방 대표작 대부분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고르바츠포드, 클린턴도 그의 조각을 선물로 받았다. 운 좋으면 작업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입장료 아깝다 생각하지 말기를. 돈 내고 봐야 제대로 본다. 18코스에서는 5분만 벗어나면 김만덕 할망을 모신 모충사가 있다. 할망의 묘소와 기념관이 볼 만하다. 공짜다!




길을 걷다가 해녀의 집에서 사먹은 해삼. 바다에서 금방 따온 것이다.


 …주의할 것

 : 길을 걷다 보면 바닷가에서 해녀들이 그 자리에서 썰어서 파는 전복 소리 멍개 해삼을 맛볼 수 있다. 아침에도 소주 한 잔 곁들일 수 있는데…. 돈낼 때 주의하자. 먹기 전에 냈는데, 받은 적 없다 하면 서로가 아주 난감해진다. 물론 안 내고도 냈다고 우기는 악질들도 있을 것이다. 



서귀포 바닷가에서 노는 젊은 엄마와 딸. 노는 모습이 예뻐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아는 척 하고 사진을 찍었다. 아래는 함덕해수욕장과 서우봉. 바다 색깔~!


…기념품과 기부금

 : 제주올레길의 가장 큰 강점은 기념품이 빼어나다는 거다. 스카프, 조랑말 열쇠고리 등 돈을 좀 주고 사도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디자인과 품질이 좋다. 잘 하는 전문가들이 만들었단 증거다. 나는 캐나다에 조랑말 열쇠고리를 스무개 사왔다. 이걸 선물 받은 사람들은 진심으로 고마워 했다. 선물로 최상급이라는 얘기다. 캐나다 토론토에는 제주올레 조랑말이 적어도 스무 마리는 뛰어다닌다. 길을 걷다 보면, 이 길을 만든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절로 든다. 처음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돈도 안 되고, 아니 내 돈 꼴아박으면서까지 이런 길을 어떻게 낸 것일까, 의아하고 신기하고 고맙다. 그런 생각이 들면 기념품이라도 좀 사서 제주올레 사무국 살림살이에 보태자. 사무국 사람들은 기념품 판매와 기부금만 가지고 먹고 산다. 뺑이를 치며. 나는 두건을 사서 목에 두르고 다녔다. 덕을 많이 봤다.

  제주올레길을 국가에서 수십억 들여 만들었다고 구라 치는 녀석이 있어서, 게스트하우스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올레는 민간이 만들고 운영하는 전국에서 거의 유일한 길이다. 다른 유명한 길들은 수백, 수십억 원씩 국고 보조를 받았으나 제주올레만은 민간 주체로 움직인다. 물론 관이 운영한다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니지만 민간이 운영하는 것에는 장점이 많다. 그러니, 길을 걸어서 즐거웠다면 기념품 좀 사고, 적은 액수나마 기부 쫌 하자! 한 달에 만원씩 기부금 내는 제도가 있다. 난 외국에 사는 관계로 1년치를 한꺼번에 냈더니, 날개가 그려진 조랑말 뱃지를 준다. 기부자 클럽에 가입했다는 증표. 캐나다에 와서도 그걸 모자에 자랑스레 꽂고 다닌다. 캐나다 브루스트레일에서는 멤버쉽에 가입하면 천으로 만든 증표를 보내준다. 트레일을 걸을 때 그걸 배낭에 붙이고 다녀야 눈치 보이지 않는다. 그걸 안 달면, 알지도 못하는 다른 멤버들이 수시로 붙어서 말을 붙인다. "멤버쉽에 가입하면 얼마나 좋은지 몰라, 가입해야 돼, 즐기는 우리가 지켜야지, 누가 지켜?" 하면서. 영어로 그 소리 오래 듣고 있으면 머리가 딱딱 아프다. 제주올레 멤버들도 이 정도까지는 적극적이어야 비로소 "우리 길"이 될 터인데….

  주의할 사항. 기념품은 눈에 보일 때 사야 한다. 담에 사지 하면, 놓치기 십상이다. 파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간세(제주올레 조랑말 표식을 간세라 한다) 인형 공방. 이곳에서 제주도 여성들이 인형과 열쇠고리를 만들어 제주올레에 납품한다. 헌옷에서 나온 헝겊을 재활용하여 여성들이 한 땀 한 땀 바느질해서 만든 기념품이다. 제주올레 기념품은 리움 아트숍에 납품될 만큼 그 수준과 인기가 높다. 이리로 들어가면 다양한 기념품 구경을 할 수 있다. http://www.jejuolle.org/?mid=14


덧붙이는 말 :

  길을 걷다가 표식이 보이지 않으면 길을 잘못 든 것이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당황하거나 짜증낼 필요가 없다. 해결 방법은 쉽고 간단하다. 표식이 나올 때까지 되돌아가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또, 길을 벗어난 덕분에 올레길에서 보지 못할 풍경을 봤다고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