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TV라는 유튜브 영상을 우연히 접했다. 내용은 김민하와 김수민이라는 두 정치평론가에게 듣는 한국 정치에 관한 이야기. 더 정확하게 말하면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버려야 할 것들을 꼽는 내용이었다. 두 평론가의 이력을 살펴보니,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내용 또한 민주당한테는 애정어린 충고나 조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조국 문제는 공직자 개인의 도덕성 문제, 검찰문제는 국가권력의 문제. 그런데 그것은 지금 동전의 양면이 되어버렸다. 검찰문제를 해결하려고 조국을 임명하니 검찰은 조국문제를 들이댔다. 그리고 조국문제를 키우니 검찰문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위의 시사평론가들처럼 말이 없다. 오로지 조국문제만 이야기한다. 정치에 유불리만 따진다. 조국이 문제라 치고. 그러면 검찰은 문제가 없다는 얘기인가? 조국이 문제면 검찰문제는 저절로 사라지는 건가? 기소권을 휘두르는 행태가 여전히 남아 있는데도? 국가권력을 엿장수처럼 마음대로 쓰는데도? 저건 정치문제가 아니라 올바름에 관한 문제인데, 올바름 문제는 시사에 속하지 않나? 저런 문제는 오로지 정치적인 유불리만 따질 문제임? 나는 이게 참 답답하다. 이 사람들이 바보도 아니고, 도대체 뭘 하자는 건지.
그들이 가장 문제 삼는 것은 이른바 '조국 문제'였다. 요즘 김어준방송을 필두로 하여 나오는 이야기, 곧 정경심교수의 2심재판에 관한 것이었다. 이야기의 내용은 검찰이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보는 동양대 조교실의 PC가 "뻑이 간" 적이 없고(그걸 이유로 검찰이 들고 갔으니), 2분 가까이 USB를 꽂은 흔적이 있고, 그래서 증거를 오염시켰고(조작했고), 정교수가 표창장을 방배동 집에서 위조했다고 검찰이 주장하는 시기에 PC가 어디 있었는지 모른다는 것. 이게 정교수 변호인단과 김어준방송 들이 주장하는 내용.
한겨레TV에 나온 이들의 말은, 저런 주장은 최순실 테블릿PC 조작 주장의 시즌2이라는 것. 이미 재판부가 위에서 열거한 저런 것 말고도 유죄로 인정할 만한 여타 다른 증거들이 많이 나왔다는 주장이다. 한 마디로 김어준방송류의 주장은 들을 가치도 없다는 것. 그러니까 정경심재판의 대세는 기울어졌고, 저런 주장들은 대세에 전혀 지장을 주지 못하는 곁가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게 맞느냐 저게 맞느냐, 나로서는 판단하고 싶지 않다. 마음 가는 쪽이 있다 해도 말하고 싶지도 않고. 조국을 지지한다는 말도 하고 싶지 않다. 말해봐야 의미도 없고.
다만 나로서는 아쉬운 대목이 있다. 이건 비단 한겨레TV에 나온 시사평론가들이나 사회를 보는 기자 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보기에, 조국 문제의 핵심은 조국 가족이 아니라 검찰의 문제이다. 검찰의 문제가 크니까, 그것을 개혁하려고 했고, 문재인은 그런 의지를 조국을 장관에 임명하면서 드러냈고, 그런 대통령의 의지를 꺾어버리려고 검찰은 조국을 쳤다. 그것도 청문회 당일에.
두 가지 문제 발생. 국회 청문회 날에, 공소시효 마지막날이라는 이유로 검찰은 조국 가족을 기소. 그게 그렇게 중한 범죄라면 왜 그 전에 하지 않았을까? 조국은 서울대 교수였고, 청와대 민정수석었다. 이미 공직자거나 공직자에 준하는 신분. 왜 하필, 공소시효 하루를 남기고 급하게 기소했느냐 하는 것은, 검찰이 정치를 했다는 얘기다. 조국이 법무부 장관이 되면 죄가 되는 거고, 서울대 교수거나 민정수석이면 죄가 안 되는 건가? 검찰이 기소하면 죄가 되는 거고, 안 하면 안 되는 건가? 이건 상식적인 질문이다.
나아가 검찰이 기소권을 가지고 이렇게 정치를 해도 되나? 왜 이 대목에 대해서는 평론가들이 한 마디도 하지 않을까? 조국 문제와는 별개로 검찰이 정치하는 것은 대단히 큰 문제고, 검찰의 이런 행태 때문에 검찰개혁이라는 말이 나온 것. 말하자면 조국을 문제 삼는 바로 그 방법이 검찰이 개혁 되어야 할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이것에 비하자면, 조국 문제는 그들 말대로 곁가지일 뿐이다. 죄가 있다 해도, 한 가족의 문제니까. 게다가 장관직도 그만 뒀으니까. 설사 조국이 천하의 나쁜 놈이라 해도, 그것 때문에 조국이 죽는다 해도, 검찰의 문제는 남는다. 게다가 검찰은 나중에 기소 내용까지 바꿨다고 했다. 바꿀 만한 것이었다면 첫번째 기소는 문제가 있다는 얘기. 모순을 스스로 드러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왜 한 마디 말이 없을까? 모두가.
둘째로 드러나는 문제도 비슷한 맥락. 조국이 나쁜 짓을 한 죽일 놈이라 치자. 그러면 한국 검찰은 그냥 저대로 둬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인가? 한국 문화는 참 이해하기 힘든 것이, 범죄를 저질러도 정치적으로 승리하면 그냥 묻힌다는 것. 승리는 승리고 범죄는 범죄인데도. 내가 더이상 한국 정치에 대해 입을 열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이런 몰상식이 판을 치는데, 위의 질문을 포함한 상식을 가지고는 입을 열 수가 없다. 올바름이라는 것은 없고, 오로지 정치적인 승리만 남는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얘기와 똑같다.
조국 문제와 별개로,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움켜쥐고 있는 한국 검찰의 문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이제는 거론하는 것 자체가 지겨울 정도일 것이다. 그래서 저 시사평론가들은 말을 하지 않는 걸까? 기소 편의주의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했는가를, 바로 그것 때문에 이른바 전관예우라는 부정부패가 여전히 판을 치고 있는데도, 그 문화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조국 문제와 검찰의 문제는 동전의 양면이다. 거론하려면 바로 이것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않된다. 사람들은 조국만 이야기한다. 검찰 문제는 말하지 않는다. 아무리 나쁜 놈이고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해도, 조국의 문제가 검찰의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조국이 중죄를 지었고,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라 해도, 조국은 조국이고 검찰의 문제는 문제로 남는다. 그런데도 사람들, 게다가 시사평론가라는 사람들은 조국만 문제 삼을 뿐 검찰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하지 않는다. 당신들은 진짜 한국 검찰이 문제가 없어서 그러고 있나?
도곡동 땅이 문제인데도, 생태탕을 거론했다고 그게 문제라고 문제를 삼는 것은 일종의 게으른 패턴이다. 이른바 언론인, 평론가 등 제3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사용하는 패턴. 생태탕을 거론하는 게 문제라 치고. 그게 문제면 오세훈의 도곡동 땅 문제는 사라지는 건가? 이런 수법을 잘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른바 유력 신문 종사자들인데, 이걸 사용하는 게 하도 만연해 있다 보니 유행이 되어 버렸다.
그러니까 외교행낭과 밀수라는 표현은 온데간데 없고 '당신'만이 남는다. 중요한 것은 외교행낭에 담아왔는가이고, 중요한 것은 검찰에 집중된 권력과 그 남용이다. 조국과 당신은 곁가지라는 거고, 곁가지가 아니라 해도 따로 다뤄야 할 문제고.
A문제로 B문제를 덮어버리는 것이 프레임을 바꾼다라고 하던데. 그건 전관예우처럼 너무 고상한 표현이다. 그것은 더없이 더럽고 야비한 짓거리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