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살러와서 처음 한 두해 동안은 자동차를 몰고 많이 돌아다녔다. 우리나라 읍면 규모의 작은 도시들은 하나같이 예뻤다. 볼거리가 있다는 동네는 일부러 찾아다녔다. 파머스마켓으로 유명한 곳, 셰익스피어 연극을 올리는 소도시. 오래된 서점 하나로 사람을 불러들이는 곳도 있다. 어느 도시는 계곡 같지도 않은 계곡을 자랑거리로 내세운다. 동네는 더없이 예뻤다. 교회를 중심으로 도로 양켠에 늘어선 오래된 집들이 꽃단장을 하고 외지인을 맞았다. 주말이면 차 댈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외지인들은 구경하고 먹고 마시며 돈을 쓰고 놀다 간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자동차로 20여분 거리에 나이아가라온더레이크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200여미터 남짓한 길거리를 얼마나 예쁘게 꾸며놓았는지, 내가 안내해서 갔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감탄을 했다. 그들이 보고 놀라워 하며 즐기는 것은 길거리 딱 하나뿐이다. 그거 하나에 그렇게들 놀란다. 오래된 건물이 길 양켠에 있고, 꽃들이 만발. 건물 외벽은 벽돌이지만 그 안쪽은 모두 나무로 만든 목조. 캐나다가 150년 정도 된 나라이니, 건물의 나이는 오래 돼봐야 100년 안팎일 것이다. 나이아가라에는 고층 건물이 많지만 여기는 모두 2~3층. 식당과 일반 상점, 그리고 호텔들이다. 나이가라온더레이크 시민들의 상당수는 이 작은 거리에서 나오는 관광수입으로 먹고 산다. 나이아가라 폭포에 오는 관광객을 그쪽으로 끌어들여 먹이고 재우고 하면서. 호텔이나 식당은 나이아가라보다 더 비싸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으나 길거리 하나를 그렇게 개발 단장하니, 관광객은 볼거리 즐겨서 좋고 그곳 시민들은 관광수입으로 자손대대 먹고 살아서 좋고. 이거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무엇보다 그렇게 하여 도시가 살아 있어서 좋다.
모르긴 해도, 손혜원 의원이 의도하는 목포 구도심 살리기는, 나이아가라온더레이크처럼 소도시를 꾸미는, 한국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프로젝트가 아닐까 싶다. 서울이나 전주 같은 멋진 한옥촌이 아니라, 근대 생활문화가 남아 있는 쇠락한 소도시를 일으켜세우겠다는 기획으로는. 역시, 누구도 시도한 바 없고, 그런 게 뭔지도 모르고, 성공하면 어떤 반대급부가 따라오는지도 모르니, 바로 그 '처음'이라는 것 때문에 기획 자체가 엄청난 저항에 부딪히는 것 같다. 게다가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신분, 그것도 현정부가 들어서게 하는 데 작지 않은 역할을 했던 터라 정치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반대파들의 저항과 방해는 상상을 넘어설 것이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예술이라는 게 그렇다. 예술을 만들어내고 예술을 예술답게 하는 힘은 바로 '똘끼'다. 예전에는 광기, 뭐 이렇게 부르기도 했다. '화이바' 확 돌면 아무도 못 말리는 그 광기 말이다. 그런데 그 똘끼는 순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동시대에 이해 받기가 힘들다. 게다가 똘끼의 소유자가 주목받는 정치인이고 보니, 야당과 언론을 비롯한 반대파 지지자들한테서까지 집중 포화를 받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안 그래도 그의 목포 프로젝트는 '미쳤다' 소리 듣기에 딱 알맞을 성격이다. 한국 사람들이 외국 가서 완성된 것을 보면서 돈쓰고 즐길 줄만 알았지,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각한 적도, 경험한 적도 없으니.
현지 주민들이 아니라는데 누구는 여전히 투기라고 믿을 것이고, 또 누구는 "저건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을 망각한 이해충돌"이라고 비판할 것이다. 이해충돌이라는 측면만 놓고 보자면, 나로서도 수긍할 대목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 애초에 방송으로 문제가 불거진 이래 손의원이 보여준 행보로 판단하건대, 그이는 이것 저것 다 떠나 내 눈에는 '똘끼 충만한 젊은 예술가'처럼 보인다. 그에게 정치를 기대하지만 그는 사람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깨뜨려나간다. 내 눈에는 그 자체가 퍼포먼스이다. 우리가 몰라서 그랬지, 그전에도 그랬을 것이다. 안 그랬다면 젊은 조카들 데리고 목포에 들어가서 재산을 그렇게 퍼부을 리가 없다. 게다가 맞으면 맞을수록 전투력은 점점 더 상승한다. 저 나이에, 저 경력에, 저 지위에, 저 처지의 사람 가운데 "자, 다 나와. 손목 걸자"는 사람 없을 것이다. 고개 숙여도 시원찮을 판에 저러고 나오니 반대파는 당혹해 하고, 언론들은 바로 그 똘끼에 말려드는 형국이다. 단순 취재에 구멍 숭숭 뚫리고, 조선 중앙 같은 한국 최대의 취재 인력을 가진 신문사들이 무엇에 쫓기듯 연달아 헛발질이다. 문구 하나로 수백억병의 소주가 팔려나가게 한 적도 있는 가공할 만한 똘끼이니 그럴 수밖에.
앞으로 나로서는 옹호할 것도 비판할 일도 별로 없을 것 같다. 내 관전 포인트는, 쇠락한 지방 소도시의 거리를 제대로 디자인하여 살려보겠다는 늙지 않는 저 예술가의 똘끼가 한국에서 과연 통할 수 있을까 하는 것뿐이다. 성공할 수도, 절반만 성공만 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되든 한국에서는 처음 나온 똘끼로서 의미가 작지 않다고 나는 믿는다. 물론 저 많은 저항과 난관을 돌파하고 목포 구도심 프로젝트를 성공시킨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오히려 저이가 정치인 신분이라는 게 참 아쉬울 따름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수월했을 수도 있을 텐데. 하긴 똘끼인이 정치인 같은 허접하거나 고귀한 신분을 신경 쓰기나 했겠나. 목포 거리에 한눈에 반해서, 저 좋은 걸 어떻게 만들면 좋겠다고, 눈이 확 돌아가 버린 판국인데. 나도 처음에는 그리 생각했다. '국회의원 임기나 끝내고 하지.' 그런데 한번 확 돌면 그런 것 따위가 눈에 뵐 리가 없다. 한시가 급하니까. 세상을 바꾸는 건 이런 막무가내 똘끼다.
아래 사진은 나이아가라온더레이크 거리이다. 이 도시에 비하자면 목포는 어마어마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 자연이 있고, 문화가 있고, 역사가 있고, 음식이 있고, 심지어 눈물도 있다.
*의원들 해외 연수 많이 나오는데, 나이아가라온더레이크 관광 강추다. 그냥 관광만 하면 된다. 이곳을 경험하면 손의원 똘끼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뭘 알아야 싸움도 할 수 있다.
*나도 똘끼가 있는 것 같다. 이게 뭐라고 잠도 안 자고 이러고 있을까? 나는 무엇에 눈이 돌았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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