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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문학

'인터넷의 순간들 10선'





글쓴이 : 김 상 현



미국에 '웨비상'(Webby Award)이라는 게 있습니다. 국제디지털예술및과학아카데미(International Academy of Digital Arts and Sciences)라는 기관에서 만든 상인데요, 해마다 웹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이나 이벤트, 웹사이트 등을 뽑아 상을 줍니다. 인터넷을 잘 모르는 이들이 아직 더 많았던 1996년에 시작했으니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제법 권위가 있어서, 몇몇 사이트들은 이 상을 받으려고 문머리에 "우리 사이트를 웨비상 후보로 올려주셔요"라는 문구를 그려넣기도 합니다. 올해의 수상작 후보들을 12월18일까지 받습니다. 지난 수요일에는 좀 특이한 웨비상이 발표되었는데요, 그 주제가 '지난 10년간 세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터넷의 순간들' 10선'입니다. 한 번 보실까요?

크레이그스리스트(http://www.Craigslist.com): 한국에는 다소 낯설지도 모르겠습니다. 북미 지역에서는 난리입니다. 누구든 값싼 렌트를 구하거나, 중고차를 찾거나(또는 팔려고 하거나), 무슨 물건을 찾거나 팔려고 할 때 이곳부터 찾습니다. 한마디로 종이 신문의 분류별 광고를 웹으로 옮겼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자 그러면 신문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당연히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지요. 사실 2000년에 출범한 이 사이트가 수많은 종이 신문사들의 고사를 부추긴 일등공신으로 꼽힐 정도입니다. 사이트 디자인은 촌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촌스러움, 부러 휘황찬란한 디자인을 피하는 고집이 이 회사의 성공 전략중 하나라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구글 애드워즈(Google AdWords)
: 2000년에 시작한 구글의 광고 전략. 수많은 블로그, 뉴스 사이트 들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해당 사이트의 내용이 무엇이며, 이용자가 어떤 컨텐트를 보느냐에 따라, 그야말로 '자로 잰듯한' 맞춤 광고를 텍스트로 살짝 들이밀죠. 번뜩이는 것도 아니고, 읽으려는 글을 싸가지없이 가리는 것도 아닙니다. 기사 사이에, 아주 부드럽게, 텍스트 광고를 내미는 거죠. 그게 웹광고의 팔할을 구글이 차지하게 된 힘이자 원동력이죠. 한국의 뉴스 사이트들 보세요. 민망함을 넘어 정말 인내심의 한계를 실험하는 듯한 '배너 광고'들이 판을 칩니다. 기사를 무례하게 막아서는 그 괴물들. 이건 한국 언론계의 종사자나, 배너 광고를 만드는 광고쟁이들이 그만큼 멍청해서 그런 것일까요? 한 번이라도, 정말 단 한 번이라도 입장을 바꿔서, 내가 이런 식의 배너 광고를 보면 넘어가줄까?라고 물어봤다면, 지금과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겠죠. (참고: 이글 제목과 본문 사이에도 'Google 광고'가 들어가 있죠? ^^)


위키피디아(http://www.Wikipedia.org)
: 2001년에 시작된 위키피디아는 현재 271개의 다른 언어로, 1천4백만 개 이상의 사전 항목을 제공하고 있답니다. 정말 경이롭지 않습니까? 아마도 위키피디아는 인터넷이 인류에 내린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 합니다. 아니, 인터넷 덕택에 인류가 인류에게 준 축복이라고 해야 할까요? 물론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진지하고 깊이 있는 문화적 담론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연예 관련 정보와 가십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위키피디아를 채워가고 있다는 것이 그중 하나이고, 적지 않은 항목의 객관성과 사실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지요. 그러나 그러한 몇몇 티끌은, 위키피디아가 발휘하고 있는 장점의 크기에 견주면 충분히 용서해줄 만한 부분입니다.

냅스터(Napster) 폐쇄
: 인터넷에서 개인과 개인이 서로 직접 연결되어 파일을 공유하는 이른바 'P2P'의 물꼬를 텄던 사이트이자 툴이었죠. 그러나 미국음반협회의 맹폭과 여러 법적 족쇄에 걸려 2001년에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냅스터라는 이름과 로고만 남아서 유료 서비스로 바뀌었습니다.

구글의 미국 주식시장 상장
: 2004년에 주식시장에 오른 구글은 당시에도 큰 화제였지만 요즘은 아예 IT업계는 물론 전체 경제의 날씨를 엿보는 한 잣대로 여겨질 만큼 커졌습니다. 적지 않은 이들이 구글 뒤에 '신'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붙일 만큼, 이제 우리는 구글 없이는 인터넷 생활이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Don't be evil'이라는 모토 아닌 모토로,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처럼 탐욕스럽고 공격적인 성향을 그 소비자들(우리)에게 내비치지 않고 있는 게 위안이랄까요?

온라인 비디오 혁명
: 유튜브그 그 혁명의 맨 앞줄에 서 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있을까요? 구글이 2006년 11월 유튜브를 16억6천만달러에 사들였을 때, 수많은 이들이 미쳤다, 바가지 썼다라고들 비웃었죠. 하지만 지금은? 역시 구글이 천재야. 어떻게 그렇게 앞날을 훤히 내다볼 수 있었지? ... 요즘은 그냥 블로그에 그치지 않고 비디오를 더한다고 해서 b 아닌 v를 쓴 'vlog'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입니다.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
: 페이스북 하세요? 한국에서는 페이스북이 이곳 북미지역만큼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한국쪽의 비슷한 사이트를 꼽으라면 사이월드쯤이 될까요? 한국 사람들이 선뜻 페이스북에 빠지지 못하는 이유는 언어 문제라기보다는 페이스북의 레이아웃이나 이용 문법이 한국의 그것과 달라서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튼 북미지역에서 페이스북 계정은 거의 '당연히 하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전세계 이용자수가 3억명이 넘었답니다. 어마어마하지요? 한편 페이스북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트위터(http://twitter.com)라는 단문 블로깅(microblogging) 사이트입니다. 140자 이내로 메시지를 전하고 교환하고 따라가고 모이는 트위터는 웹을 통한 소통의 문법과 차원을 크게 바꿔놓았다고들 합니다. 웹 2.0, 소셜미디어 같은 말이 다 그와 연관돼 있지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트위터에 대해 좀더 수다를 떨어볼까 합니다.

아이폰(iPhone)
: 2007년에 나온 애플의 스마트폰입니다. 대체 이게 나오기 전에는 무슨 재미로 살았나 싶을 만큼 무궁무진한 기능과 가능성과 재미와 정보와 잠재력을 갖춘 기기입니다. '휴대전화로 들어온 컴퓨터'라는 표현은 아이폰과, 최근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을 반밖에 설명하지 못합니다. 아이폰을 하나 갖고 나면 뭐가 (거의) 필요없어지는지 한 번 봅시다: 노트북, 데스크톱, 당근 휴대전화, 블랙베리, 시계, 달력, 게임기(그게 XBox360이든 Wii든 다른 뭐든), 신문, TV, 라디오, 책, 오디오, CD플레이어... 이제 곧 한국에도 들어간다죠, 아이폰이? 꼭 한 번 써보세요. 빌 게이츠가 그런 말을 한 적 있죠, Information at your fingertips? 아이폰을 써보시면 아하! 하실 겁니다.

2008년의 미국 대통령 선거
: TV가 케네디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과 비슷하게, 인터넷과 인터넷을 이용한 소셜미디어 툴이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고 하지요. 오바마 진영이 소셜미디어를 얼마나 능란하게 활용해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는지가 수많은 비즈니스스쿨과 컨설팅회사 들의 연구 주제죠.

2009년 이란 부정 선거를 둘러싼 대규모 시위
: 인터넷 이야기를 하는데 느닷없이 이란이 끼어든 이유는 그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운영하고, 관리하고, 다른 나라로 널리 알리는 데 트위터가 혁혁한 기여를 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하지만 트위터의 역할이 지나치게 과장되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